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대목의 실종, 케인즈 경제학을 본다
명절 대목의 실종, 케인즈 경제학을 본다
  • 김상우
  • 승인 2014.01.2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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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대목이란 말이 있다. 통상 시장 상인들에게 적용되는 이 말은 소비자들의 대량 수요로 반짝 특수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끝 모를 경기불황에 명절 특수는 이제 과거에나 통용된 말로 전락할 조짐이다.

설날을 앞두고 각 식품업체들이 출시한 선물세트에도 이러한 현상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각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중저가 제품을 전면에 배치했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못한 소비자들의 사정을 감안했을 때 중저가 제품만이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속사정이다. 전체 매출도 지난 추석 때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명절 대목을 논하기엔 뒷맛이 씁쓸하다.

케인즈 경제학에 따르면 장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완전고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실업의 요인은 사회 유효수요의 부족을 야기하며 경기 악화를 불러오고, 유효수요 부족은 분배의 불평등으로 노동계급의 구매력 저하와 자본가의 투자의욕 감퇴를 가져온다고 말한다.

케인즈는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해 분배관계의 시정과 노동자의 구매력을 증대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민간자본가를 대신해 투자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큰 성공을 거두고 국민의 열띤 지지를 받는 것도 케인즈 경제학에 들어맞는 실례다.

우리나라도 얼핏 케인즈 경제학에 입각한 정책을 흉내 내고 있다.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동반성장책, 자영업자 지원책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그러나 실상은 어떨까? 시장에서는 효과를 봤다는 이들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되레 중소업체들은 힘들어지고 고용의 질은 갈수록 나빠진다는 아우성이 들린다. 지난해 외식자영업자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됐던 의제매입세액공제 역시 민생을 모른 탁상공론의 결과가 아니었을까. 결국 정책의 실효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건 정부의 경기부양 자체가 수박 겉핥기식에 불과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소상공인진흥원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소상공인들의 창업 이유에 대해 82.6%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란 처절한 답변을 내놓았다. 실직과 대면한 50대 베이비부머들이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경기 불황에 쫓겨 창업 전선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어디 50대 베이비부머만 그럴까. 고려대에서 시작해 전국에 들불처럼 번진 ‘안녕들 하십니까’란 대자보는 대한민국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청년 세대의 고뇌와 슬픔, 절망을 한데 뭉쳐 놓았다.

창조경제를 외치며 국민소득 3만달러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제시한 목표는 누가 들어도 희망차다. 그러나 희망을 주기 앞서 소수의 그룹만을 위한 방향 설정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케인즈의 수정 자본주의가 각 국에서 재조명되는 이때 600만 자영업자와 중소업체, 서민 모두가 호황을 누리는 정부의 실효성 있는 시장 개입이 새해에는 꼭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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