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입 밖에 꺼내지도 마세요”
“AI, 입 밖에 꺼내지도 마세요”
  • 이인우
  • 승인 2014.02.18 0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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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 매출감소 손실 ‘일파만파’…부정적 인식 우려 ‘냉가슴’
중앙회 자체조사 5일간 전국 177억 피해…정부 보상은 ‘감감’
“지난 2011년 AI 파동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입은 때가 어제 같은데 같은 일이 되풀이되니 악몽을 꾸는 것 같습니다.”

경기도 수원에서 N오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K씨는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K씨는 두 번째 닥친 AI 앞에서 무력하기만 하다. 그는 이참에 아예 오리전문점을 접고 다른 업종으로 바꿨다. 그동안 오리 메뉴에 맞췄던 시설과 인테리어, 간판 등의 교체에 따른 손해도 고스란히 K씨 몫이다.

●5차례 발생 불구 대응방안 없어

지난 1월 17일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AI 확산이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식업계의 피해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외식업계는 AI를 언급하면 할수록 소비자들이 오리와 닭 요리를 멀리한다며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지난 12일 “AI 바이러스에 따른 인체 피해가 없고 감염된 가금류도 익혀 먹을 경우 아무 이상 없다는 말도 아예 하지 않는게 좋다”며 “국내 농가에서 AI가 완전히 소멸됐다는 보도가 나오더라도 외식업소로서는 반갑지 않은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아무리 긍정적인 소식이라도 AI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이 고스란히 외식업소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의 오리전문점 관계자도 AI 관련 취재 요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공연히 소비자들의 관심만 들쑤시는 꼴만 된다는 이유에서다. 오리와 닭 등 가금류를 취급하는 외식업주들의 피해는 이런 까닭에 소리 없이 커지고 있다.

특히 5차례 되풀이되는 AI 파동에도 외식업계에 대한 정부 보상 등은 전혀 없어 업주들의 불만도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회장 제갈창균)가 지난달 17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전국 회원 업소 1677곳을 조사한 결과 1개 업소당 하루 평균 35만2249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런 손실이 한 달 동안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한 업소 당 1056만7479원의 피해를 입는 셈이다.

이번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할 경우 전국 가금류 취급 업소의 한 달 손실은 무려 177억2164만7190원에 달한다. 또 매출감소가 집중된 전북 지역의 경우 업소 당 손실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갑자기 닥친 AI 여파에 따른 폐업과 업종 전환이 속출하는 이유다. 하지만 외식업계 사정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정부, 농가 피해보상에만 급급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말 발표한 보고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의 직?간접 기회손실 추정’에서 국내 가금류 전체 1억6221마리의 5%(811만500마리)가 AI에 감염됐을 경우 음식업 기회손실액이 51억원이라고 추정했다.

12일 현재까지 매몰 처리한 전국 가금류는 3%에 미치지 못하는 346만 마리다. 반면 외식업중앙회의 조사결과에서는 불과 5일 간 1677개 업소의 매출감소만 29억5천만원을 훌쩍 넘어선다. 외식업계의 자체 조사에 따른 오차율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를 작성한 정민 선임연구원은 “외식업계의 손실액 산출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지표의 종목별 투입과 생산 통계 등을 근거로 했다”며 “외식업계의 구체적인 정황 등은 반영하지 않은 자료”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외식업계의 가시적 피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금류 메뉴 취급 외식업소의 매출 감소가 AI 발생에 따른 소비자 기피현상 때문이라는 객관적인 소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피해보상 대책만 내놓을 뿐 외식업 피해보상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외식업중앙회도 마땅한 피해보상 요구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올해 다섯 번째 발생한 AI 때문에 회원 업소들이 입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지만 객관적인 피해입증이 어려워 (정부에 대해) 강력하게 보상을 요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자체적인 AI 대응 매뉴얼은 곧 완성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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