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밥맛사’ 들의 세상, 그래도 희망은 있다.
[월요논단] ‘밥맛사’ 들의 세상, 그래도 희망은 있다.
  • 관리자
  • 승인 2014.07.14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종문 (사)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장/前 전주대 문화관광대 학장
오랜만에 사람냄새 물씬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임병곤 시인의 ‘밥맛없는 사람’.

<잘난 척하고 얌체 같고 / 제 멋대로 하는 사람을 보면/ 꼴 보기 싫어 밥맛이 떨어지지./ 꼴 보기 싫으면 만나기도 싫고/ 뒷모습만 보아도 짜증이 나고/ 행여 목소리라도 들리면 /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아나지.>

그렇다. 맞는 이야기다. 세상에 밥맛없고 밥맛 떨어지는 사람(이하 ‘밥맛사’)이 어디 한 둘인가. 세상이 온통 ‘밥맛사’들의 영지처럼 보일 정도다. 지난 4월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들을 선실에 남겨놓은 채 해경 구조선을 타고 제 목숨만 챙긴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밥맛사요. 구조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거나 게을리했던 해경을 비롯한 관련 부처 공무원들도 밥맛사다. 지난 달 전방부대에서 5명의 젊은 병사들을 사살한 어느 병장의 총기 난사 시 부하들을 내버려두고 홀로 도망친 소초장 아무개 중위도 문제의 병장 못잖은 밥맛사다.

게다가 총기와 탄약고의 열쇠까지 갖고 도망치는 바람에 우왕좌왕 부하들은 자물쇠를 부수고 가까스로 무장했다니 제2의 세월호 선장, 땅위의 세월호 선장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 엄청난 사고를 수습할 책무가 있는 정치권을 비롯한 지도층도 문제다. 세월호 특위에서 하는 일이란 게 관련부처 상대로 호통 치는 일과 당리당략을 생각하는 일. 그리고 희생자 유족들에게 점수 따는 일 밖에 없는 정치인들. 사회 곳곳에서 무례와 무절제. 몰상식과 파렴치로 세상을 휘젓는 사람들도 밥맛사요. 자기생각과 주장만 옳다는 외골수 옹고집들도 밥맛사다.

요즘은 지방선거에 이은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시끌벅적하다. 선거철만 되면 허리 골절상을 입으면 어쩌나 싶게 낮은 자세를 취하다가도 선거만 끝나면 어김없이 안하무인, 오만방자 높은 자리로 복귀하는 정치인들도 밥맛사다.

싱싱한 풀, 맑은 물가로 인도하는 참 지도자인 줄 알았더니 거친 들, 위험한 골짜기로 몰고 가는 얼치기였다. 진리 밖에 모르는 외골수 학자인 줄 알았더니 권력적 지위를 탐하거나 자신의 학문적 권부축성에 골몰하는 성공기술자였다. 그 사람들 모두 예외 없이 밥맛없는 사람, 또는 밥맛 떨어지는 사람이다.

이런 부류의 밥맛사들의 존재와 발호는 진짜 심각하다. 위의 세월호 관련 사람들이나 전방부대 소초장의 경우 그 국민적 피해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만큼 심대함에도 불구하고 단 1회성으로 그칠 뿐 아니라 피해구제 방법이 그 실효성과 상관없이 법적 제도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수습책임이 있는 정치권이나 사회일반 지도층의 경우, 그 제도적 피해보상책이 전혀 없을 뿐더러 지속적 반복적 저지름에 의한 정신적, 경제적 손실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입에 거품 물고 밥맛없는 사람이라 낙인찍고 질타하는 사람들이 온전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이를테면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 같은 사람을 일컬음인데 임병곤 시인의 고백을 나의 고백으로 공유하고 싶은 이유다.

<나만 모르는 특급 비밀은/ 밥맛없는 사람은 바로 나. / 자신의 미운 털을 뽑아 / 다른 이에게 이식하고/ 행여 들통날까봐/ 다른 이에게 손가락질하며/ 밥 맛 없는 사람이라고 위장하는거지./ 아니꼽고 이기적이고/ 정 떨어지고 상대하기 싫은/ 밥 맛 없는 그 사람이 바로 나지.>

그렇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 청문회장에서 서릿발 같은 논리로 당해 후보자의 비리와 부적격성을 추궁하는 정치인들이나 자격에 대한 엄혹한 비판여론을 주도했던 각계지도층 인사들의 자격과 행적에 대한 의구심이 전혀 없다 할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살만하다. 임병곤 시인의 작품 마지막 구절에서 희망을 읽는다. 그 해석은 순전히 독자들의 몫이다.

<밥맛없는 사람보고 나를 고치면/ 그 사람과 함께 밥 먹고 싶어지고/ 밥 먹을 때마다 생각나서/ 저절로 밥맛 있는 사람이 되겠지./ 덩달아 세상도 살맛이 날 꺼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