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관광 적자국을 벗어날 수 있는 매력
[외경시론] 관광 적자국을 벗어날 수 있는 매력
  • 관리자
  • 승인 2014.03.3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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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수 상명대학교 외식영양학과 교수
한국은 관광 적자국이다. 그것도 만성 적자국이다. 2013년 한 해만도 약 3조6천억원의 관광수지 적자가 발생했다. 2007년 약 10조원의 적자에 비한다면, 다소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 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관광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부르며, 수출 대체 산업으로 독려한 적도 있었다. 그 당시 관광은 흑자였다. 국민이 해외로 여행을 가려면 정부의 복잡한 허가를 거쳐야만 했으므로 대부분 외국여행을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 되도록이면 외국으로 나가지 않던 시절이었다. 다시 말해 국민이 나가지 않으므로 흑자가 발생했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변하고 있다. 2002년 관광 수지가 적자로 바뀌더니 13년째 적자행진을 계속 하고 있으며 엄청난 외화를 적자로 기록하고 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닥쳐도 관광수지 적자 추이는 변할 줄을 모른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국민의 의식이 대부분 국내 지향적이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으므로 관광지의 감동으로 인한 매력 혹은 끌림에 상관없이 흑자를 기록했다. 예를 들어 신혼여행의 경우, 60년대에는 유성온천이나 아산온천으로 주로 신혼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온천을 즐기고 여관에 묵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경제적으로 다소 여유 있는 사람들은 지리산이나 속리산으로 신혼여행을 가기도 했다. 서울에서 결혼을 한 어느 신혼부부는 남산이나 스카이웨이를 돌아보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체하기도 했다. 70년대에 와서 제주도 바람이 불었다. 웬만한 신혼부부라면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떠났고, 이 추이는 80년대까지 계속되었다. 아시아 국경이 낮아지고 세계화 바람이 불어온 1990년대 들어 해외여행은 본격화 되었다. 동남아와 일본, 그리고 중국으로 가는 신혼여행이 대거 늘어났다. 요즘은 몰디브나 남미로까지 확대되었다.

반면 국내 관광지나 휴양지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부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은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가는 추세이며, 이것은 하나의 문화이자 트렌드로 굳어졌다.

어째서 신혼여행을 비롯한 외국으로 가는 관광과 여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국내 관광수지는 적자인가? 1차적으로 그 이유는 국내 관광지의 감동이나 매력이 가격대비 빈약하기 때문이다. 내국인들이 이미 국내를 다 돌아보았기 때문에 외국으로 나간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내국인들이 떠난 자리를 어째서 외국인들이 채워주지 못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자연경관을 둘러보는 관광이든, 역사체험을 하는 관광이든, 문화나 먹을거리를 즐기는 관광이든, 한국의 관광 매력도는 일본이나 중국 그리고 주변 국가들에 비해 그 경쟁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다. 13년째 천문학적 적자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관광수지 결과가 그 증거다.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은 여러 해째 세계에서 노동시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고달프게 일을 하며 산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일을 하면서 적금을 몇 년씩 부어서는 1주일쯤 외국여행을 가서 그 돈을 다 쓴다는 이야기다. 유럽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에게 물어볼 경우, 어디가 제일 좋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 스위스라는 답이 돌아온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정갈하고 아름답게 사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세계에서 가장 고되게 일해 모은 돈을 일주일 새 다 쓰고 오는 셈이다.

관광지의 감동이나 매력이란 반드시 대단한 절경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을 정갈하고 단정하게 가꾸지 못한다면 그런 감동을 주기 어렵다. 도시마다 온통 아파트로 가득하고, 어느 시골마을 하나라도 고유한 아름다움으로 마음을 끄는 곳이 없으므로 이러한 참담한 결과가 초래되었다. 우리 국민들 각자가 판단하기를 외국여행이 더 낫겠다고 생각해서 떠나겠다는 관광을 애국심이라는 명분으로 제어할 수는 없다.

관광수지 적자 액수 3조6천억원을 자동차 수출 대수로 환산하지 않더라도, 그저 가만히 앉아서 외화를 낭비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구나 그것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의 감동이나 매력을 차츰 감소시키면서, 우리 스스로도 기회가 된다면 외국으로 나가려고 하는 반면, 외국인이 그 갭을 채워주지 않는다는 현실이다.

얼마 전 정부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관광주간을 설정하고 관광방학을 도입하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그러한 일시적 소란으로, 혹은 정부의 의도대로 관광객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관광객에게 잔잔하지만 진정한 감동으로 다가가 마음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들이 보기에도 관광지로서 그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집을 짓거나 보수하고, 도시를 정리하고, 시골을 보다 시골답게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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