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고서 ‘규합총서’속 식치(食治) 음식문화의 재조명
[전문가칼럼] 고서 ‘규합총서’속 식치(食治) 음식문화의 재조명
  • 관리자
  • 승인 2014.03.2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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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주)농심 R&BD 식문화연구팀 팀장
‘규합총서(閨閤叢書)’는 조선시대 후기 1809년(순조 9)에 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엮은 한글 문헌이다. 그 탄생 년도가 200년도 더 된 고문헌이다. 조선시대 양반가의 가정 살림에 대한 무한한 스토리를 담고 있는 귀한 자료이다. 특히 서문에서 양생(養生)을 우선적으로 힘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병이 생기기 전에 예방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 우리 전통의 양생 원칙과 방법에 대한 콘텐츠가 무궁무진하다. 빙허각 이씨는 동양건강이론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그 지식을 식생활에서 적용한 식치(食治) 음식문화의 전통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에 그 가치를 더한다.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현대인의 식생활에서 식약동원(食藥同原)의 식치(食治) 음식문화를 재조명할 수 있는 컨텐츠의 보고이다.

‘규합총서’의 내용과 가치
1939년에 서정만•민영규 등에 의해 발견되었던 ‘빙허각전서’는 광복 전에 발간 예정이었다가 6ㆍ25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를 거치면서 낙질됐다. 1975년에 정양완이 집에 전해 내려온 ‘규합총서’를 모아 주역본(註譯本)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필사본으로 전해져오는 조리 종류의 책 중에서 가장 많이 읽혀지는 것으로 우리의 음식문화에 미친 영향이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규합총서’는 주사의(酒食議)ㆍ봉임측(縫?則)ㆍ산가락(山家樂)ㆍ청낭결(靑囊訣)ㆍ술수략(術數略) 등으로 나뉘어 기록돼 있다. 식생활과 관련된 부분으로 ‘주사의’에는 장 담그기, 술빚기, 밥ㆍ떡ㆍ과줄ㆍ반찬 만들기가 수록돼 있다. ‘청낭결’에는 태교 및 아기 기르는 요령과 구급방ㆍ약물금기 등을 기록하고 있다.

‘규합총서’는 내용을 자세하고 분명하게 서술하였을 뿐 아니라, 저자가 인용한 책 이름을 각 사항에 작은 글씨로 표기하고 있다. 자신의 의견을 부가하며 이를 신증이라 하여, 각 항목 끝에는 자신이 직접 실행해본 결과 등을 작은 글씨로 밝혀놓았다. 직접해보지 않고 단지 인용한 부분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사람들이 읽어보고 실행할 수 있게 하였다.

식치(食治) 음식문화의 보고
‘규합총서’를 보면 책 내용의 곳곳에 ‘동의보감’, ‘본초’와 같은 동양의학 서적을 인용한 표기가 돼 있다. 예를 들어 ‘구선왕도고의이’라는 떡을 만드는 법을 기록하고 문장 끝에 ‘동의보감’이라고 작은 글씨로 인용에 대한 것을 밝히고 있다. ‘본초’에 대한 인용 사실도 ‘장 담그는 물’에 대한 서술의 끝 문단에 기록하고 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의학서 중 하나인 동의보감과 식재료와 약재의 기미(氣味)를 기록한 본초와 같은 의학서를 공부하고 동양건강이론을 식생활에 적용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요즘 쌈 채소의 하나로 종종 이용되는 ‘당귀 잎’과 ‘당귀’를 이용한 음식도 소개되고 있다. 먼저 승검초 생잎을 사용한 ‘승검초단자’, 승검초 가루를 사용한 ‘혼돈병’, 승검초 가루로 색을 낸 ‘증편’ 같이 떡류에 당귀가 이용되고 있다. 봄철에 당귀의 연한 줄기를 데쳐 껍질 벗기고 소고기 안심 부위와 산적에 꿰어 양념하여 구운 ‘승검초’, 겨울에는 당귀의 흰 싹을 ‘생치적’으로 이용하였다. 당귀와 기타 한약재를 이용하여 만든 ‘귀계장’은 기운과 피를 동시에 보해주는 차로 소개하고 있다. 당귀는 보혈작용을 하는 한약재의 하나이다. 요즈음보다 그 쓰임이 다양하고 적극적이다. 식양동원(食藥同原)의 식치(食治) 음식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내용이다.

저서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에 빙허각 이씨가 언급되고 있다. 의학지식을 널리 보급한 인물로 어의이며 생활의학을 연구한 음식치료 전문의인 전순의, 태교 전문가인 사주당 이씨 등과 함께 실학파의 여성 유의(儒醫)로 빙허각 이씨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빙허각 이씨를 의학의 이치에 통달하여 의학연구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인 유의(儒醫)로 인정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가정의 주부가 동양건강이론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그 지식을 식생활에서 맛과 함께 건강도 챙기는 식치 음식문화의 전통을 전해주고 있다. 식약동원(食藥同原)의 철학을 기반으로 발달한 우리의 식치 음식문화의 적극적인 재조명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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