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G가 유해하다? 천일염은 전통 소금? 사실 아냐”
“MSG가 유해하다? 천일염은 전통 소금? 사실 아냐”
  • 김상우
  • 승인 2014.01.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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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MSG는 정말로 인체에 유해한가? 지난해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에서 MSG 사용 여부에 따라 ‘착한식당’을 선정하면서 때 아닌 논란이 벌어졌다.

MSG를 사용하지 않는 외식업소를 착한식당이라 부른다면 나머지는 모두 ‘못된 식당’이냐는 반발도 나왔다. 이는 또 외식업소 전체를 싸잡아 폄훼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과연 MSG 논란의 합리적 결론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이덕환 서강대 교수를 찾았다. 이 교수는 MSG의 무해성, 천일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 등 식품에 대한 정확한 사실과 정보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 과학자다.

유명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이 교수를 ‘식품과 관련해 가장 솔직하게 말하는 올곧은 과학자’라고 평할 정도다. 이 교수는 먹을거리와 관련해 ‘우리가 경계할 것은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먹을거리의 ‘기능성’에 집착한 나머지 우리에게 영양을 공급해 생명을 영위하게 해주는 먹을거리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이 교수로부터 식품에 대한 오해와 왜곡된 신화에 대한 신랄한 지적을 들어봤다.

▲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G를 공식적으로 안전하다고 밝혔는데도 MSG에 대한 거부감이나 경계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유독 우리나라는 식품안전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합니다. 그 책임은 크게 기업과 정부, 전문가, 언론에 있습니다. 식품기업들이 대부분 영세한 규모에서 출발하다보니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또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정부가 식품안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생긴 지 20년밖에 되지 않았고 식품안전 업무가 정부, 사법기관 등에 분산돼 있어 식품안전 업무와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식품안전에 관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또는 소비자가 언론 보도를 통해 쏟아지는 왜곡된 정보에 마구 휘둘리고 있습니다. 언론이 국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짚어내는 것이 아니라 황색저널리즘에 빠져 선동적인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 MSG 논란도 식품에 대한 오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데요.
- MSG(글루탐산나트륨)는 1908년 이케다 기쿠나에 동경대 화학과 교수가 다시마에서 추출하는 방법으로 처음 개발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아지노모토로 소개됐는데 당시엔 설탕보다도 훨씬 비싼 조미료로 부유층에서만 사용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인 1956년 동아화성, 원형산업 등 10여개 기업에서 밀을 산분해공법으로 제조한 조미료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1963년 미원과 미풍이 사탕수수의 당밀을 발효시키는 공법으로 제조한 MSG로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1970~1980년대 들어 성장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 때만해도 MSG는 부유한 가정에서 음식을 맛있게 먹기 위해 사용하는 등 당시엔 거부감이 없는 고급조미료였죠.
그런데 조미료 생산 기업들이 광고 경쟁을 펼치면서 화학조미료, 인공조미료 논란이 시작됩니다. 특히 1993년 12월 럭키식품이 ‘맛그린’ 제품을 들고 나오면서 MSG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당시 맛그린 광고에서 MSG를 ‘화학조미료’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로 표현했죠.

맛그린의 성분은 핵산계 조미료로 아미노산계 조미료인 MSG와 맛이 같습니다. 즉 핵산계 조미료인 맛그린이 아미노산계 조미료를 평가절하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가 바로 화학조미료입니다.

식품위생법과 식품첨가물공전에 ‘화학적합성품(분해 외의 화학 반응로 얻은 물질)’이란 과학적 근거가 있는 표현 대신 과학적으로 전혀 성립될 수 없는 화학조미료라는 단어로 인해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습니다.

식품회사들이 화학조미료라는 정체불명의 단어를 거둬들이는 대신 무(無)MSG라는 편안한 길을 가면서 부잣집에서 썼던 조미료가 건강을 해치는 나쁜 조미료로 전락하게 된 것입니다. 여기에 일부 식품기업과 종편을 비롯한 언론이 있지도 않은 문제를 만들어내고, 정부와 식품과학 전문가들은 무기력하기만 했습니다.

즉 MSG의 안전성 여부가 아니라 식품기업과 식당의 윤리 문제가 핵심입니다. 뼈를 고아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육수와 MSG로 만든 육수 가격이 똑같다면 문제인 것이죠. 5천원짜리 냉면을 만들고선 전통적인 방식을 썼다며 1만원을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 선택권을 줘야 합니다.

▲ 천일염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정확하게 알리는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 소금과 관련해 가장 많이 혼란을 겪는 부분이 미네랄입니다. 미네랄은 광물질로 칼슘과 나트륨 등을 일반적으로 통칭하는 용어입니다. 대표적인 미네랄이 염화나트륨, 즉 소금이죠.

그런데 천일염에는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냐면 광물질에 광물질이 들어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돌 속에 돌이 많이 들어있다는 의미로 표현 자체가 모순입니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쓴맛을 내는 마그네슘을 빼기 위해 습한 곳에 천일염을 보관하고 간수인 염화마그네슘을 빼는데 천일염이 미네랄이 많다고 하면서도 마그네슘이란 미네랄 성분을 빼고 있는 것입니다. 불순물을 오랜 시간 동안 제거하는 것인데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

화학적 처리 방법을 쓰면 1~2일 걸리는데,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간수를 빼고 있는 것이죠. 또 천일염은 전혀 통제가 안 되는 노출된 곳에서 생산됩니다. 갈매기 등 조류의 배설물, 간수, 기타 불순물 등이 함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게랑드소금이 유명한 이유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엄격한 품질 관리기준이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는 그런 기준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 우리나라의 천일염을 특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우리는 단순히 바닷물을 가둬 천일염을 만듭니다. 또 벽돌이나 진흙, 비닐장판을 깔아놓은 염전에서 천일염을 만들고 있습니다. 서해의 바닷물을 정제하는 시설은 염전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 게랑드소금만 거론하면 안 됩니다.

특히 천일염은 우리의 전통 소금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나라 염전은 일본이 대만의 염전을 흉내 내 1910년부터 인천 등지에 만든 게 처음입니다. 불과 100년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천일염을 전통 소금인양 왜곡하면 안 되는 것이죠.

우리의 전통소금은 무쇠가 아닌 흙가마에 끓여서 만든 자염입니다. 고려시대부터 정부가 관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천일염 운운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죠. 정말로 천일염을 특화시키려면 게랑드 염전의 품질관리 기법을 배우고 벤치마킹해서 그것보다 더 좋은 소금을 생산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생산 과정에서 바닷물을 살균하고, 부유물을 침전시켜 불순물이 섞이는 걸 막고 이를 걸러내는 시설을 만든 다음 한국식 천일염을 제대로 만들어야 합니다.

▲ 낙지머리(몸통)에서의 중금속 검출, 라면 벤조피렌 등 잊을만하면 식품 관련 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벤조피렌 사건은 가다랑어포(가츠오부시)를 생산하는 어느 업체에서 생긴 문제입니다. 훈제하는 과정에서 온도를 너무 높게 설정해 가다랑어포가 타면서 벤조피렌이 발생해 재료가 오염된 것입니다. 이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가 적발돼 관련 업체 대표가 처벌받았습니다.

문제는 처벌하기 직전까지 오염 제품의 상당량이 라면회사로 납품돼 스프 제조에 사용된 것입니다. 오염 제품의 사용 사실을 발견했을 때 최선을 다해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사용하지 않도록 요구했어야 했는데 현실과 타협했습니다. 이 부분부터 당시 식약청이 잘못했습니다. 다른 제품과 섞으면 오염도가 줄어들 것이란 안이한 생각도 한 몫 했고요.

오염된 재료가 유통되지 못하도록 막았어야 했고, 뒤늦게 유통 과정에서 발견됐으면 해당 기업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식약처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식품안전에 있어 믿을 곳은 식약처입니다. 우리가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나 음식점을 이용할 때 직접 확인할 수 없습니다.

식품의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한 책임을 식약처에 맡긴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식약처의 권위를 인정하고 만들어줘야 합니다. 식약처도 전문성으로 권위를 바로 세우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물론 식약처가 합리적으로 활동하는가 감시해야 하지만, 언론은 불필요하게 식약처의 권위를 훼손하는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 정부는 안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 원전 사고와 관련해 수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라고 보십니까?
- 이 문제 역시 식약처가 확실하게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안심하라고만 했지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의혹이나 식품기업과의 뒷거래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방법은 식약처가 자기의 권위를 스스로 찾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물론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식약처가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러나 냉각수 누출 사고가 터졌을 때 이미 다른 나라는 수입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우리는 뒤늦게 조치를 취했습니다.

또 위험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 식약처의 전문성이 부족합니다. 식품 유해성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 100% 안전한 식품을 유통되게 하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누구나 먹어도 안전한 음식이나 식품은 없습니다. 100% 안전하다는 것은 우리의 기대 상황이지 현실화될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100% 안전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비행기를 이용하고 있는 이유는 정부가 비행기 안전을 위한 조치를 굉장히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멀쩡한 비행기도 일정 시간 운행하면 분해해서 검사하기도 하고 운행을 멈출 때까지 정비 스케줄에 따라 정부가 관리하고 국제기구가 점검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심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식품도 누군가가 우리를 대신해서 음식점이나 가공식품을 관리해준다는 확신이 생긴다면 식품안전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식약처가 훨씬 더 가시적으로 활동해야 합니다.

▲ 친환경, 유기농 식재료를 비롯해 웰빙 등이 식품외식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요즘 방송이나 언론에서 신선하고 깨끗한 식재료를 써야 한다는 얘기를 마구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신선하지 않고 깨끗하지 않은 것은 버려야 할까요?

우리가 21세기를 살면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바로 먹을거리의 소중함입니다.

전 세계 인구가 70억 명에 육박하는데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으로 70억 명이 풍요롭게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저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루에 세 끼를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인구가 40억 명에 달합니다. 40억 명이 굶주리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만 신선하고 깨끗한 먹을거리를 먹거나 고집할 특권이 있을까요?

식품관련 과학자, 영양학자, 업계에서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먹을거리의 양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친환경이나 유기농을 강조하면 이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음식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자세와 습관이 잘못된 것입니다. 패스트푸드를 ‘정크푸드’라고 하지만 패스트푸드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세 끼로 그것을 먹는 습관이 나쁜 것입니다.

우리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먹을거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편식이나 과식과 같은 나쁜 습관을 지적하기보다 음식 자체가 나쁘다고 하는 것은 비겁한 자세입니다.

▲ 올바르고 똑똑한 식품외식 소비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식품외식기업과 업소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 지난 20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식품의 의미는 굉장히 많이 변화했습니다. 옛날에는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건강해지기 위해 식품을 소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식품의 기능성도 점차 강조되고 있습니다.

우선 식품전문 과학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식품과학자는 왜 확인되지 않는 기능성을 강조하는지 의문입니다. 심지어 기능성 쌀이라고 홍보하는 쌀집 주인도 처벌받는데, 확인되지 않은 불확실한 기능성을 강조하는 과학자도 처벌받아야 합니다.

1960년대 국가에서 혼분식을 강조했습니다. 당시 과학자들은 쌀은 영양학적으로 밀과 보리보다 못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지금은 서구에서 쌀을 기적의 다이어트식품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쌀은 영양학적으로 순수한 녹말덩어리입니다. 이것을 두고 ‘건강에 안 좋다’, ‘기적의 다이어트 식품이다’라고 하면서 과학적인 팩트를 다르게 포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맹목적으로 기능성을 추구하기보단 제값 주고 사먹기 운동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좋은 음식을 바라지만 가격이 저렴한 음식을 찾는 것은 모순입니다.

품질이 좋은 것은 제값을 주고, 싼 음식에 대해선 그 만큼 낮은 기대치를 가져야 하는 것이죠. 식당에서 내세우는 특정 메뉴가 어디에 좋다는 이상한 얘기를 맹목적으로 믿으면 안 됩니다. 21세기의 소비자들은 음식의 품질, 나아가 문화적 품질을 가릴 수 있는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정리=박장희 기자 jang@foodbank.co.kr
사진=이종호 기자 ez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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