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 제시하는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아쉽다
방향성 제시하는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아쉽다
  • 관리자
  • 승인 2014.05.12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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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규 전주대학교 식품산업연구소장 / 전주대학교 한식조리학과 교수
T. S. 엘리엇이 ‘잔인한 4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서사시 황무지를 발표한지 100여년이나 지났지만, 대한민국 전체는 잔인한 4월을 실감하며 보냈다. 국민 전체가 절망과 슬픔으로 4월을 보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 싶다. 이러한 4월에 대부분의 대학은 ‘지방대학 특성화’라는 단어에 매몰된 또 다른 잔인한 4월을 보냈다.

‘지방대학 특성화사업(CK-1)’은 교육부가 ‘대학의 창조경제 견인 및 창의적 인재 양성’을 비전으로 지방의 대학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 분야를 특성화하여 다수의 강한 대학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지방대학들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하는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자 하는 취지로 시행되는 것이다. 대학의 규모와 선정된 사업단의 수에 따라 각기 다르겠지만 특성화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적게는 연간 몇 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이 넘는 지원을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7년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선정된 대학과 선정되지 못한 대학 사이의 재정적 한계로 인한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지방대학으로서는 놓쳐서는 안되는 사업이 바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인 것이다.

학령인구가 점차 감소하여 2016년부터 대학입학원정원이 고교졸업생수를 초과하기 시작하여 2024년에는 현재 대학 정원의 30% 이상이 미달되고, 입학자원이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대학입학 미충원 인원의 96%가 지방대학에서 발생한다. 이러한 지방대학의 위축은 결국 지역의 일자리 창출, 산업인력 양성 및 공급, 지역문화 형성 등에 지장을 초래하여 지역의 피폐화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기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재정지원 정책으로 지방대학 특성화라는 카드를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지방대 특성화 사업의 비전 아래 ‘구조개혁을 통한 대학 체질개선과 특성화 기반 조성’을 정책목표로 하고 있어 대학을 구조조정하는 방법으로서 특성화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즉 지방대학을 특성화하여 육성하고자 하는 지원 정책이 아닌 지원금을 통해 강제적 구조조정 및 정원 감축 정책이라는 것을 굳이 감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정원을 향후 3년간 `10%를 감축할 경우 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0.1점이 아쉬운 지방대학들은 사업의 선정을 위해 대부분 10%의 정원 감축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러한 방향으로 사업 평가가 진행될 경우 교육부가 필요로 하는 대학 입학 정원분은 거의 지방대학에서 이루어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정원 감축이 적은 수도권 대학에 학생들이 더욱 집중된다. 또한 정원감축으로 인한 등록금 수입 감소로 인해 지방대학은 특성화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방 대학 특성화 사업의 또 다른 우려는 이 사업의 평가요소나 사업방향이 이미 대학 지원 정책으로 펼쳤던 다른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특성화를 통한 지방대학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단위사업을 평가했던 NURI 사업(2004년~2008년)과는 거의 차이점이 없다. NURI 사업이 지방대학의 재정지원이나 학생들의 학습 환경 조성 등의 긍정적 측면이 없지는 않으나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와 유사한 모델을 가진 지방대 특성화 사업에 우려를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OOO학과’, ‘OOO분야’하면 지방의 ‘OOO대학’이라고 떠 올릴 수 있는 특성화되어 있는 학부, 학과를 가진 경쟁력 있는 대학을 키운다는 것은 향후 대학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그렇지만 ‘교육은 100년지 대계’라고 하여 나라의 인재를 키우고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장기적 계획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인데 명확한 방향성이 없이 단순히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대학의 대부분이 정원을 채우지 못할 사태를 막기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밀어 붙이기 식의 단기적 정책은 ‘창조경제 견인 및 창의적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이라는 비전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의 서류 접수는 지난 4월 말에 완료되었고 앞으로 서류평가, 현장 평가 등 평가일정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사업이 구조조정 정책이 아닌 지방대학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그리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원사업정책으로서의 방향성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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