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만 봐도 ‘맛’이 떠오른다
포장만 봐도 ‘맛’이 떠오른다
  • 이원배
  • 승인 2014.06.3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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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중견 식품기업 제품 포장 디자인만으로 맛까지 떠올리게 된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이미지의 포장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해당 제품의 맛이 소비자에게 각인됐기 때문이다. 국내 중견 식품업체의 포장 디자인과 맛의 상관 관계를 짚어본다.

맛에 따라 포장 디자인이 결정된다.
매운 맛을 강조하는 식품의 포장 디자인은 고추를 그려 넣거나 붉은색과 검은색 등 강렬한 색상을 내세운다.
간장 등의 짠맛은 속이 보이는 투명용기를 사용해 검은 간장을 드러내면서 간장=짠맛을 나타낸다. 여기에 업체의 전통적인 CI를 넣으면서 특정 CI=간장이라는 것을 각인시킨다.
반면 재료의 이름을 빌려온 제품은 포장은 물론 내용물도 재료의 색깔을 그대로 재현하면서 재료의 맛을 떠올리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이런 포장 전략을 구사하는 제품은 오랫동안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이 많다. 소비자들은 포장만 봐도 어떤 제품인지, 어떤 맛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농심의 신라면과 샘표식품의 샘표간장,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오리온 초코파이 등이 대표적이다.

매운 라면 시대, 붉은색과 검은색 매운 맛 강조

농심의 인기 라면인 신라면은 매운 맛을 표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심은 신라면 제품 포장 전면에 ‘맵다’는 뜻의 한자인 ‘辛’을 크게 내세우면서 매운 라면임을 강조하고 있다. 포장 색깔도 붉은색과 검은색 위주로 사용하며 ‘매운 맛’의 강렬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포장의 辛자와 강렬한 색상, 그리고 맛의 독특함으로 인해 신라면을 먹어 본 소비자들은 辛글자만 봐도 신라면의 매운 맛을 떠올리게 된다. 신라면의 매운 맛 전략은 성공해 1986년 출시 이후 30여 년간 라면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매운 맛 라면 시장에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포장 색깔도 강렬한 원색의 검정색 바탕이 주조를 이루고 제품명은 붉은색 고딕체를 사용해 강한 맛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키는 포장 전략을 채택했다. 삼양식품의 이런 전략은 성공을 거둬 불닭볶음면은 비 국물라면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매월 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얻자 경쟁업체인 팔도에서도 비슷한 ‘불낙볶음면’을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불낙볶음면 역시 불 맛 제대로 살렸다’는 문구로 매운 맛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팔도의 불낙볶음면은 지난달 말 소송에 휘말렸다. 삼양식품이 팔도 불낙볶음면이 검은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의 디자인은 물론 불닭볶음면의 제품명까지 모방했다고 문제 삼은 것이다.

내용물 노출 통해 ‘샘표=짠맛’ 연상

‘샘(泉)표’간장은 1946년 창립한 샘표식품의 대표적인 간장 브랜드다. 샘표식품은 초창기 간장을 나무로 만든 용기(목통)에 담아 판매하던 때부터 샘(泉)표를 용기에 넣었다.
샘(泉)표는 육각형 안에 샘을 뜻하는 한자 천(泉)을 음각으로 넣은 모양으로 육각형 안은 붉은색으로 채웠다. 샘표간장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샘(泉)표하면 주부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샘표간장을 떠올릴 정도였다.
특히 샘표간장은 1950년대부터 유리병 용기에 담아 판매를 했다. 내용물이 보이는 유리병에 담아 판매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검은색 내용물 그대로 볼 수 있었고 샘표 검은색 간장=짠맛이라는 연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달콤한 맛의 유혹, 항아리형 용기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유혹하는 포장 디자인도 있다. 1974년 출시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바나나 색을 표현한 연노란색의 내용물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바나나의 달콤한 맛을 나타내고 있다. 용기도 반투명 용기를 사용해 은은한 빛깔을 배가시켰다.
바나나맛우유의 ‘항아리형 용기’는 바나나맛우유의 다른 상징이다. 우리 국민에게 익숙한 항아리 형태를 용기에 차용하면서 푸근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당시 용기 개발 담당자들이 식상한 원통형의 용기와 차별화되는 용기를 개발하기 위해 고심했다는 후문이다.
바나나맛우유도 장기 인기 품목에 이름을 올리며 국내 바나나 우유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바나나맛우유라면 반사적으로 항아리형 반투명 용기와 달콤한 맛을 떠올린다.
오리온의 세계적인 브랜드 ‘초코파이 정(情)’은 1970년대 말부터 초코파이를 반을 잘라낸 사진을 포장에 넣었다. 겉을 싸고 있는 검갈색의 초콜릿과 안쪽의 파이, 촉촉한 마시멜로우의 흰색이 먹음직스럽게 조화를 이뤄 ‘이래도 안 먹을 거니’라며 소비자에게 단맛의 유혹을 던진다.

검정색과 붉은색에 담은 커피의 그윽하게 쓴 맛

동서식품의 ‘카누’는 인스턴트 원두 커피로 특유의 쌉싸름하고 심플한 맛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을 포장 디자인에 담았다.
커피 원두 색과 비슷한 검은색을 바탕으로 채택해 커피 원두의 색감과 쌉싸름한 미감을 표현했다. 검은색 바탕에 문구나 로고를 최소화하고 붉은색 영문으로 단순하게 KANU라고 표기하면서 커피 본연의 심플한 맛만을 담았음을 강조했다. 특히 검은색과 붉은색의 단순한 조합은 프리미엄 인스턴트 커피 카누의 고급스러움을 배가시켰다. 소비자들도 카누의 검은 포장만 봐도 블랙커피의 씁쓸한 맛을 연상한다.

풀무원 녹색, 유기농산물의 신선함 담은 맛

국내 유기농 식품산업의 선두 주자인 풀무원은 기업의 경영철학인 ‘바른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원칙 아래 제품 포장과 디자인에도 이 원칙을 담아내고 있다.
풀무원 CI의 ‘풀무원 녹색’은 풀무원 대표 색깔로 순수한 바른먹거리만을 고객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풀무원의 의지가 담겨 있다.
소비자들은 풀무원의 CI와 풀무원 녹색을 접하면 신선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풀무원은 이런 바른먹거리 가치를 이미지와 정보를 통해 포장에 담고 있다. 풀무원 ‘평양물냉면’ 포장에는 아이보리 바탕색 위에 재료 하나 하나씩을 보여주며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참치 통조림에 담긴 바다의 맛

동원F&B와 사조해표는 국내 참치 통조림의 대표 주자로 바다의 맛을 통조림을 통해 식탁에 전했다. 동원F&B와 사조해표는 참치 통조림에 생선 전체 모습을 그대로 넣지 않고 참치의 겹겹이 층진 연분홍색의 속살만을 강조한 사진을 넣었다.
이는 부드럽고 담백한 참치 맛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참치캔의 전체적인 색깔도 부드러운 노란색을 입히면서 담백한 참치 맛을 극대화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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