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은 기후와 지리적 여건 상 다양한 식재료가 풍부하다. 닭고기, 새우, 원당 등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출 품목이며 참치 통조림, 파인애플 통조림 등 가공식품 역시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자국 생산품만으로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음식을 만들 수 있지만 결코 자급자족에 그치진 않는다. 개방적인 식문화로 외국의 식료품을 받아들여 이를 다시 재개발하고 현지화 하는 것이 태국의 강점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국내에서 외국의 식재료를 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가까운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수입 식품은 손에 꼽을 수 있는 종류의 쿠키나 스파게티, 스테이크 소스 등이 고작이었다. 더 다양한 품목을 원하는 사람들은 이태원이나 안산 공업단지 등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구멍가게 형태로 운영되는 외국 식료품점에서나 겨우 구할 수 있었다.
시대가 지남에 따라 유학, 출장, 여행 등 해외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외국 음식에 친숙해지고 국내에도 에스닉 레스토랑과 다양한 해외 식료품 유통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십수 년 동안 분명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입맛과 성향은 외국에 비해 아직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다.
태국의 많은 식품 업체들이 한국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지만 안타깝게도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은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2014 타이펙스에서 만난 현지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 “진출이 어려운 폐쇄적인 국가”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 기업에게 필요 이상의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는 한국 정부도 그렇지만, 그 어려운 과정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편견 중 하나는 ‘선진국에서 들여오는 식품과 달리 동남아나 남미 등 개발도상국에서 수입하는 식품은 맛과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식품 안전성의 차이는 국적이 아니라 상품을 제조하는 기업과 상품 자체에 있다. 태국의 유명 가공식품 공장을 한 번이라도 둘러봤다면 첨단화된 시스템과 위생적인 제조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안전성 문제를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류라는 호재를 타고 한식세계화 혹은 한국 브랜드의 세계화를 꾀하면서 반대로 해외의 식문화를 배척하는 것은 얼마나 오만하고 이기적인 자세인가. 남의 것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어떻게 나의 것을 그들에게 수용하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한식세계화를 논하기 전에 먼저 우리의 미각과 마음에 걸린 빗장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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