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새해를 오게 해준 사람들
[외경시론] 새해를 오게 해준 사람들
  • 관리자
  • 승인 2014.01.1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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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들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고, 복을 바란다. 복을 기원하는 내용도 다양하다. 건강, 사업, 공부, 그리고 결혼까지.... 이런 소원들을 안고 바닷가에서 해맞이를 하는 사람, 신년 예배와 법회에 참석하는 사람, 파티를 여는 사람 등 다양하다. 그러나 역시 새해는 그냥 거저 온 것이 아니었다. 온 몸을 던져 지축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새해는 다시 밝았다. 이렇게 삭막하고, 몰인정한 세상 속에 촛불 한 자루처럼 스스로 생명을 불살라 빛을 밝히려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로 인해 새해는 다시 밝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의 눈먼 이기심과 메마른 인정으로 인해 새해는 영영 우리 곁으로 다시 찾아오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잠시 동아일보가 제정한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 소방업무를 맡고 있는 임석우 소방장. 1993년 소방 일선에 투입된 그는 화재로 인천대교와 일반도로를 연결하는 고가도로에서 23명이 탄 관광버스가 10m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뒤집혔을 때, 참혹한 현장의 버스 안으로 들어가 몸을 움직여 부상자들을 구해 냈다. 그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12명이 숨진 이 사고의 희생자는 더 컸을 것이다. 2012년 3월 인천 서구 검단동 지하철 공사장 차량 추락사고 당시 레펠 하강으로 중상자 2명을 또다시 구해 냈다. 그는 2006년 강원 지역 태풍 피해 복구를 지원했으며,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태 때는 가족과 함께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우수상을 받은 육군 6포병여단 서상인 소령(41). 작년 4월 20일 동두천 지역에서 진입하는 열차를 향해 투신자살을 시도한 지적장애 3급 남성을 발견하고 철로로 뛰어내려 목숨을 걸고 구조했다. 당시 사고로 서 소령은 무릎관절 십자인대 파열, 무릎 연골 파열 등 전치 8주의 큰 부상을 입었지만 치료를 마치자마자 즉각 부대로 복귀했다.

해양경찰의 최유란(32•여) 경장. 바다에서 불법 조업에 나서는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목포해양경찰서 경비함인 1509함 해상특수기동대에서 조타사 겸 통역요원으로 근무하는 최유란 경장은 중국어선 나포 작전에 투입돼 179척을 나포했다. 해상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로 침몰 위기에 놓인 선박 12척을 예인해 50여 명의 선원을 구조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나마 생존해 있는 사람들이었다. 경기 포천소방서 윤영수 소방장(33). 작년 2월 플라스틱 공장에 발생한 화재에서 2시간 사투 끝에 불길이 겨우 잡혔지만, 남아 있는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공장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건물이 무너져 순직했다. 2011년 결혼한 아내와 100일이 갓 지난 아들을 남긴 채. 경북 영주소방서 박근배 소방장(42). 그는 작년 5월 안동 임하호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산림청 헬기가 추락하자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유명을 달리 했다. 인천 강화경찰서 정옥성 경위(46세). 그는 자살자를 구하려다 바다에 빠져 순직했다.

순직한 사람들의 영결식은 그야말로 눈물겹다. 그들이 남겨두고 떠난 유족들 때문이다. 겨우 한 살, 혹은 서너 살 된 아이들은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다. 아이들은 영결식장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기 일쑤다. 자식이 험한 세상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걸 누가 원할까마는, 그들은 어린 생명을 남겨두고 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생각하면 이뿐이랴! 산마루 노숙인 학교와 청년학교를 운영하는 이주연 목사. 그는 노숙인들을 재활의 길로 이끌기 위해 몇 년째 땀 흘리고 있다. 노숙인들에게 농사지을 터를 제공하여, 그들로 고추와 배추 농사를 짓게 하고 그걸 팔 수 있도록 자활사업을 펼치고 있다. 또한 대학과 연계하여 이들에게 노숙인 대학 강좌를 개설하여 노숙인의 자존감을 회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작년에 농장의 쉼터에 큰 불이 났다. 시설이 까맣게 타들어갈 때, 그의 속도 까맣게 타들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위에서 다시 그는 희망을 짓고 있다.

이들이야 말로 우리에게 새해를 선물해준 사람들이다. 자신의 몸을 불살라 빛을 비추는 촛불 하나, 자신의 몸을 썩혀서 새로운 희망의 싹을 틔우는 밀알이 아니라면, 어찌 다시 새해가 우리 곁에 밝았겠는가! 이기심과 증오, 절망과 부패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말이다. 우리는 다시금 밝은 2014년을 맞으며 오직 사업과 경영, 돈벌이만을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다시 찾아온 새해는 너무나도 귀한 시간이다. 새해를 다시 오게 해준 사람들, 그리고 다시 새해를 오게 해줄 사람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해보자. 그리고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새롭게 새해를 살도록 하자. 이 마음이 우리들이 그들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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