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식당가 5월 매출 반토막…세월호 참사 후폭풍 장기화
전국 식당가 5월 매출 반토막…세월호 참사 후폭풍 장기화
  • 이인우
  • 승인 2014.06.02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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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소 10곳 중 8곳 “매출 떨어졌다”
주점업 매출 40%, 한식당 39% 감소
“가정의 달인 5월은 연중 가장 호황을 누리는 시기로 웬만한 불경기에도 매출이 가장 높았지만 올해는 오히려 절반 정도 떨어졌습니다.”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최영환(47) 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줄기 시작한 손님이 5월 말까지 회복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씨는 평일 최소 10개팀의 예약을 받고 나머지 손님까지 받아 하루 35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나 5월 내내 1일 평균 반토막 수준인 180여만원에 그쳤다.

충북 청주시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심재중(51) 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심씨는 “지난 3월 말부터 교외 나들이를 마친 단체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4월 중순 이후 발길이 완전히 끊어졌다”며 “간간이 2~3명씩 찾는 개인손님만으로는 이번 달 임대료도 내지 못할 형편”이라고 털어놓았다.

●어린이날•어버이날 반짝 효과

세월호 참사로 외식소비가 줄면서 전국 외식업소들이 생존 위기까지 몰리고 있다. 지난 5월 일부 업소는 가족 단위 단체 손님이 몰리면서 일시적인 매출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전후한 반짝 매출에 그쳤다.

더욱이 앞으로 2개월 정도 지나야 어느 정도 매출이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와 외식인들의 주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전국 회원업소 500곳을 대상으로 지난 5월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매출현황 조사에 확연히 드러난다.

이번 조사는 식당의 규모, 지역, 업종별로 500개의 표본을 뽑은 뒤 각 업소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묻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참사 후 한 달간 매출이 평년보다 감소했다고 답한 곳은 78.0%였다.

이들 업소의 평균 매출 감소율은 35.9%에 달했다. 업종별로 보면 주점업의 한 달간 매출 감소율이 39.77%로 가장 높았고 한식당이 39%로 뒤를 이었다. 이어 일식당(37.73%), 치킨전문점(35%), 중식(32.09%), 제과점업(31.40%) 등의 순이었다.

한식당의 매출감소율이 높다는 사실은 골목상권의 영세 외식업소까지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외식업소 규모별로만 보았을 때는 대형업소의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100㎡ 이상 업소는 한 달간 38.52%의 매출이 줄었다고 응답했으나 50㎡ 미만 업소는 34.06%로 오히려 감소율이 낮았다.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맞물려

또 인구가 많은 대도시보다 지방일수록 매출이 더 많이 떨어졌다.

서울의 경우 한 달간 매출이 31.56% 떨어졌으나 지방의 경우 39.63%로 10%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광역시는 36.53%, 경기도는 39.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 세월호 참사 피해를 입은 단원고가 있는 안산시를 중심으로 인근 안양, 평택, 기흥, 오산 등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 지역은 특히 지역 외식경기를 좌우하는 삼성그룹 계열사가 일제히 외식자제령을 내리면서 지역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는 후문이다. 외식업소의 매출감소는 소비자심리지수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5로 4월 108에 비해 3포인트 떨어졌다. 세부지표를 보면 현재 생활형편과 생활형편 전망, 소비지출 전망지수가 전월보다 각각 2포인트씩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에다 소비자심리지수 하락까지 맞물리면서 외식업소 매출감소가 더욱 두드러지는 셈이다. 이러한 외식업소의 장기간 매출감소는 사회 전반적인 경기 후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인력감축 대응, 경기불황 가속화

많은 외식업소가 매출감소 대응 방안으로 인력감축과 식자재 비용 절감 등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결국 인력 감축은 고용 불안정에 따른 소비둔화 가속화로 이어지고 식자재 비용 절감은 식재유통업계의 매출 감소를 부추기게 된다.

외식업소의 불황이 연쇄적인 악순환을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인력감축은 특히 대형 외식업소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중소형 외식업소는 대부분 가족 경영이나 종사자 1~2명을 고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형 외식업소의 인력감축은 곧장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약 52만 곳의 외식업소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160만명이다. 여기다 일용직을 포함할 경우 외식업 종사자는 260만명에 달해 국내 전체 취업자 2568만 명의 10%를 차지한다.

이에 따라 외식산업은 일자리 창출효과가 가장 뛰어난 산업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영향에 따른 외식업소의 인력 감축이 지속될 경우 국내 실업률도 급속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외식업소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외식의 날’ 등을 지정해 구내식당 운영까지 중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실효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이인우 기자 li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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