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파워] “굳지 않는 떡 다음은 달라붙지 않는 떡입니다”
[리더스파워] “굳지 않는 떡 다음은 달라붙지 않는 떡입니다”
  • 김상우
  • 승인 2014.06.02 0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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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귀정 농촌진흥청 가공이용과 과장
국내에서 떡집이 많을지 빵집이 많을지 생각해본 이들이 있을까?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골목마다 빵집이 눈에 띄는 만큼 많은 사람들은 당연히 빵집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떡집은 약 1만8천개로 1만1천여개의 빵집보다 훨씬 많다. 반면 떡 산업은 1조4천억원, 빵 산업은 3조6천억원의 규모를 보이고 있어 대중성에서는 빵집에 크게 밀리는 형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한귀정 농촌진흥청 가공이용과 과장은 떡 산업의 기술적인 면과 제품의 다양성 등을 원인으로 보며 대중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말한다. 그가 지난 2008년부터 ‘굳지 않는 떡’을 개발하기 위해 밤낮을 지새운 것도 떡 산업의 부흥을 위한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했던 일이다.

“3년 동안 굳지 않는 떡을 개발하기 위해 매일 쌀 20㎏씩 1천 번을 넘게 떡을 쪘어요. 여러 종류의 떡에서 다양한 기법을 적용했고, 떡 안의 물 분자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멥쌀, 수수, 메밀 등 모든 잡곡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제품의 다양화에도 기여할 수 있었죠. 2010년 12월에 특허를 받았고 2011년에 처음으로 굳지 않는 떡을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반응이 매우 좋아 현재 기술 이전이 이뤄진 업체만 290여 개에 달하고 해외에서도 관련 떡을 생산하고 있어요. 여기에 제빵기처럼 가정에서 손쉽게 떡을 만들어낼 수 있는 떡 제조기도 실용화 단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기에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으련만 연구에 끝까지 매진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할머니가 인절미와 시루떡, 찹쌀떡, 한과 등을 즐겨 만들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다양한 떡을 만들어 봤어요. 떡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을 배합해본다면 분명 해결책이 나오리라 봤죠. 더욱이 관련 기술의 개발로 엄청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절대 포기할 수 없더군요.”

그의 확신대로 굳지 않는 떡 기술은 소비 촉진은 물론이고 실용 찰흙의 발굴로 이어져 ‘라이스 아트 교사’라는 새로운 직업군까지 만들어냈다. 즉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는 찰흙을 가지고 다양한 장식품을 만드는 놀이 교육이 생긴 것이다. 현재 라이스 아트 강사는 전국 1300명으로 협회와 교육원 등이 설립되는 등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 과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달라붙지 않는 떡’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과거 떡 업체에서 하루만이라도 굳지 않는 떡을 개발해달라고 조르더니 이제는 달라붙지 않는 떡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는 얘기다.

한 과장의 이러한 공로는 정부의 훈장으로 이어졌다. 세계 최초로 굳지 않는 떡 원천기술을 개발한 공을 인정받아 지난 5월 16일 특허청 주최 49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한 과장은 굳지 않는 떡 외에도 열거하기 힘들 정도의 수많은 공로를 세웠다. 지난 1987년 농촌진흥청에 몸을 담은 뒤 김치를 토마토케첩과 같은 기호식품으로 바꾼 ‘김치 소스’와 전국향토음식을 총 정리해 3300여 종의 메뉴를 10권의 책에 담은 일, 녹파주, 아황주, 점주 등 고문헌을 기초로 해 사라져 간 전통주를 복원해낸 일 등 우리 전통식품산업 발전에 획을 긋 있다.

“저보다는 팀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그동안 같이 고생해준 덕에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농친청의 배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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