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국내에 AI가 처음 발생했을 때 1차 피해자인 양계농가는 말 할 것도 없지만 식품외식기업의 피해가 어마어마했다. AI 자체가 생소했던 탓에 사람들 사이에는 각종 괴담과 루머가 퍼져나갔고 문을 닫는 치킨 업소가 부지기수였다.
사실 국내 식품외식업계를 위협하는 악재는 꾸준히 발생했다. 그 중 AI와 비슷한 유형을 보인 것은 지난 2006년 광우병 파동과 지난해 방사능으로 인한 수산물의 안전성 문제다. 관련성 없어 보이는 이런 문제들이 식품외식업계에 큰 피해로 작용했던 과정은 비슷하다. 사람들은 해당 사안에 따른 위험성이 낮다는 정부와 전문가들의 말을 믿지 않고 근거와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루머와 괴담을 더 신뢰했다.
지난해 기자와 수산물 안전성 관련 대화를 나눴던 한 초밥전문점 대표는 “수산물의 안전성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외식업계는 충분히 피해를 받는데,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괴담은 그야말로 치명적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프로슈머, 스마트컨슈머라는 단어가 생길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고 생각했는데 AI, 광우병 파동, 수산물 안전성 문제를 되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며 미성숙한 소비문화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AI 발생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민의 의식과 소비문화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부의 지속적인 안전성 홍보, AI 인체감염 무발생 등의 객관적인 사실은 소비자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이끌었다.
최근 치킨업계는 AI 발생지역인 호남권을 제외하고는 매출에 급격한 감소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벌이며 올림픽 특수를 노리고 있다.
가정주부 정모 씨는 “이번 AI로 인해 닭 메뉴를 기피하지는 않는다”며 수산물 안전성 우려에 대해서는 “무조건 수산물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원산지를 꼼꼼히 따져 먹는다”고 밝혔다. 그는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공신력 있는 기관과 전문가를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믿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물론 AI의 경우 다른 사안과 달리 수차례 경험한 학습효과의 힘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고자 하는 노력은 분명하다. 무조건적인 기피가 아닌 이성적인 소비태도는 식품외식업계는 물론 1차 생산자들에게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혹여 또 다른 악재가 생기더라도 농가와 업계가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현명한 소비자들에게서 본다.
임윤주 기자 lyj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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