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염장 발효음식에 대한 역사 인식
[월요논단] 염장 발효음식에 대한 역사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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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1.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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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중국문헌에서 동이족(東夷族)은 주로 조선(朝鮮)의 고대민족을 지칭한다. 중국 고대사에서 동이족은 한족(漢族)과 대등한 세력을 행사했던 거대 민족으로 중국문명의 이른 시기에 주도적 역할을 해온 민족으로 묘사되어 있다.

동이(東夷)는 동방에 큰(大) 활(弓)을 메고 다니는 민족이라는 뜻으로, 한족이 주변 민족들을 폄하하여 서융(西戎, 창), 남만(南蠻, 벌레), 북적(北狄, 개)으로 부르는데 예외적으로 동이족에 대한 기술은 중원지방의 선주(先住) 토착민임을 암시하고 인자하며 온후한 덕성과 도리를 분별하는 문화민족으로 표현하고 있다.

후한서(後漢書)의 총론서문에는 “예기(禮記) 왕제편에서 말하기를 동방을 가리켜 이(夷)라 하는데 뿌리를 뜻하며 성품이 어질어서 살리기를 좋아하고 만물이 땅에서 뿌리를 박고 태어나며, 천성이 유순하여 도(道)로써 다스리며, 마침내 군자불사(신선)의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공자도 논어에서 구이(九夷)땅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였다.”라고 적고 있다. 한단고기(桓檀古記)의 기록들도 기원전 7천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동북아의 맹주 한민족의 잊혀진 역사를 이어놓으려는 노력이라고 이해된다.

우리의 선조 동이족이 동북아 국가형성기(기원전 3천년경)에 이 지역의 엘리트 집단으로 군림하여 동아시아 문화의 기초를 놓을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식량 생산기술과 저장 조리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한반도 구석기시대 주거지에서 쌀, 피, 기장, 콩의 화분이 발견되고 이른 신석기 유물에서 토기가 발견되어 이 지역이 동북아 발효문화의 기원지임을 깨닫게 한다. 토기를 사용함으로써 바닷물에 푸성귀를 절여 김치를 만들었고 생선을 절여 젓갈을 만들 수 있었다. 젖은 곡물과 뿌리를 토기에 보관하던 중 곰팡이가 자라 누룩이 되고 술이 되었다.

한반도에서 원시토기문화(기원전 8천~3천년)를 꽃피웠던 동이족은 발효기술의 발전으로 식량의 장기 저장이 가능했고 토기에 끓여 먹는 조리법을 개발하여 위생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기원전 2천년 전후에는 이 지역에서 콩을 식용으로 사용한 흔적이 뚜렷하며 오랜 전통의 발효기술이 장류발효 기술로 발전하여 단백질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해진다.

동이족이 이룩한 식품저장 조리기술의 발달로 인구는 빠르게 증가하였고 체구와 체력이 주변 민족보다 월등해 지면서 동북아의 지배세력이 된 것이다. 이러한 영양인류학적 추론은 고조선이 중국의 고대국가 하(夏), 은(殷), 주(周)를 앞서는 동북아 국가형성기 초기의 국가였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우리는 지금도 투박한 토기에 부글부글 끓는 된장찌개를 밥상에 올려놓고 먹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특이한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간장, 된장 발효기술을 중국과 일본에 전파하여 동북아시아의 두장문화를 열었으며 동아시아 음식맛의 뿌리를 만들었다. 토기에 찌개를 끓여먹으면서 이른 시기에 소금 제조기술을 개발했고 젓갈 제조기술을 발전시켜 동남아에 전파함으로서 동남아 어장문화의 태동에 기여했다.

최근 우리의 전통 발효음식인 장류, 젓갈, 김치에 대한 안전성 시비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서구화된 음식으로 배불리 먹다보니 비만과 각종 성인병으로 건강을 잃게 되고 자연히 먹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래서 수 천년을 먹어온 염장발효 음식에 식염이 많다거나 본질을 모르고 그 가치를 훼손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발효음식 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해 보면 우리의 염장 발효음식은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역사인식 속에서 경외감을 가져야 할 고귀한 가치임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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