급식직영화는 위탁업계 자업자득
급식직영화는 위탁업계 자업자득
  • 관리자
  • 승인 2006.07.09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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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업체 깔보는 대기업의 오만함과 대기업 적대시하는 중소업체의 합작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깨달아야
▶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학교급식의 직영운영을 원칙으로 하는 학교급식법이 개정됨으로써 학교급식에서의 위탁운영 시대는 사실상 끝난 셈이다. 안타깝다. 필자는 지난 호 ‘급식대란 원인제공자는 정부와 정치권’이라는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이번 급식대란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당국과 정치권에 있다고 보는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위탁업계가 입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어째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자업자득이다. 업계가 단합하지 않고 오합지졸이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급식업계 스스로가 그것을 잘 알 것이다. 국내 위탁급식업계 1위인 CJ푸드시스템의 사장이란 사람이 식중독사고와 관련한 기자회견장에서 학교급식 사업철수를 선언하면서 “직영전환을 위해 힘쓰겠다”는 말까지 했으니 위탁급식업계가 얼마나 모래알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또 CJ푸드시스템의 학교급식 사업철수와 해당 학교의 급식중단 사태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편이 이만 저만이 아닌데도 동종 업체 중에 어느 한 회사도 급식을 대행해주겠다고 나서는 업체가 없었다. 학교나 학부모들이 부담스러워한다면 업계가 십시일반으로 부담해서 무료급식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업계 1위 업체가 사업포기 선언을 할 정도면 그 뒤에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업계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한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평소에는 선의의 경쟁을 하더라도 적어도 위기 때는 단결된 힘을 보여야 하는데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동안의 행적을 보면 그런 것을 기대하는 자체가 잘못인지 모른다.

위탁급식 업계는 크게 대기업군과 중소기업군으로 나눠져 있다. 대기업은 10여에 불과하지만 대략 6조원에 이르는 단체급식 시장 중 50%나 되는 3조원의 위탁급식 시장의 50%를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그 중 학교급식의 경우도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20%정도는 된다. 학교급식은 상대적으로 중소업체들의 위탁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중소업체의 경우 학교급식만 위탁하는 업체들도 상당수가 된다. 그래서 중소업체들이 이번 학교급식법 개정과 관련해 크게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대기업들은 어떤가.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회사 전체 매출에서 학교급식 부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정도에 불과하다. CJ푸드시스템의 경우 학교급식 매출이 650억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 7700억원의 10%에 약간 못 미친다. 막말로 ‘그까짓 것 안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더구나 대기업의 경우 학교급식 자체에서 영업이익을 남기려는 회사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식자재 유통업을 함께 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급식에서는 남는 것이 없더라도 식자재 유통에서 돈을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학교급식 입찰에 영업이익율 1%를 제시하는 경우까지 있다. 중소업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얄밉기 그지없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위탁급식 업계는 협회도 대기업 중심의 (사)한국위탁급식협회와 중소업체 중심의 (사)한국급식관리협회로 한 지붕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 최근 두 협회가 위기의식을 느껴서인지 여론 때문인지는 몰라도 단일 협회로 통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지만 필자가 보기엔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를 가지고 티격태격하면서 통합을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서로 이런 저런 이유를 달아서 통합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최근 일련의 사태로 통합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교급식법개정과 관련해 생사가 달린 중소업체들은 국회에서, 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며 생존권 투쟁을 하는 동안 대기업들은 기업 이미지에 상처를 줄까봐 점잖게 뒷짐을 지고 있었다. CJ에 이어 에버랜드도 학교급식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자사의 이익만을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1조원에 이르는 학교급식 위탁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들이, 그것도 내로라는 대기업까지 포함돼 있는 업계가 그동안 한 일이 과연 뭔가. 국제적으로도 위탁운영이 대세이고, 국내 전문가들도 위탁의 장점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해주었고, 심지어 총리실까지 직영과 위탁의 공존을 보장해주었지만 업계는 스스로 위탁운영의 장점을 얼마나 홍보하고 직영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대기업은 중소업체들을 같이 상대할 수 없다며 깔보기만 하고,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이 공존함으로써 시장규모 자체를 키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은 하지 않고 그들이 밥그릇을 빼앗아 간다는 생각의 피해의식으로 적대시만 해오지 않았던가.

돈도 없고 특별한 이해관계도 없는 일부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이 학교급식의 직영화를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을 때 돈도 많고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위탁급식 업계는 과연 무슨 일을 했는지 업계 스스로가 준엄하게 자문을 해봐야 할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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