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쓰지 않으면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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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14.01.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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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 한국공인노무사회 대외협력위원
정(情)으로 통하는 근로관계

많은 젊은이들이 외식업체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다. 청소년, 대학생, 휴학생들이 길게는 1년에서 짧게는 2달 가까이 용돈, 등록금,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업체를 찾는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이유도 사용하는 업무나 시간도 업체마다 가지각색이다. 이런 근로계약의 대부분이 단기간이고 아르바이트생이 쉽게 그만두기도 하는 특성 탓에 아르바이트생들도 이들을 채용하는 사업주도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근로계약서 작성이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아르바이트생들이 워낙 빈번하게 교체되니 크게 문제되지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과정 자체를 번거롭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아르바이트생들의 경우 “돈만 제때 받으면 되지”라는 마음에 근로계약서 작성에 크게 신경 쓰지 않거나, 심하게는 스스로가 근로자라는 인지를 하지 못한 채 근로계약서 작성의 필요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간관계에 있어 정을 중요시하는 사회다보니 근로계약서 작성 즉 ‘서면 계약’을 요구하는 사업주도, 쓰는 근로자도 왠지 모를 어색함이나 야박함을 느끼곤 한다. 이 때문일까? 서로 마음 편하게 구두로만 계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마치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는 어느 CF의 카피처럼 근로계약서가 없더라도 우리 이제 서로 아는 사람이 되었으니 “믿고 일해보자”는 분위기에 익숙한 탓일 것이다.

법률로 규율되는 근로관계

이런 분위기에서 본다면 법은 냉정한 것만 같다. 근로기준법 제17조는 근로계약을 체결 또는 변경할 때 사용자로 하여금 임금, 근로시간, 휴일, 휴가 및 그밖에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 명시하고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근로조건 중에서도 임금의 구성항목ㆍ계산방법ㆍ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주ㆍ휴일 및 연차유급휴가의 경우 반드시 서면 명시하여 근로자에게 교부해야 한다. 특히 흔히 ‘알바’로 불리는 단시간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에는 담당직무, 임금, 근로일별 근로시간, 그 밖의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근로자에게 교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위 사항을 위반할 시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대다수의 외식업체가 상시적으로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을 사용하고, 이러한 아르바이트생들의 많은 수가 단시간 근로자임을 고려한다면 근로계약서 작성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으나 사업주는 법률을 지키지 못해 벌칙을 부과받지 않기 위해서는 근로계약서 작성이라는 불편을 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 불편보다 불법을 택한 곳이 많은 듯하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8월부터 두달 동안 각종 외식업체 프랜차이즈 936개 사업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근로기준법 위반율이 85.6%에 달했는데, 위반 건수의 상당수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근로일수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을 애매모호하게 작성하거나, 빈칸으로 두어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해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또 사용자가 연장수당, 주ㆍ휴일수당 등 법정수당을 임금액에 포함시키는 포괄임금 근로계약을 적극적으로 체결하기도 하지만 근로계약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아, 효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어 시정명령을 받거나 추가로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뿐 아니라 제대로 작성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냉정과 정 사이

실제로 노무사로서 근로조건과 관련된 여러 법적 분쟁을 대리해 진행하다 보면 우리사회에서 통용되던 ‘정’이 다툼 앞에서 얼마나 빠르게 ‘냉정’해지는지 보게 된다. 구두로 약속한 근로조건의 진위여부를 위해 다투다보면 근로자와 사용자가 믿고 일하자던 마음은 감정적ㆍ금전적 다툼에 묻히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근로자를 채용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결코 야박하거나 냉정한 것이 아니다. 노사간 신뢰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한 예의바른 대면절차라 할 수 있다. 서로 믿고 일하는, 정이 넘치는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를 위해서는 정을 쌓아가기에 앞서 예의를 지키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짧은 기간 사용하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서도 근로계약서 작성ㆍ교부라는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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