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급식 상생, 겉 다르고 속 달랐나
정부의 급식 상생, 겉 다르고 속 달랐나
  • 김상우
  • 승인 2013.12.09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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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기업 관계자를 만나 구내식당 입찰과 관련된 얘기를 듣다보니 급식 입찰이 브랜드 파워에 좌지우지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 사실 급식뿐만 아니라 외식이나 식품 등 먹을거리와 관련된 사업에서 브랜드 파워는 무시 못 할 요소다.

그러나 급식 입찰의 핵심요인이라 말할 수 있는 서비스와 품질 등이 브랜드 파워보다 못하다면 이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예전에 한 중소업체가 구내식당을 맡았을 때 서비스나 품질 면에서 매우 흡족해 연장계약을 체결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윗선에서 이름 있는 대기업이 구내식당을 맡아야 되지 않겠냐는 의사에 따라 대기업으로 교체됐고, 식당을 맡은 대기업은 이전의 중소업체보다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전한다.

중소업체도 비슷한 토로다.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업체 규모가 얼마나 되냐, 혹은 최대 식수를 얼마나 맡아봤느냐를 입찰 기준으로 제시하다보니 서류조차 내밀 수 없다”며 “그러다보니 좋은 매물이 아무리 많이 쏟아지더라도 중소업체는 그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지난해 공공기관 구내식당 대기업 입찰 배제를 추진했던 기획재정부마저 편협한 시각을 보인다는 것이다. 기재부 한 관계자는 공공기관 구내식당에서 중견업체의 쏠림 현상이 심해 정책의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을 두고 “터놓고 말해 이름도 없는 급식업체들이 어떻게 대규모 식수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고를 수 있는 것처럼 급식도 좋은 품질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다”고 중소업체를 한참이나 낮게 봤다.

물론 체계적인 인프라 확보와 다양한 메뉴개발 등 규모의 파워로 승부하는 대기업이 중소업체보다 우월할 수 있다. 허나 중소업체라고 대기업과 그렇게 큰 차이가 날까? 역으로 중소업체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할 수 없는 부분을 구사할 수 있는, 즉 특화된 경쟁력으로 시장에서 견고한 입지를 쌓아가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이러한 사실들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한쪽으로만 쏠려버린 좁은 시야는 애초 급식업계의 상생이란 거창한 명목들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었냐는 강한 의구심을 들게 한다. 처음부터 동반 상생은커녕 여론을 의식한 우겨넣기식 정책이란 확신마저 들게 할 정도다.

박근혜정부가 급식업계의 진정한 발전을 원한다면 아예 건드리지 말고 시장 논리에 맡겨버리든지, 개입할 것이라면 딱 부러지는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 것이다. 지난 과거가 숱하게 증명하듯 애매모호한 수단들의 남발은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씁쓸한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

사실 대다수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의 공공기관 입찰 배제와 같은 정책들을 원하지 않는다. 입찰부터 들어갈 수 없게 막아 놓는 높은 문턱의 허물기와 서비스와 품질만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업체 간 무기명 입찰의 유도, 시설 투자비를 제외한 순수 비용만으로 경쟁할 수 있게 하는 바람직한 환경 조성, 혹은 리베이트를 철저히 막아 짜고 치는 고스톱이 되지 않게 하는 공정함을 원하지 않을까. 아마도 이러한 환경이 펼쳐진다면 중소업체 모두가 쌍수 들고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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