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상생의 외식경제, 문화가 관건이다
[외경시론] 상생의 외식경제, 문화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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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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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 외식테라피연구소장
요즘 우리나라 안팎에서 자주 듣게 되는 단어가 바로 ‘창조경제’이다. 대내외적으로 국가가 고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조경제의 실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위에서는 창조경제를 주창하며 앞서가고 있을지는 몰라도, 밑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마른 행주도 쥐어짜는 고통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창업박람회에는 언제나처럼 외식사업이 ‘0’순위일 정도로 단연 인기가 높다. 하지만 시장경제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외식창업자 열 명 중에서 고작 한 두 명이 살아남는 실정이다. 서울 시내 상가에서 1년 동안 바뀐 외식점포가 40%를 육박한다는 통계를 볼 때 ‘창조경제’는커녕 아직도 ‘창업경제’에 머물고 있는 것이 외식산업의 수준이다.

외식사업에서 자영업자가 수익을 내는 경우가 점점 어렵다보니 창업의 시작을 가맹사업으로 열게 되는 경향이 짙다. 위험보다는 안정성에 비중을 두고 가맹사업에 참여하지만 이것도 만만치는 않다. 대다수의 가맹본부가 양적 성장을 위해 예전의 높은 가맹비용 대신 최저 비용으로 가맹할 수 있도록 하는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하고 이에 예비창업자의 상당수가 가맹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초기 창업자본은 줄었지만 결국 재료비와 같은 가맹사업 운영비용은 줄일 수가 없는 사업구조로 인하여 결국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생산환경 속에서 소비환경은 어떤가? 특히 봉급생활자의 세금부담이 가중되면서 외식소비에 대한 부담 역시 높아진 요즘, 각종 매체의 과장된 보도로 저렴하면서도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점이 아니면 모두 ‘나쁜’ 식당이 된다. 거기에 기업형 브랜드에 대한 심리적 의존도마저 높아져 외국이나 대기업 브랜드가 아니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 점점 소비자는 가치에 민감해지고 생산자의 비용부담은 늘어나는 시장경제의 불균형이 지속된다면 우리나라 외식경제의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산경제와 자산경제

1970년을 전후해서 우리나라의 경제적 특징은 기업이 공장을 가동하여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하고 그 판매수익금으로 노동자에게 급여를 주어 가계생활에 지출하도록 하는 전형적인 생산경제적 체계였다. 그 이후 2000년을 전후로 부동산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고 주식거래 역시 활발해지면서 소위 자산경제적 체계로 전환되었다. 국내총생산보다 자산경제의 규모가 무려 7배에 달하는 수준이 된 것이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이미 자산경제체계를 이루고 있지만 실물경제에서는 아직도 생산경제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외식활동의 특징을 살펴보면 더욱 확실해 진다. 자산경제와 생산경제 중심의 나라들마다 형성된 고유의 외식문화는 경제적 차원에서 확연하게 구분된다. 생산경제에서의 외식활동은 주로 ‘먹는’ 행위에 중점을 두게 된다. 그래서 무엇을 먹는가에 관심이 많고 가급적 싸고 맛있고 푸짐한 것을 선호하고 음식을 먹는 순간을 가장 최고로 여기는 편이다.

반면에 자산경제에서의 외식활동은 ‘즐기는’ 행위에 중점을 둔다. 무엇을 먹는다는 것 보다는 식사행위 전체를 즐기려는 것에 최고의 가치를 둔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대체로 길고 음식점의 인테리어, 서비스, 향, 조명, 음악 등과 같은 요소들이 음식보다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서비스를 중요시하는 것이며 서비스 제공에 대하여 반드시 보상하는 'Tipping' 문화를 갖게 된 것이다.

자원적 이해와 문화적 이해

곳곳에 카페들이 넘쳐나고 테이크아웃 커피가 일상화되는 등 서구화된 외식소비문화가 움트고 있지만 서구 산업화의 산물인 패스트푸드를 제외하고는 자산경제적 차원의 음식문화는 아직 선도 보이지 못한 실정이다.

영국이나 미국처럼 산업화를 주축으로 성장한 나라는 음식을 자원으로 여겨 일찍부터 식공업화에 주력했지만 프랑스나 이태리와 같이 풍요로운 식재료와 문화를 자랑했던 나라는 음식 역시 문화로 이해하고 발전시킨 결과 오늘날 세계 으뜸가는 음식문화를 이루었고 그에 버금가는 농수산물 생산과 외식서비스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문화라고 하는 것은 대대로 계승 발전되는 것이므로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없고 반대로 한순간에 만들어질 수도 없다.

우수한 외식문화를 갖는다는 것은 그만큼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아무리 생산을 장려하고 시스템을 발전시킨다고 해도 가치를 추구하는 성숙한 외식문화가 없다면 외식산업 상생의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상생의 창조경제’를 만들기 위해 ‘먹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 전환시키려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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