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외식메뉴도 융복합, ‘크로스오버’
고정관념 깬 외식업계 융·복합 점점 늘어
고정관념 깬 외식업계 융·복합 점점 늘어
“저는 피자나 파스타가 먹고 싶은데 남자친구는 느끼하다며 선호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탈리안 메뉴를 먹을 땐 늘 다른 친구들과 왔었죠. 그런데 최근에는 전혀 다른 종류의 메뉴를 함께 판매하는 곳이 많아진 것 같아요. 남자친구와도 서로 좋아하는 메뉴를 한 자리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 굉장히 좋아요.”
짬뽕과 피자를 메인 메뉴로 하는 업소의 단골이라는 C 씨의 말이다. 그는 해당 업소의 장점으로 다양한 고객들의 취향을 반영했다는 점을 꼽으며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렇듯 이종 업종의 접목, 전혀 다른 메뉴의 융·복합이 외식업계에서 하나의 성공 키워드로 떠오르며 많은 외식 브랜드가 고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고 있다.
● 특정 인물 포커싱으로 고객 호기심 자극
외식을 하나의 문화라고 말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허기를 채우려는 목적만으로 외식업소를 찾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맛을 음미하고 서비스를 즐기고 매장의 분위기를 느끼며 오감만족을 추구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호기심을 자극해 고객들을 유인하려는 업계의 노력은 콘셉트의 융·복합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에 오픈한 오드리헵번 카페는 오드리헵번이라는 특정 인물을 카페에 접목해 매장에서 헐리우드 최고의 여배우이자 시대의 아이콘인 헵번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오드리헵번 카페가 매장 구성에 가장 공을 들인 것은 헵번과의 이미지 매칭이다. 이곳은 평소 가드닝을 좋아했던 헵번의 취향에 맞춰 벽 한 쪽에 실제 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로 매장을 신선하게 꾸몄다. 또한 매장에 전시돼 있는 찻잔 세트는 오드리헵번 재단에서 기증한 것으로 실제로 헵번이 생전에 사용했던 유품이다.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헵번이 생전에 거주하던 아파트를 모티프로 삼았다. 때문에 매장에 들어서면 밝고 따뜻한 조명과 원목 테이블이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내 마치 누군가의 가정에 방문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런 특징으로 헵번과 그녀의 영화를 사랑한 많은 한국 팬들이 이곳을 즐겨 찾고 있으며, 우연히 방문한 고객들도 오드리헵번에게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 카페에서는 오드리헵번 다이어리, 캘린더, 엽서 등 그녀를 추억할 수 있는 특별한 기념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메뉴 또한 헵번과 결부시켰다. 모든 커피 메뉴에 사용하는 크리스탈 마운틴 원두는 연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으로 평소 헵번의 취향을 반영했다. 커피 원두 중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제공해 반응이 좋다. 또 헵번이 자녀들에게 만들어주던 레시피를 응용한 오드리헵번 브라우니 역시 풍부한 초콜릿이 함유됐음에도 많이 달지 않은 맛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드리헵번 카페는 오드리헵번 재단과의 업무협약으로 재단이 한국에서 진행하는 행사나 사업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오드리헵번 카페의 가장 큰 경쟁력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드리헵번이라는 배우 자체가 시공간을 초월하는 팬덤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김효관 오드리헵번 카페 본부장은 “해외 박람회에서 미스터 빈이나 축구선수 펠레를 테마로 하는 카페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인물 포커싱 카페에 어울리는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오드리헵번 재단이 아시아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제안서를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헵번의 사회공헌 활동 역시 카페가 추구하는 이상과 맞아 떨어진다”며 “오드리헵번 카페의 해외 진출을 염두하고 있으며, 향후 어린이 관련 재단을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 층별 콘셉트 차별화로 시너지 효과
카페엠은 가벼운 음료나 고급 스테이크와 함께 음악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다. 매장에 들어서면 홀 앞에 마련된 소규모 무대가 눈에 띄는데, 평소에는 172인치 대형 스크린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음악관련 동영상을 상영하고 매주 금요일에는 오후 9시부터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1층에서의 동영상과 공연은 카페엠에서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추가 비용 없이 관람할 수 있다.
카페엠은 본래 공연장 기능에 중점을 두고 커피나 와인 등 공연과 함께 즐길만한 가벼운 음료를 제공하는 업소로서 시작했다. 그러나 공연을 관람하며 식사를 원하는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외부 캐터링 업체를 불렀다. 이후 뷔페식 제공으로 변경했으며 주방 시설을 완비하고 전문 셰프와 파티셰를 영입해 고급 코스요리까지 제공하는 현재의 형태를 띠게 됐다.
1층이 캐주얼한 분위기를 추구한다면 2층에는 여러 가지 콘셉트의 룸을 마련해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즈니스 모임이나 가족 행사 등 다양한 모임 예약이 이뤄지며 대관 행사 예약 시 모임과 고객이 원하는 공연의 성격에 맞춰 음식부터 아티스트까지 준비를 돕는다. 카페엠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한우 스테이크와 명란 오일 파스타다. 조리과정에서의 기교 없이 최상의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카페엠의 메뉴는 음악 공연만큼이나 고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철 카페엠 매니저는 “희귀한 공연 및 해당 공연의 준비 동영상 등을 선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DVD나 CD에 비해 자료가 부족한 것은 아쉬운 점”이라며 “그러나 그만큼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영상을 영화관 이상의 화질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점이 카페엠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 동네 병원 속 카페일까, 카페형 병원일까?
홍대에 위치한 제너럴닥터 카페는 병원과 카페를 융·복합한 이색적인 곳이다. 제너럴닥터 의원과 카페의 운영 주체는 다르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카페와 병원의 시너지를 내고 있다.
카페는 2~3층 모두를 사용하고 있으며 병원 이용고객이 아니라도 자유롭게 카페를 방문할 수 있다. 커피와 디저트뿐만 아니라 함박오덕스테이크와 제닥 카레, 돌아온 밥 등의 식사메뉴까지 구비했다. 맛있는 병원식은 여타 브런치 카페의 메뉴와 비슷하지만 샐러드가 풍부한 건강식이라는 의미와 카페의 특징을 살려 메뉴명을 지은 것이 인상적이다. 다만 운영에 있어 많은 종류의 식사 메뉴를 한 번에 제공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기간별로 메뉴 종류에 차이를 둔다.
진료실은 3층 카페 한 쪽에 마련돼 있는데 빈티지한 인테리어와 아기자기한 소품들로 채워져 테이블 위의 안내문구가 없다면 병원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진료과목은 내과,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이며 예약 고객과 생활협동조합원이 우선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에이티폭스는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영국의 애프터눈 티 문화의 전파를 위해 여성의 수다공간과 뷰티공간이 어우러진 티 카페를 론칭했다. 에이티폭스의 차 메뉴는 크게 자소엽차, 홍차, 귤피차 등 3종으로 나눠 해당 잎차를 활용한 라떼, 무알콜 칵테일, 펀치 등 다양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티 카페에서 판매하는 화장품 역시 동명의 브랜드다.
허브 잎을 원료로 활용한 자소엽차, 홍차, 귤피차 라인이 있으며 카페 메뉴와 화장품 라인의 통일을 꾀했다. 현재 홍대와 수서에 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장 한쪽에 자사의 화장품을 전시해놓고 판매해 카페 이용 고객들이 화장품 구매까지 하는 효과를 노렸다.
더불어 메뉴 주문고객에게 수정 메이크업을 무료로 해주고 전문 메이크업도 받아볼 수 있는 메이크업 카페인 카페 드 마카, 의류 매장 한 쪽에 카페를 마련한 크로스-오버, 카페에 자동차 쇼룸의 기능을 더한 커피빈 현대자동차여의도점 등 다양한 형태의 크로스오버 매장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 메뉴의 융·복합으로 고정관념을 깨다!
상극으로 생각했던 메뉴가 의외로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경우가 있다. 가까운 예로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자주 만들어 주셨던 간장 마가린 비빔밥이 해당되며, 탄산음료에 아이스크림을 넣어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얻은 맥도날드의 ‘맥플로트’가 또 다른 예다. 외식업계는 지금 고정관념을 깨는 의외의 음식궁합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짬뽕과 이탈리안 음식의 이색 조화를 자랑하는 니뽕내뽕은 짬뽕을 좋아하는 남성들과 파스타와 피자를 좋아하는 어린이 및 여성들이 한자리에서 원하는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고심 끝에 개발된 브랜드다. 가맹사업 7개월 만에 19개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승승장구하며 고정관념을 깬 메뉴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니뽕내뽕의 김현준 (주)제이테이블 대표는 “가맹사업을 시작하기 전 약 7개월간은 적자를 봤다”고 밝혔다. 메뉴 조합이 생소하다보니 사람들이 짬뽕과 이탈리안 음식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그러나 고객들의 재방문이 이어지고 입소문이 꼬리를 물어 결국 줄서는 맛집으로 거듭났다.
니뽕내뽕은 주문과 동시에 1인 1조리가 이뤄지기 때문에 음식의 신선도가 살아있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불맛을 살려 감칠맛을 더했다.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니뽕내뽕은 현재 글로벌 매장 오픈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또 최근 자매브랜드 격인 즉석떡볶이와 화덕피자전문점 니떡내떡을 론칭했으며 오는 6월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부대찌개와 스테이크의 조합을 선보이는 153포인츠는 외진 입지에도 불구하고 각종 블로그와 입소문을 통해 드라이브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용인의 맛집이다. 단순한 부대찌개전문점을 넘어 패밀리 레스토랑의 콘셉트를 접목해 매장 내에 별도의 카페 공간을 구성하는 등 가족단위의 고객이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다.
153포인츠의 특화 메뉴인 포인츠 부대찌개는 특허 출원까지 해 눈여겨 볼만한 메뉴다. 우유와 토마토, 브로컬리를 넣은 저염식 건강 부대찌개로 담백하고 고소하면서도 청량고추를 넣어 칼칼한 맛이 특징이다.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는 153스테이크는 부드러운 육질의 돼지고기에 은은한 숯불 향이 가미돼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치즈가 듬뿍 든 화덕 피자와 떡볶이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돌쇠아저씨네 화덕피자, 닭갈비와 떡볶이를 조합한 메뉴를 선보이는 청춘닭볶이, 비빔밥에 돈가스를 넣은 코바코의 돈까스비빔밥 등은 주로 단품으로 먹던 기존 메뉴를 융합해 새로운 맛의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임윤주 기자 lyj1188@foodbank.co.kr [인터뷰] 김기영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
“소비자 니즈와 함께 업소 매출도 고려해야”
김기영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외식업계에서 눈에 띄는 융•복합 현상이 소비자 욕구의 주기가 빨라짐에 따라 나타난 현상이라고 귀띔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욕구의 주기가 전보다 빨라짐에 따라 금방 식상함을 느끼는 것이죠. 그래서 하나의 특정한 공간이 아닌 복합적인 공간을 찾게 됐고, 이를 파악한 외식업계가 서로 다른 콘셉트나 메뉴를 크로스오버한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외식업계의 융·복합 형태 매장이 복합몰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각종 패션과 전자기기, 마트, 서비스 등 쇼핑 매장과 다양한 외식업소들이 한 데 모인 복합몰이 더 세분화·전문화됐다는 것이다.
“고객 입장에서 다양한 먹을거리나 즐길거리 등이 많아졌다는 것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업소 입장에서는 고객 체류 시간이 길어져 테이블 회전율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행을 좇아 무조건 융•복합 매장을 오픈할 것이 아니라 고객 회전율과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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