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에서 ‘창조’를 넘어
‘모방’에서 ‘창조’를 넘어
  • 관리자
  • 승인 2014.02.18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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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농심 R&D 식문화연구팀 팀장
지난 1월 15일 ‘2014 제1회 여성리더스포럼’이 한국과학기술회관(서울 역삼동)에서 열렸다. ‘과학기술연구의 젠더 혁신’이라는 주제로 과학과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젠더를 반영한 연구 필요성을 제기하고, 국내 젠더 혁신(gendered innovations) 방법 개발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이제까지 그리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던 ‘성별’의 차이가 매우 중요하며, “과학기술의 창조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성별과 젠더를 고려한 분석방법 활용이 필요하다.” 는 주장이었다.

과학 분야 전문가의 입에서 ‘젠더 혁신’이라고 말할 정도의 대단한 내용인데도 마음 한 구석이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언제까지 타인들의 ‘혁신거리’를 모방만 할 것인가?

이날 국내에서 수행된 일부 연구결과를 토대로 “젠더 혁신은 성별(sex)과 젠더 분석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창조적 능력을 발휘하게 하고, 연구자들에게 과학과 공학연구에 있어 성별 및 젠더분석을 포함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이날 행사에서 발표된 내용은 우리 과학계 학자들이 먼저, 주도적으로 ‘혁신거리’를 찾은 연구 주제가 아니었다. 수년전부터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론다 쉬빙거 교수 등이 NSF, EU Commission 등의 지원으로 젠더 혁신의 원리와 방법 및 향후 정책과제까지 제시하는 단계의 성과를 이룬 분야이다.

2010년 Science 지에 의하면 미국에서 시판된 10종의 약이 부작용으로 인해 회수되었는데, 이 중 8종이 ‘여성’에게 위해한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동물의 조직이나 세포를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실험에서 ‘수컷’을 사용하여 왔고, 여성의 특성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성과 젠더’를 고려하지 않고 실행된 연구는 결과의 질 저하뿐 아니라 잘못된 결과를 도출하여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미국의 사례도 제시되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젠더 혁신 거리’의 보고인 동양권 문화에 관심을 가질 것인가?

동양건강이론을 담은 동양 최고의 의서 <황제내경>에서 삼인제의(三因制宜)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 한 가지는 사람의 성별, 연령, 체질, 생활습관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각 개체의 차이 특성을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인인제의(因人制宜) 원칙이다. 질병 치료에서도 이 원칙은 중시되었고, 한의학에서는 이 원칙을 따르고 있다.

식약동원의 철학을 가진 우리의 ‘식치’ 음식문화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성별’의 차이를 중요하게 여긴 동양권의 긴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젠더 혁신 거리’를 선점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 아닐까 한다. 그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를 모방하기만 하던 습관이 몸에 익어서 아직도 그 방법만을 찾는다. 이제는 우리의 풍부한 역사와 문화 속에서 ‘혁신 거리’를 찾아 우리가 ‘혁신’을 주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침 2015년 아시아태평양지역 Gender Summit 회의를 WISET 주관으로 우리나라에서 개최할 예정이며, 각 분야에 젠더 혁신이 가능한 사례들이 많이 연구되어 세계의 학자들과 연구결과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여성과총 주요사업의 일환인 단체지원사업에 ‘젠더 혁신’을 하나의 주제로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기회에 식양동원의 ‘식치’ 음식문화 속 숨겨진 ‘젠더 혁신 거리’가 발굴되기를 희망한다. 이미 그 가치를 알고 노력하는 소수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는 그런 2014년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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