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와 예술의 만남, R&D의 새 지평 열다
발효와 예술의 만남, R&D의 새 지평 열다
  • 김상우
  • 승인 2014.07.07 0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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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연구센터와 갤러리 융합
능률 향상·팀원 소통 등 각종 시너지
‘우리발효연구중심’은 60년 발효명가 샘표의 기업 철학과 성장 원동력을 압축하는 공간이다. 지난해 5월 충북 오송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발효 전문 연구센터로 2만3186㎡ 부지와 연건평 1만105㎡ 규모,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다양한 테마로 꾸며진 회의실과 조형물들은 우리발효연구중심을 단연 돋보이게 한다. 이는 연구원들에게 꿈과 행복, 즐거움을 찾는 공간을 주겠다는 샘표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우리 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 한다’는 비전을 연구센터로 승화시킨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찾아가봤다.

샘표의 생명력 ‘발효’를 담다
실내가 환히 보이는 투명유리창이 산뜻함을 더하고 있는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연구개발동과 지원동, 파일럿 플랜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발효 연구의 집결지라 불릴 만큼 분자생물학실험실, 배양실, 원료실, 종균실, 미생물클린룸, 멸균실 등의 다양한 전문실험실에 최첨단 기기가 빼곡하다. 설립 이전에는 서울과 이천, 영동으로 연구소가 나눠져 있었지만 이를 한데 묶으면서 발효 연구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실험실에선 콩을 비롯한 곡류, 채소의 발효를 토대로 한식 양념과 소스, 서양식 소스, 간편 조리 식품, 건강 발효 음료 등을 개발한다. 특히 발효를 위한 각종 미생물과 종균의 수집 및 분석에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주목할 점은 우리발효연구중심이 아트 프로젝트의 정점이라 말할 만큼 시각적인 공간 연출이 뛰어나다. 샘표는 지난 2004년 이천 간장공장에 ‘샘표 스페이스’를 조성했으며, 2010년에는 회색 공장 외벽을 대형 예술작품으로 꾸민 ‘아트 팩토리’를 만드는 등 예술과 기업 철학의 접목을 꾸준하게 시도하고 있다.

연구센터는 친환경적인 가치를 담기 위한 조형물들이 다수를 이룬다. 오래된 잡지로 촘촘히 쌓은 벽면과 버려진 바퀴, 파이프로 만든 조명 등에서 자연스러움의 추구를 엿볼 수 있다. 건물 곳곳에 배치된 친환경적인 요소들은 일상의 대부분을 연구센터에서 보내야 하는 연구원들에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주는 공간이 되고 있다. 어찌 보면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닌 조화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균형과 어울림의 산물인 발효와 쏙 빼닮았다는 느낌이다.

아이디어의 곳간을 만들다
먼저 연구소 입구에 들어서면 샘표의 역사를 말해주는 굴뚝 조형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윤규 작가가 제작한 ‘기억을 기록하는 화분’은 샘표 창동 공장의 추억이 담긴 빨간 굴뚝 세 토막을 화분으로 꾸몄다. 굴뚝은 지난 1969년 설립된 창동 공장의 굴뚝이다. 1987년 이천 공장 설립 후 창동 공장이 정리되면서 3등분한 굴뚝을 25년간 보관해왔다.

로비에 들어서면 샘표 창립 때부터 사용됐던 제국틀이 보인다. 발효 곰팡이 배양에 사용하는 제국틀은 김기철 작가의 맛깔난 작품으로 재탄생됐다. 김 작가는 “자연의 시간으로 완성되는 정직한 발효의 맛을 소리에 담았다”고 밝혔다.

계단을 올라서자 갖가지 예술 공간이 펼쳐진다. 오피스를 잇는 55m의 긴 복도의 벽화인 ‘길 갤러리’와 6개의 회의실을 자유롭게 디자인한 ‘룸 갤러리’는 탄성을 절로 나오게 한다. 길 갤러리는 이은우, 홍은주, 이에스더, 김혜나, 김보민의 작품 세계와 샘표 기업 이미지가 녹아있는 벽화로 꾸며졌다.
룸 갤러리는 동양화, 서양화, 일러스트레이션, 디자인 등 각기 다른 전공의 6명 작가가 회의실을 재해석했다. 채광이 가장 좋은 첫 번째 방에 들어서면 한석현 작가의 ‘윝밭(Wit Field)’이 나온다. 테이블의 거울을 이용해 천장에 심어놓은 배추와 청경채를 감상할 수 있다. 한 작가는 “신선들이 사는 윗동네처럼 편안한 공간 구성으로 연구원들의 머릿속에 맑은 생각이 가득하길 바란다”며 구상 배경을 밝혔다.

신하정 작가의 ‘산책’은 높이 4m의 노방천이 12폭 병풍처럼 걸려있다. 태백 출신인 작가는 먹과 석탄 등을 이용해 그 위에 거대한 숲을 그려냈다. 측백나무를 세로로 자른 널찍한 원목 테이블을 굵직한 하얀 자작나무 가지들이 촘촘하게 받치고 있어 숲 속에서 회의하는 느낌을 준다.

이달우 작가의 ‘Play Ground’는 회의실이 하나의 축구장이다. 단풍나무 테이블 양끝에 축구 골대를 달았다. 회의가 잘 안 풀리면 지우개나 연필을 골인하듯이 넣고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테이블, 마치 하나의 팀처럼 스탠드형 의자에 앉아 화상 회의를 할 수 있는 공간 배치가 자유분방함을 물씬 풍긴다.

이 외에도 김무준 작가가 만든 ‘POOL’ 회의실은 유리 탁자와 투명 아크릴 의자를 비치하고 바닥에 파란색 타일을 깔아 수영장에 온 시원함을 주고 있다.
김강일 작가의 ‘301호’는 똑딱이 백열전구와 탁자를 천장에 매달아 그네처럼 흔들리는 독특한 구성으로 편안함과 따뜻함을 전해준다.

일하는 즐거움이 쑥쑥
우리발효연구중심의 가치는 회의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질러 놀이터와 질러 카페, 순작 카페 등은 연구원들의 능률을 한층 끌어올린다.

질러 놀이터에서는 팀원의 생일날 야외 캠핑장처럼 그릴에 고기를 굽고 맥주도 한 잔씩 할 수 있다. 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 때 차 한 잔 생각이 난다면 부담 없이 차 한잔과 사색을 겸할 수 있으며 탁구도 칠 수 있다. 또한 연구원들끼리 상호 존중하면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직급대로 부르던 호칭을 ‘연구원’으로 통합했다.

지정석이 없는 것도 눈길을 끈다. 출근 후 본인이 원하는 자리에 앉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핫 데스크(hot desk)’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성재 샘표 연구개발1팀 연구원은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사람·문화·자연의 결합으로 사람을 생각하는 연구소, 체험하고 즐기는 전시공간과 전통마당,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을 추구한다”며 “연구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실질적인 결과도 만들어 내 행복과 일하는 즐거움을 찾는 공간으로 거듭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INTERVIEW] 사람을 먼저 생각합니다
이성재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 연구개발1팀 연구원


우리발효연구중심과 이전 연구소를 모두 경험했다.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

우리발효연구중심은 모두가 함께 쓰는 공간임에도 혼자만의 공간을 확보한 것처럼 아늑함을 준다. 과거에는 연구를 하면서 심적인 여유를 찾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일의 능률 향상은 물론 임직원들의 소통에도 크게 기여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이 있는가?

301호다. 내 집과 같은 편안함과 따뜻함을 표현하려던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전달된다. 투박하지만 뭔가 이색적이면서도 익숙한 분위기는 좋은 아이디어를 샘솟게 한다.

처음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설립하고자 할 때 직원들의 의견 충돌도 적잖았을 것 같다.

문화의 결합이 직원들의 생산성에 분명 효과가 있지만 이를 실천에 옮긴다는 건 재정적인 측면에서 큰 모험이기도 하다. 그러나 박진선 대표는 새로움을 찾아내려면 새로운 분위기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의 소신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곳곳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어찌 보면 사람을 키우는 문화가 곧 기업의 성장 원동력이다. 우리발효연구중심은 인재 양성을 우선하는 샘표의 기업 철학을 간직한 공간이라 자신있게 말하고 싶다. 앞으로 우리발효연구중심이 해야 할 일은 많다. 재료 본연의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 다양한 발효제품으로 한식세계화에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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