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소유가 아닌 향유의 소비방식
[월요논단] 소유가 아닌 향유의 소비방식
  • 김상우
  • 승인 2013.10.28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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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그리 넉넉지 않은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굳이 소유하지 않고도 어떤 것이든 간에 특정 상품에 대한 혜택을 충분히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가 아닌가 싶다.

영국의 온라인 데이팅 업체에서는 일주일동안 ‘괜찮은 남자’를 빌려주는 쇼핑기회를 제공한다고 광고를 해 화제를 낳았고, 프랑스 파리의 한 가게에 ‘괜찮은 남자 빌려 쓰세요’라는 홍보문구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유럽의 극단적인 사례라고만 볼 수 없다.

최근 우리나라의 방송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의 내용이 보도된적이 있다. 즉 ‘시급 아내’를 통해 잠깐 동안 아내역할을 하고 시급을 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웃지 못할 일들이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성관에 대한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무엇이든 그냥 빌려 쓰면 그만이라는 향유적 사고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본다.

법정 스님의 책 ‘무소유’에서 나온 말이다. “아무것도 갖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즉 불행은 끊임없이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에서부터 온다는 점을 특히 강조하신 돋보이는 탁견의 한 마디다. 과거 자본주의에 굳게 물들여진 현대인들은 일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자기 삶의 원동력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더 많이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앞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행복의 조건 또한 남들보다 더 많이 갖고, 남들보다 더 많이 쓰는 것이었다.

우리사회의 변모가 산업생산 중심사회에서 문화생산 중심사회로 변화를 가져오면서 서서히 소비자들의 소비문화가 소유의 의미를 벗어나 경험과 향유를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전통적인 소유방식이 바뀌고 있는 흐름을 느낄 수 있다. 필요한 물건은 빌려쓰고(rentalism), 함께 쓰고(sharism), 기여하는(donaism) 협력적 소비를 실천하며 그 속에서 사회적 가치까지 증대시키는 유익한 삶을 맞이하고자 하는 국민의 선진적 문화의 단면이기도 하다. ‘내 것과 네 것’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전투적인 관념이 아닌 상호의존적 방식의 공존지향형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첫째로 내 것을 빌려 쓴다는 렌탈리즘이다. 과거 세대는 돈이 없으면 소비를 줄여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최근의 젊은 세대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아무리 어려운 불황이라도 무조건 아끼기보다는 현재의 소유와 동일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 렌탈소비가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엔 렌탈 가능한 제품이 생활용품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렌탈이 새로운 수익모델로 부상하면서 많은 기업들은 소비자들을 끌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우리보다 렌탈리즘이 훨씬 앞선 선진 여러 나라에서는 금융권역을 비롯한 주방기물의 중고품 대여 사이트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둘째로 내 것을 공유한다는 쉐어리즘이다.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내 것은 가져도 남의 것은 못 갖는 배타적 시스템이라기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남들도 가지고 있고,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나도 가질 수 있는 협력적인 공유소비이다. 2012년 9월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한 서울시는 주차장, 책, 주거공간, 빈방, 자동차 등 다양한 물건 등을 공유하면서 도시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또한 전 세계여행객을 대상으로 집과 빈방을 빌려주는 신종 글로벌 민박 ‘에어BnB’는 2초당 한 건씩 예약하는 진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런가 하면 SNS와 스마트폰을 통해 초연결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중계를 중심으로 한 쉐어리즘은 하나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셋째로는 내 것을 기여한다는 도네이즘이다. 즉 내가 필요한 것을 애써 내놓는 희생적 개념의 기증이 아니라, 서로에게 윈윈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개념이다. 나에게는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는 일이지만, 꼭 필요한 누군가에게는 유익한 도움이 될 수 있는 협력경제 방식인 셈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빌려 쓰고, 같이 쓰고, 나눠 쓰면서 비단 소유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기쁨과 행복의 향유를 할 수 있다면 어떠한 경우라도 과감하게 실행하는 시대이다. 물질의 소유를 지양하는 소비자들은 심리적인 공허함을 사람과 물건, 정보와의 향유를 통해 달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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