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철음식 다시 보기
겨울 제철음식 다시 보기
  • 관리자
  • 승인 2013.11.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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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농심 R&D 식문화연구팀 팀장
올 여름 회사 근처에 쌈밥집이 개업했다. 맛과 서비스, 가격대비 만족도가 비교적 높았다. 어쩌다 점심시간에 한번 가면 어김없이 밖에 줄 서서 대기하는 손님들이 장사진을 이루었다. 그런데 11월이 되면서 예전보다 손님이 확 줄었다. 계절적인 영향을 받는 것이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자연히 따뜻한 국물 음식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비오는 날 생각나는 얼큰한 짬뽕, 추운 날의 따끈한 잔치 국수, 한 겨울의 뽀얀 국물의 떡국. 모두 추워지는 날씨와 코드가 맞는 음식들이다. 날씨 변화에 따라 나도 모르게 당기는 음식이 있고, 그 코드에 맞게 발달한 우리 음식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구성 원리는 무엇일까?

겨울철 음식의 구성 원리

겨울철 음식의 구성 원리를 우리 전통 음식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동양건강 이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선 겨울 환경변화에 대한 특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겨울은 바람이 차고 매서우며, 땅은 얼어붙고, 만물은 모든 것을 거두어 저장하며, 차갑고, 엉기고, 막히게 하는 기운을 가진 한사(寒邪)가 지배하는 계절이다.

두 번째, 겨울 인체 내 장기의 활동변화를 고려했다. 겨울은 신(腎)의 절기(節氣)로 보았다. 수축하려는 성질을 가진 신(腎)의 기운이 왕성해지므로, 인체의 양기(陽氣)가 손상받기 쉽다. 또한 피부 모공을 닫아 음정(陰精)을 저장하려 하고, 한사(寒邪)의 영향으로 호흡기질환을 유발 또는 가중시킬 수 있다. 겨울의 기운은 특히 신(腎)과 관련이 있어 순환기와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겨울철 인체의 생리적응을 도와주는 음식의 작용과 쓰임새를 살폈다.
식재료의 성미(性味)와 귀경(歸經) 이론을 근간으로 음식을 구성하는데 그 원리를 적용시켰다. 겨울의 장기인 신기(腎氣)의 작용이 치우치지 않도록 조절하기 위해 반대 작용을 하는 함미(鹹味)를 적절히 섭취하도록 했다. 함미의 부드럽게 하는 작용으로 신의 기능이 원활히 되도록 조절하는 것이다. 또한 겨울에는 음한(陰寒)의 기운이 지배적이므로 찬 기운을 제거하여 양기(陽氣)를 보호할 수 있는 따뜻한 성미의 음식을 섭취하도록 했다. 환경의 찬 기운으로 인한 인체 내 영향을 음식의 따뜻한 기운으로 조절하려고 한 이치이다.

이와 같은 음식의 구성 원리가 우리 음식문화에 녹여져 전래되고 있다. 요리 연구가 김숙년 선생이 쓰신 요리책인 ‘600년 서울음식’(2001년)을 살펴보아도 가을, 겨울철 음식에서 제시되는 따뜻한 국물 음식의 종류가 봄, 여름철 음식에 제시되는 것보다 2배 정도 더 많다. 우족탕, 굴국, 사골탕, 쇠골탕, 곰탕, 토란탕, 선짓국, 어글탕, 떡국, 꼬리곰탕, 도가니탕, 황태콩나물국 등 요리책에서 언급된 가을, 겨울철 따뜻한 국물 음식들이다. 추운 날씨 변화에 우리 몸이 본능적으로 요구하는 음식들이기도 하다.


겨울철 환경변화·인체의 변화를 이해

겨울 음식은 따뜻한 성질을 가지면서도 인체의 기운을 너무 흩어지지 않게 하며, 뜨거운 성질을 가지면서도 건조하지 않게 구성한다. 또한 너무 기름진 음식을 피하여 신장의 기운이 손상되지 않도록 했다. 특히 겨울은 다른 계절에 비해 몸을 보양하기 좋은 때다. 허약한 사람이라면 살찌우기 좋은 계절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양건강 이론을 바탕으로 겨울철 환경변화, 그에 따른 인체의 변화를 이해한 후 인체가 이런 환경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식재료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바로 우리 전통 제철음식의 다시 보기가 아닐까?

2013년에도 어김없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겨울을 잘 지내기 위한 보양음식(保養飮食)이 잡지와 방송의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식품 및 외식산업에서도 갖가지 아이템으로 오늘도 우리의 건강과 입맛을 유혹한다. 이 겨울에도 건강하고 즐겁게 나누는 우리 음식문화의 지혜로,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건강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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