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분당 판교에 문을 연 한식뷔페 ‘계절밥상’을 개인적으로 방문했다. 그러나 80번을 훌쩍 넘은 대기번호와 3시간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직원의 말에 발걸음을 돌리며 소위 말하는 ‘오픈발’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 한 지인이 계절밥상에서 2시간을 대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식을 좋아하는데다 기존과는 다른 형식의 한식 레스토랑이라 긴 대기 시간을 감수했다고 했다.
론칭한 지 8개월 이상이 지났고 서울 경기권에 2, 3호점을 추가 오픈한 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인기를 과시하는 계절밥상을 보며 내심 놀랐다. 이를 통해 새로운 포맷의 한식 문화를 되짚어 보게 됐다.
분식을 세련되게 선보이는 ‘스쿨푸드’ 역시 기존 한식에 새로운 맛과 형식을 도입한 좋은 사례다. 뿐만 아니라 청담동이나 삼청동에는 퓨전 한식을 주메뉴로 하는 오너 셰프의 레스토랑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애슐리’가 봄철 신메뉴로 한식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메뉴군을 선보이기도 했다.
과거 외식으로서의 한식은 고급 한정식이나 저렴하고 푸짐한 메뉴를 갖춘 백반집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인테리어를 비롯해 메뉴의 구성, 서비스 방식까지 젊은 고객층이 선호하는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이제 한식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 패밀리레스토랑 같은 서비스, 트렌디한 뷔페의 메뉴 가운데에서 즐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전통적인 한식 요리의 특징은 살아있지만 접시를 제공하는 방식은 트렌드에 맞춰 더욱 과감하고 세련되어 진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보니 감히 ‘한식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라’는 말을 함부로 내뱉기 어려워졌다. 기자가 어쭙잖은 견해로 펜을 굴리지 않아도 R&D 현장에서는 끊임없이 도마질 소리가 나고 가스레인지는 늘 뜨겁게 달궈져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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