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과 나트륨의 관계에 대한 논쟁
고혈압과 나트륨의 관계에 대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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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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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호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 이사장
고혈압과 심혈관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으로 되어 있고 국제기구나 국가 보건당국에서도 식염의 섭취를 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고혈압과 나트륨의 관계에 관한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1972년 미국임상영양학회지에 다알(Dahl K.)이 인구집단의 평균 혈압 차이는 식염 섭취량과 직선적인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식염을 고혈압의 주범으로 몰고 간 효시라고 한다. 그러나 다알의 주장은 곧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계속되는 고혈압과 나트륨 논쟁
1975년 글리버만(Glieberman)은 27편의 관련 논문들을 비교분석한 결과 외래문화가 도입될 때 식염섭취가 증가하며 혈압의 증가가 식염 때문인지 생활습관의 변화 때문인지 알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 후 국가간 식염연구그룹(Intersalt Study Group)에서 52개 지역 만여 명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브라질의 야모마모 인디언을 포함한 4개 지역의 주민들에게서 극히 낮은 나트륨 섭취량을 보이고 고혈압 환자는 없었으며 나이를 먹어도 혈압이 증가하지 않았으나 다른 48개 지역에서는 식염섭취와 혈압과의 상관관계가 인정되지 않았다.

급기야 1988년 영국의학지(BMJ)는 식염은 고혈압의 주범이 아니라는 단신을 실었다. 고혈압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식염보다는 오히려 알코올 섭취와 과체중이 고혈압에 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식물성 식품을 많이 먹는 채식주의 식사가 혈압을 낮춘다고 했다. 그 이후 많은 연구에서 식염의 과다 섭취가 고혈압과 심혈관 질병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결과가 발표되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나트륨의 섭취량을 성인 1일 2.0g 이하로 낮출 것을 권고하게 된다.

그러나 이 기준은 뇨 중 나트륨 배설량을 근거로 산출된 것으로 실제 음식의 맛과 식문화의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이론치라는 지적이 많다. 각 나라마다 음식의 재료가 다르고 조리하는 방법이 다르므로 맛을 내는 기본 재료인 소금의 사용방법이 다르다.
세계 각 지역의 인류 집단에 대한 나트륨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프리카인들이 가장 낮으나 성인 평균 1일 2.5g 수준이며, 유럽인들은 3.5g, 동아시아 한중일의 평균 섭취량은 4.5g에 달한다. 세계 어느 지역도 WHO 권장량에 도달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기준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미국인을 위한 식사지침(2010)에서 나트륨 섭취 한계를 2.5g으로 상향 조정했다.


각 나라 식문화에 맞게 기준 정해야
뇌졸중 예방을 위해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여전히 이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스위스 로잔의과대학 보츄드(Bochud M.) 박사팀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과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나 뇌졸중 발병과는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고 한다.
고혈압 예방을 위해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여러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권장하는 지침에는 7가지 사항이 포함 된다. △식염의 섭취량을 줄이자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자 △생선을 많이 먹고 포화지방의 섭취를 줄이자 △체중을 조절하자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자 △술을 덜 마시자 △금연하자 등이다.

일본의 요시히로 고쿠보(Yoshihiro Kokubo)는 고혈압 학회지(Hypertension, 2014)에 동양인과 서양인의 생활습관에 따라 고혈압 발병요인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였다. 동양인은 식염섭취를 많이 하나 채소, 과일, 생선을 많이 먹는다. 반면 서양인은 식염은 다소 적게 먹으나 육식으로 포화지방 섭취가 많고 과체중이며 운동량이 부족하다. 지역마다 생활 습관의 차이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므로 식염 섭취와 고혈압과의 관계를 명쾌하게 밝혀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식염 섭취기준은 세계 공통기준보다는 각 나라의 식문화와 생활습관에 맞는 개별 기준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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