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세계문화유산 등재·산업화 위해 노력”
“막걸리, 세계문화유산 등재·산업화 위해 노력”
  • 식품외식경제
  • 승인 2013.11.0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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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 (사)막걸리협회 회장
품질 향상·제품 다양화·고급화 통해 식품·문화 산업으로 발전 필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많은 이들은 막걸리의 침체, 혹은 위기를 말한다. 2년 전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히트 상품으로 일본 등 해외에서 붐을 일으켰던 막걸리가 부진하다는 시선을 받는 와중에 올해 9월 사단법인 설립 인가를 받은 막걸리협회(회장 박성기 우리술 대표)의 등장은 의미심장하기까지 하다.

막걸리 부흥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짊어진 막걸리협회의 박성기 초대 회장은 ‘우리에겐 막걸리의 DNA가 흐른다’며 막걸리의 재도약을 자신했다.

2014년 창업 20주년, ‘2013 우리술 품평회’ 살균막걸리 부분 대상 등 중견 막걸리 기업인 ‘우리술’의 대표이기도 한 박 회장은 인터뷰 내내 자사에 대한 얘기는 정중히 거절하며 막걸리협회와 막걸리의 부흥을 위한 고민과 계획에 대해서만 열정적으로 풀어나갔다.

▲ 막걸리협회의 설립 취지와 목적은 ?
- 막걸리는 한일 강제 병합 이후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100여 년간 사실상 암흑기나 다름없는 세월을 보냈다.

막걸리는 쌀과 더불어 3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00년 전만 하더라도 집집마다 막걸리 등을 빚는 가양주(家釀酒) 문화가 있었다.

그러나 일제가 세금을 걷기 위한 수단으로 주세령을 제정해 허가된 공장이나 시설에서만 양조할 수 있게 하고 가정에서는 이를 금지시키면서 막걸리가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또 불과 10년 전만 해도 허가받은 곳에선 막걸리의 제조를 독점하다보니 산업으로 발전할 수 없었다. 지역 판매 제한으로 인해 주변 지역에서만 판매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했고, 질 낮은 재료 사용으로 제품의 질도 담보하지 못하게 되면서 막걸리에 대한 이미지도 하락하는 폐단을 불러왔다.

이후 지역 판매 제한이 풀리면서 본격적인 경쟁 체제가 시작돼 시장에서 품질 경쟁이 벌어지고 지역마다 규모를 갖춘 막걸리 양조 기업이 생겨났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막걸리를 규제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식품 산업, 문화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막걸리라고 하지만 정작 대표로 내세울 수 있는 막걸리 제품은 없고 브랜드화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막걸리를 위스키, 와인, 소주, 맥주처럼 브랜드화하자는 업체와 단체들이 뜻을 모아 막걸리의 문화 산업화와 세계화를 위해 막걸리협회를 설립하게 됐다.

협회를 구심점으로 가평 잣, 남해 마늘 등 각 지역마다 특화된 작물과 융합해 지역 특산품으로 차별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막걸리를 만드는 과정 자체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산업화할 수 있다.

▲ 협회 설립 인가 후 처음 맞이한 올해 막걸리의 날 행사는 어디에 중점을 뒀나?
-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막걸리의 날 행사는 막걸리협회가 사단법인으로 인가받기 전부터 협회에 참가하고 있는 업체와 단체들이 주관해 왔었다.

올해는 막걸리협회가 출범하면서 공식적으로 막걸리의 날 행사를 주관하게 됐다. 이번에는 국민이 막걸리의 날을 인식할 수 있도록 중점을 뒀다.

햅쌀 막걸리를 출시하고 다양한 막걸리 행사 등을 통해 막걸리를 돌아보게 하고, 한번쯤 막걸리를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뜻에서 올해 막걸리의 날 행사를 진행했다. 또 가격 할인행사, 행사 참가 주점을 통해 전국 팔도의 다양한 막걸리를 알리고자 노력했다.

이 외에도 막걸리 위크, 막걸리 세미나를 비롯해 막걸리의 세계화를 위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방송과 신문 등이 막걸리가 침체를 겪고 있어 우울하다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막걸리가 붐이 일어났던 당시에는 거품이 다소 있었지만 이제는 막걸리 자체가 소주와 맥주와 더불어 주류의 하나로서 자리를 잡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품질 향상, 제품 다양화, 고급화를 통해 막걸리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예를 들어 100% 경기미 막걸리, 무첨가 막걸리, 전통방식으로 복원한 막걸리 등 다양한 막걸리가 나오면 제2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부터는 막걸리 산업이 좀 더 풍성해지고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할 것이다.

▲ 수출이 감소하는 등 막걸리가 침체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 막걸리가 처한 지금 상황을 침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막걸리의 점유율이 2~3%에 불과했다.

2010년대 들어 한때 12%에서 지금은 10%로 막걸리의 점유율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제는 전국 어디서든 막걸리를 구입하거나 식당에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

점유율을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경쟁력이 있고 다양한 제품이 나온다면 막걸리의 점유율이 20~30%대로 진입해 대중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막걸리 침체는 일종의 기저효과로 막걸리 붐이 일면서 수출이 200~300%나 급격히 증가하자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해 제품을 쏟아냈다가 매출이 부진해지면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아직도 막걸리 전문기업들은 꾸준히 품질 유지와 제품 개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수출 다변화에 힘쓰면서 수출 국가도 많이 늘었다. 중국,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남미 등 전 세계에 막걸리가 수출되고 있다.

 

▲ 막걸리뿐만 아니라 전통주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를 위한 정책이나 지원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듯이 술 산업도 향후 100년을 바라보는 거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지난 100년간 정책이나 지원 없이 막걸리를 규제 대상 혹은 세금을 걷기 위한 세원(稅源)으로만 바라봤다.

술 산업은 인위적으로 캠페인을 벌인다고 활성화되는 게 아니라 기초 바이오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효모 연구, 균주 개발 등을 위해선 기본적으로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 산업 발전을 위해 막걸리 학과가 대학에 개설되거나 막걸리 전문 연구기관이 나와야 한다.

또 외식, 관광 산업 등과 연계해 6차 산업화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장기적인 전망으로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인위적인 부양책 일변도가 아니라 앞서 밝혔듯이 기초 바이어산업이라는 인식으로 정부가 정책을 전개해주길 바란다.

또 막걸리 업계에서는 방송을 비롯한 언론들이 막걸리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긍정적인 부분을 표현하고 부각시키는데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실제로 막걸리는 흥을 돋우는 술로 흥이라는 우리 민족 정서와 문화에 어울리는 술이다. 한국인에는 막걸리의 DNA가 있는 셈이다.

▲ 막걸리 등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완화되거나 철폐돼야 할 규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예를 들면 제품 표시 제도를 들 수 있다. 즉 막걸리 라벨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국세청, 농산물품질관리원, 식약처,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환경부 등 6개 부처의 규제를 일일이 받아야 한다.

만약 관련 법령 가운데 하나라도 바뀐다면 그때마다 라벨 전체를 바꿔야 하는데 이를 통합해 관리할 수 있는 제도나 방안이 필요하다.

규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들이 막걸리를 싸고 저급한 술이라는 인식도 변화돼야 한다. 사실 막걸리는 재료 원가가 많이 들어가는 술이다. 막걸리에 부과되는 주세(酒稅)는 5%로 그만큼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또 주류는 미성년자 보호를 이유로 주류의 통신판매가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전통주와 다른 주류와는 차이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명인이 만드는 전통주, 지역 특산 전통주는 통신판매를 허용해 유통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냉장을 유지하는 용기 포장이나 신속한 배송으로 막걸리의 통신판매는 충분히 가능하다.

▲ 해외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 막걸리가 재도약하기 위한 경쟁력 제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현대에 맞춰서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소비자 의식에 맞춰 발전할 필요가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새로운 실험에 나서 저도막걸리를 출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아가 젊은 연령층이나 여성 등 다양한 소비계층의 입맛부터 일본, 중국 등 해외 각 나라의 기호에 맞는 술을 개발하는 등 업체가 품질관리와 함께 제품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와 함께 먹을거리와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서 막걸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끊임없는 연구 개발(R&D)이 필요하다. 막걸리 생산 업체가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연구비에 대한 세제나 개발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막걸리협회의 활동과 사업계획은?
- 막걸리는 수천년의 역사를 가졌음에도 일제강점기 주세 정책으로 인해 전통이 단절됐다가 다시 붐이 일어났다. 이 같은 붐이 지속되고 막걸리가 역사와 전통에 맞게 제자리를 잡도록 협회가 노력할 것이다
.
막걸리와 각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사업에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해 품질 향상과 다양화, 고급화함으로써 막걸리가 저급한 술이 아니라 우리 문화, 역사와 같이하는 술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 협회 역할이다.

나아가 막걸리를 세계화해 위스키, 와인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술이 되도록 장기적으로 각 업체별로 품질을 규격화하고 프랑스의 AOC제도(원산지 품질 관리 제도)처럼 일정 수준 이상 퀄리티를 보장해 수출에 도움이 되도록 성장해야 한다. 특히 막걸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힘쓸 것이다.

맥주도 초기엔 걸쭉한 형태였지만 시대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변화했다. 반면 효모와 재료가 되는 곡물까지 마실 수 있는 형태로 원형이 보존된 형태의 술은 막걸리뿐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지금까지 여러 차례 회의는 물론 포럼도 준비하고 있다. 막걸리가 흥과 함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술로 자리 잡도록 협회가 노력하겠다.

박장희 기자 jang@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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