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남발, 이대로 둘 것인가
명인 남발, 이대로 둘 것인가
  • 관리자
  • 승인 2014.07.07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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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식품·외식관련 협회나 단체에서 명분도 없이 명인 지정을 남발해 정부의 명인 제도에 대한 신뢰에 타격을 주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 도가 지나쳐 자격 요건조차 명확하지 않은 각 분야별 명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마치 유치원생들이 미술대회에 나가면 누구나 상을 타오는 듯 한 분위기이다.

현재 식품·외식업계의 명인과 명장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하는 ‘전통식품명인’과 노동부산하 산업인력공단에서 선발하는 ‘대한민국 명장’(요리, 제과 등)이 있을 뿐이다. 농식품부에서 식품 명인을 지정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4년부터로 현재까지 총 59명을 지정했고 이 중 52명이 활동 중이다. 산업인력공단에서 선발하는 요리명장은 기준이 더욱 엄격해 지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선발된 요리명장은 9명에 불과하다.

명인 지정 명목으로 금품까지 오고 가

그러나 최근 수년 사이 식품·외식관련협회나 단체에서 각종 명인으로 지정한 사람은 밝혀진 것만도 120여명에 달한다. 산업인력공단에서 지난 15년간 선발한 명장보다 13배, 농식품부가 지난 20여년 간 지정한 명인보다는 2.4배가 많은 숫자이다. 이들 협회나 단체에서 지정하는 명인들은 분야 면에서도 매우 다양하다.

전통한식조리, 전통떡, 전통한과, 전통민속주, 식품조각, 발효음식, 폐백이바지음식, 약선요리 심지어는 푸드코디네이터 명인까지 지정하고 있다. 명인지정 방법도 공식적인 공모방식이 아니라 각종 요리경연대회나 박람회 혹은 식문화대전을 개최하면서 각종 상의 시상을 겸해 지정한다고 하니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광주광역시의 D단체 음식분과의 경우 젓갈 등 전통식품에서부터 장어, 짱뚱어 요리 명인까지 해마다 수 십명씩 지정한다고 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노릇이다. 또 지난 6월 W음식문화연구원이 개최한 박람회에서는 분야별이라고는 하지만 무려 6명의 명인을 지정했으며 이외에 분야별 금·은·동상 등 상을 남발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명인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수백만원에서부터 그 이상의 금품이 오고간다는 사실이다. 주최 측에서는 심사비와 박람회 참가비로 소정의 금액을 수수한다고 하지만 명인 지정은 물론이고 장관상 등 다양한 상을 시상하는 과정에서 금품이 오고간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퍼진지 오래됐다.

신뢰·권위 바로잡기 위한 조치 필요

정부가 엄격히 명인, 명장을 지정하는 것은 식품·외식업계를 대표하는 인적자산으로서 사회적 존경과 함께 업계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식품·외식관련 단체들이 우후죽순 해마다 수십 명의 식품 명인, 명장을 지정한다면 우리 사회는 수년 내 1천명 이상의 명인들이 양산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들은 저마다 명인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자신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강의 등 사회활동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명인, 명장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일반인들은 정부가 지정하는 명인이나 관련협회, 단체가 지정하는 명인을 똑같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식품산업진흥법(제25조 1항1의 2~3호)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의 식품 명인 지정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이 제조·가공한 식품에 식품 명인이나 이와 유사한 표시를 하면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처벌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는 결국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관리 감독에도 문제가 있음을 말해준다. 여러 단체들이 식품명인을 지정해 업계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음에도 현황 파악이나 그 어떤 조치 한번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관리감독 부처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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