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 관리자
  • 승인 2013.10.1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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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농심 R&D 식문화연구팀 팀장
“누구 말을 믿어야 해?”, “무엇을 먹어야 해? 이제 먹을 게 없네”
대중매체를 통해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근거로 식품과 건강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발표내용을 접하면서 일반인이 보이는 반응이다. 전문가도 합의 못한 ‘연구결과’를 일반인에게 판단하라는 것인가? 정치권의 ‘아니면 말고’식 발표를 우리 분야에서 비난할 처지가 아닌 듯싶다. 본의 아니게 음식으로 장난친 인물로 역사적 심판을 받지 않기 위해 산·관·학 관련 전문가 집단의 더 많은 고민과 책임이 요구된다.

음식과 건강을 담보한 과학적인 연구결과, 이 ‘모순’의 행진은 언제까지?
우리가 들어온 과학적인 연구결과의 상반되는 내용은 수없이 많다. 마가린의 건강성 VS 비건강성, 된장의 발암성 VS 항암성, 김치의 발암성 VS 항암성, 장류 발효식품의 건강성 VS 비건강성 등 잠깐만 생각해도 혼란스럽다. 지난 9월 25일 또 다른 상반된 연구결과를 아이오와대 연구팀에서 발표했다. 65~ 80세의 여성 2150명을 대상으로 6년간 추적연구한 결과, 오메가-3 지방산이 뇌 기능 활성화와 관련 없다는 내용이다. 전문가의 과학적 연구발표를 믿고 오메가-3를 챙겨먹던 사람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나트륨’과 건강문제를 이슈로 소금, 국물음식과 김치를 위시한 발효식품을 근간으로 한 우리 전통 음식문화의 이미지에 금이 가고 있다. 과학적 연구결과를 근거로 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언론 보도되고 있다. 80평생 밥상에서 건강과 먹는 즐거움을 선사하던 ‘김치’, ‘된장찌개’를 갑자기 우리 국민 건강을 해치는 ‘공공의 적’으로 전락시킨다. 나트륨과 건강에 대한 ‘미시적’인 과학적 연구결과를 근거로 오랫동안 몸으로 경험하며 축적된 ‘거시적’인 음식문화에 ‘메스’를 가한다. 그리고 새로운 처방을 경험하게 한다. 그것도 국가정책으로 일거에 개인의 식습관을 조정하려 한다. 새로운 처방이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마가린 VS 버터 논쟁처럼! 마가린이 건강하다고 권장하다 트랜스 지방의 출현으로 마가린은 단칼에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라고 말을 바꾼다. 마가린의 건강을 주장하던 전문가는 어디에? 개인의 식습관에 영향을 끼친 그 책임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셔야 할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먹을거리 선택은 중요한 화두이다. 달걀은 완벽한 단백질 식품일까, 콜레스테롤 폭탄일까? 레드와인은 심장에 좋을까, 아니면 간에 좋지 않은 음식일까? 농약, 식품 첨가물, 식품가공이 실제로 우리를 죽일 수 있을까?
오늘도 먹을거리 공포증을 강요받는 우리에게 캐나다 맥마스터 대학교(McMaster University) 음식 역사학자인 하비 리벤스테인은 저서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에서 지혜와 통찰력을 주고 있다. 한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근거 없는 주장으로 밝혀진 수많은 과학적 발표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인해 우리가 얼마나 많이 휘청거렸으며, 때로는 죄의식까지 느껴야 했는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 같은 ‘식품 공포’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으로 저자는 “즐겁게 먹고 다른 사람들과 그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을 통해 느끼는 만족감은 건강에도 좋다”는 단순한 진리를 전하고 있다.

즐겁게 먹고 다른 사람들과 즐거움을 공유하자
겨울철 김장의 계절이 돌아온다. 하비 리벤스테인이 조언한 것처럼 ‘식품 공포’에서 벗어나 우리의 김치와 김장 문화가 주는 긍정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건강한 생각을 하면 좋겠다. 재료 고르기부터, ‘간’을 잘 맞추기 위해 절이기, 양념하기에 온 정성을 기울이며 김장 맛을 보장하는 가정마다의 비법 전수풍경, 배추김치 외에 다양한 계절김치, 지역별 다른 김치문화, 그리고 각박한 현대생활에서도 나눔과 화합을 나누는 김장문화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음식문화이다. 수천년 우리 몸으로 체험하면서 다듬어온 즐겁게 먹고 다른 사람들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건강한 가치를 가진 ‘김치와 김장 문화’이다.
다가오는 12월 우리의 ‘김치와 김장문화’의 가치가 전달되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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