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혁신적인 큐레이슈머
[월요논단] 혁신적인 큐레이슈머
  • 김상우
  • 승인 2014.05.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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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경기대학교 관광전문대학원 교수/한국관광연구학회 회장
글로벌 경제 환경이 불확실해지고 국내적으론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소비자들은 무엇이든 최선을 선택하기보다는 매력적이고 분수에 맞는 차선책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언제든 실현가능하면서도 힙(hip)한 대안들인 것이다. 즉 현명한 소비자들의 선택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이상적이고 완벽한 상품보다는 실용적이고 간편하며 때로는 시크(chic)한 매력까지 뿜어내는 상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 것을 소유하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기던 과거와는 달리 내가 만족할 수만 있다면 중고품이라도 크게 상관없다는 신선한 소비자들의 등장인 것이다.

타인의 평가보다는 나만의 기준을 중시하고 그것이 충족됐을 때 만족감을 얻는 자족적 큐레이슈머(Curasumer)들이다. 대표적인 과시형 소비재인 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자동차 전문 리서치기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은 차를 바꿀 때 소유하고 있던 차종보다 더 큰 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 ‘내게 가장 필요한 차’를 고른다. 선택이 실속 있고 합리적 구매형태로 확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자기만족적 소비는 소유에 대한 의미까지도 바꿔놓을 정도로 소비인식이 한층 성숙되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의 대표적인 카페인 ‘중고나라’에서는 1초 단위로 새로운 중고제품들이 등록될 정도로 수많은 상품들이 매매되고 있다. 원래부터 중고거래가 활발했던 중고서적이나 중고가구 제품군 뿐만아니라, 화장품이나 패션, 의류, 주방기물 등 좀처럼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제품군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중고로 거래되거나, 또는 전시회의 큐레이터처럼 기존 제품을 꾸미고 자신의 용도에 맞게 다양하게 편집해서 사용하기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기업들도 이러한 소비자들의 편집 욕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 같다. LG전자는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으로 애플리케이션의 아이콘 등을 교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옵티머스 3D큐브로 출시 상용화했을 뿐 아니라, 주택구조의 변화도 시도했다. 한화건설의 경우 ‘스마트핏 평면’이라고 해서 별도의 공사 없이 움직이는 벽(무빙윌)과 움직이는 가구(무빙퍼니처)를 활용해 소유자가 직접 집안 구조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포푸드(4food)’는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햄버거 판매와 결합하여 만든 이른바 ‘햄버거 2.0’콘셉트로 주목을 받았다.

소비자들 자신이 빵, 채소, 토핑 등의 재료를 자유롭게 조합해 새로운 햄버거 메뉴를 만들고, 그 메뉴와 레시피를 인터넷상에 올려 누군가가 구매를 하게 되면 구매한 만큼 메뉴 기획자에게 일정 금액을 적립해주는 형식으로 사업방식을 도입해 성공했다. 이런 시도를 통해 기업은 소비자들의 욕구충족을 지원해줌과 동시에 마케팅 수단으로까지 그 효과는 확대될 수 있다. 자신의 취향을 자유자재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자생적 소비자인 큐레이슈머(Curasumer)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자생적 큐레이슈머(Curasumer)의 등장은 국내 기업입장에서 볼 때 다분히 위협적인 요소가 많을 수 있다. 왜냐면 소비자들이 기업본사와 직접 거래를 시도함으로써 유통업계의 시장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소비자들이 미국의 아동복 브랜드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구매를 함으로써 국내 판매 계약을 맺은 기업 측 입장에서는 많은 손해를 입었던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소비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새로운 개념의 소비자인 자발적 큐레이슈머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이 시대의 진정한 신념을 표현하는 소비자들이다. 이처럼 혁신가가 되길 원하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강화되는 데는 경제 환경의 변화가 가장 크게 일조했다. 경제적 불황이야말로 과시소비와 같은 비합리적인 소비를 청소(sweeping-out)하는 순기능과 중고품이라도 실속형으로 편집해서 활용하는 새로운 소비문화를 정착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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