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주관적 환상증 & 자기과시욕의 덫
[월요논단] 주관적 환상증 & 자기과시욕의 덫
  • 관리자
  • 승인 2013.10.04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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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문 (사)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
구민회관에서 운영하는 한자교실에서 ‘금상첨화(錦上添花)’를 배운 어느 부인이 그 사자성어가 꼭 자기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해서 확인해 본답시고 딸에게 물었다. 다음은 그 모녀간의 대화록.

엄마 : “얘, 이 나이에 나만큼 피부 곱고 날씬하기도 쉽지 않지?” 딸 : “맞아. 엄마 예쁜 거 동네에서 소문났어. 내 친구들도 다 알아” 엄마 : “하지만 내가 공부 열심히 하는 건 잘 모를 걸?” 딸 : “아냐, 그것도 다 알아” 엄마 : “그러면 마지막, 엄마처럼 플러스알파 경우를 뭐라고 말 하지? 한문 넉 자로 돼 있어” 딸 : “자화자찬!”, 부인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번엔 힌트를 주었다. “아들아, 그 넉 자는 ‘금’자로 시작된단다” 엄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들의 대답이 총알처럼 튀어나왔다. “금시초문!”

위 이야기는 개그 콘서트에 나옴직한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그냥 한번 깔깔 웃어버리고 넘기기엔 뭔가 좀 께름칙하다. 주관적 환상증과 자기과시욕의 덫에 갇혀있는 나 자신 또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 1962년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5500만 달러, 1인당 국민소득 76달러, 당시 유엔에 등록된 120개국 중 119위, 우리 뒤에는 꼴찌 인도밖에 없었던 대한민국이 국민소득 2만2708달러로 (2012년) 2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 돌파 8개국 그룹 합류, G20 회원국 등 기적적 성장을 이뤄내며 글로벌 강국의 지위를 굳힐 국면을 맞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복지타령, 국가부채 늘리기 등 여야 경쟁이 뜨거우니 문제다. 미국마저 힘들어하는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40% 미만의 국가채무비율로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달콤한 현실에 취해서 국가채무비율을 더 늘린들 무슨 상관이냐 외치니 에누리 없는 주관적 환상증의 덫이다.

정부의 2013년도 세제개편안도 생뚱맞다. 정부안에는 의제매입세액공제 제도의 폐지를 겨냥한 듯한 30% 한도제와 35평 미만의 생계형 유흥주점에 대한 개별소비세의 소급 추징안 등 ‘깜도 안 되는’ 방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복지예산 재원 확보와 만성적 구조화 추세의 세금 덜 걷히기의 근본적 시정을 명분으로 내세우겠지만 그것 또한 ‘쥐어짜면 걷힌다’는 주관적 환상증의 덫에 다름 아니다.

기초연금 관련 복지정책 수정이 개인의 양심과 소신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장관직 사임고집을 끝내 관철한 어느 장관의 모습도 자신은 언제나 ‘양심적 원칙주의자’라는 주관적 환상증과 자기과시욕의 덫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뿐 아니다. 개인적 도덕성 의혹으로 인한 임기만료 전 중도사임인데도 떡 벌어진 퇴임식에서 수개월 짧은 재임 기간 대표 업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내세우고 자랑하며 관련 동영상까지 돌렸다니 이 역시 영락없는 주관적 환상증과 자기과시욕의 덫이 아닌가 한다.

국가정의 실현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법부에도 그 덫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듯해서 걱정이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대통령의 격려와 응원의 목소리가 아직 귓전을 맴돌고 있는데 재판장의 훈계 끝에 대기업 총수 형제가 중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을 피하지 못했거니와 그마저 재판부의 ‘공정판결과 평등한 법집행’이라는 주관적 환상증과 자기과시욕의 덫으로 느껴지니 웬일인가. 하필이면 무단방북으로 감행한 ‘김일성 시신 참배’를 무죄로 판결하며 ‘망인의 명복을 비는 의례적인 표현으로 애써 이해할 여지가 있다’는 구차한 이유를 들이댄 재판부의 모습과 어쩌면 그리 자연스레 오버랩 되는지.

이렇듯 주관적 환상증과 자기과시욕은 진정 피할 수 없는 덫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이 있다. ‘금상첨화의 주인공’이라는 어머니의 주관적 환상증과 자기과시욕의 덫을 향해 ‘자화자찬’과 ‘금시초문’이라는 촌철살인의 즉답 비유를 날려 보낸 딸과 아들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한강변의 기적을 이룩한 DNA를 물려받은 우리 국민, 특히 젊은이들이 희망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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