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발효식품 찬가
[전문가칼럼] 발효식품 찬가
  • 관리자
  • 승인 2014.03.3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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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 (사)한국식품안전협회 회장
너무 빠르게 변하고 움직이는 작금의 우리 생활에 지쳐 이에 반발한 느림의 미학이 천천히, 그리고 여유를 갖고자 하는 바람이 주목받고 있다. 슬로푸드가 거론되고 있는가 하면 슬로시티가 지방 곳곳에 조성돼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은 일정한데도 우리 마음이 조급해 빨리 빨리를 외쳐대면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해야 되고 더 많이 생산하면서 시간당 얻는 결과물만을 최선의 대상으로 평가하는 속도전 속에 묻혀있다.

그래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한한 삶에서 많은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겹겹이 쌓여 이뤄지는 결과도 한층 더 귀하게 여기는 삶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식품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많은 가공식품들이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으며 기다림의 여유는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의 시장에서는 각종 패스트푸드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쉽게 바꾸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식품은 첫째가 우리 몸에 영양소를 공급해 생명력을 유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능이며 다음으로 배고픔을 해결하면서 만복감을 줘 행복감에 젖게 하는 기능 또한 뒤로 미룰 수 없다.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그 음식이 고유하게 갖고 있는 맛과 향, 그리고 촉감이 아닌가 한다. 맛과 향은 어디서 오는가? 물론 원료에 원래 들어있던 성분에 의하기도 하지만 각종 조리 혹은 가공 과정에서 여러 성분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한다.

직접적인 원인은 절단하고 마쇄하는 것도 관계가 있지만, 특히 가열에 의해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 과정에서 특히 먹기 좋게 조식이 연화되고 향미가 개선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은 모두 물리적, 화학적 변화를 수반하는 과정이며 어찌보면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단순처리 과정이기도 한다. 그러나 발효의 과정은 전혀 다르다.

원료의 성분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미생물이나 효소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으로 이들이 작용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미생물이 증식하고 활동하는데 필요한 기질과 여건이 갖춰져야 하고 필요한 시간이 있어야 충분한 작용을 해 희망하는 제품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발효식품은 기다림과 여유의 식품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우리나라 발효식품인 김치도 최소 2~3일 혹은 몇 달을 기다려야 정점에 오른 맛을 감상할 수 있고 장류는 최소 한 달에서 1년, 더 길게는 몇 년을 참고 견디어야 그 진수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술, 젓갈 등도 시간이 지나야 그 본연의 맛과 향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발효식품은 미생물과 시간의 조화로 이뤄지는, 그리고 원료 등 모든 여건과 온도 등 조건이 맞아야 최고의 걸작을 내는, 어찌 보면 종합예술의 경지를 넘보는 작품이기도 하다. 발효는 단순품질의 차별화를 넘어 많은 이익을 우리에게 준다. 많은 발효식품은 오묘하고 깊은 맛을 선사하는가 하면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 등이 우리 장내에 들어가서 비만 억제, 콜레스테롤 흡수 방지, 소화촉진, 특수 성분의 합성 등 실로 다양한 효능을 나타낸다. 명품 장류, 명품 김치, 세계적 명성을 떨치는 식초, 한 병에 수 백 만원에 이르는 포도주 등 등은 모두 미생물이 만들어낸 귀한 산물들이다.

대량 생산해 많이 판매하는 것도 좋지만 이제 발효를 통해 우리만의 명품을 생산해 세계에 귀한 식품으로 대접받는 발효식품을 만들어 발효 식품의 종가, 대한민국의 진가를 알릴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한 식품공학, 생명공학, 발효공학, 가공기술, 그리고 포장기술 등을 함께 반전시키는 종합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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