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꽉 찬 열매가 좋은 열매다
속이 꽉 찬 열매가 좋은 열매다
  • 김상우
  • 승인 2013.12.02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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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크라제인터내셔날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업계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당기순손익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지난해에는 재정 악화로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져 어느 정도는 예상됐던 일이다.

크라제버거는 ‘고급 수제버거’라는 포지셔닝으로 기존 패스트푸드 브랜드의 버거보다 2~3배 이상 비싼 가격에도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특히 2000년대 중반에는 코엑스몰의 맛집으로 인터넷 블로그를 물들였으며, 고객들은 웨이팅의 번거로움도 마다하지 않았던 곳이 바로 크라제버거다.

그러나 과거의 영광을 한 때의 기록으로만 남게 한 크라제의 현 상황에 대해 수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인한 재정악화를 주된 요인으로 분석한다. 물론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들의 분석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크라제가 쇠락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모태 브랜드의 내실다지기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3천원 내외의 저가에 햄버거는 물론 음료와 감자튀김까지 먹을 수 있는 기존 프랜차이즈를 뒤로하고 1만원 안팎의 비싼 크라제버거를 찾는 것은 수제버거라는 ‘프리미엄’을 소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크라제는 가맹사업을 진행하며 서비스에 대한 고객만족도를 유지하는데 실패했고, 홈쇼핑 진출과 소셜커머스 프로모션은 크라제의 프리미엄을 떨어뜨렸다.

홈쇼핑이나 소셜커머스를 활용하는 기업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는데,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영업의 타깃 고객은 모두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미 소셜커머스 쿠폰을 통해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한 경험이 있는 고객이 재구매 시 흔쾌하게 정가를 지불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 그렇다고 소셜커머스 프로모션을 빈번하게 진행한다면 브랜드의 이미지는 더욱 하락한다. 이것이 바로 소셜커머스의 딜레마다.

미국 뉴욕에 쉐이크쉑이라는 버거전문점이 있다. 현지인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쉐이크쉑에서는 버거 하나를 테이크아웃하기 위해 30여 분 이상을 웨이팅 라인에 서있어야 한다. 그러나 쉐이크쉑은 그 넓은 미국 내에서도 고작 2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쉐이크쉑의 인기를 고려하면 턱 없이 적은 숫자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메뉴와 서비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자 적당한 웨이팅으로 소비 심리를 더욱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쉐이크쉑은 외형 확장보다는 내실 강화를 통해 꾸준히 성장하는 길을 택했다.

동네 구멍가게로 남을 심산이 아니라면 투자와 사업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사업 확장을 위한 활동이 모태 브랜드를 등한시하는 결과가 된다면 기업의 존속이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뛰어난 경쟁력으로 국내 수제버거 시장의 역사를 장식했던 크라제의 오늘을 통해 기업이 가장 먼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내실다지기라는 사실을 새겨야 할 것이다.

임윤주 기자 lyj1188@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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