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베네의 무한질주, 이젠 뒤를 돌아봐야
카페베네의 무한질주, 이젠 뒤를 돌아봐야
  • 김상우
  • 승인 2014.07.1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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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성리학자인 주자가 말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는 지금도 합리적인 덕목으로 통용된다. 몸을 닦고 집을 안정시켜야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정한다는 이 말은 아마도 정치권에서 가장 실감나는 말이 아닐까한다.

식품ㆍ외식업계는 딱히 이 말을 적용할만한 상황이 없었으나 최근 카페베네의 행보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공정위는 얼마 전 카페베네가 판촉 관련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긴 정황을 적발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카페베네는 이에 대해 가맹점주의 동의를 받고 진행한 사항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맹점주 누군가가 이러한 행태에 부당함을 느껴 고발했을 것이며, 공정위도 근거가 빈약하다면 전면에 나서지 않았을 터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1월에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조사에서 카페베네 56개 지점 중 55개가 근로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 톡톡한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근로법 위반 사항은 최저임금 불이행, 임금 정기 미지급,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 미시행 등 모두 245건에 이른다. 우리나라를 대표한다는 커피전문점의 자존심이 무색한 결과다.

올해 5월에는 계열 브랜드 블랙스미스에 축산물을 공급하면서 축산물판매업 영업ㆍ판매신고를 하지 않아 식약처로부터 행정처분 등의 제재 조치를 받기도 했다. 언론에 크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난 2012년 A프랜차이즈는 자신들이 개발한 신메뉴를 카페베네가 카피 메뉴로 내놓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A프랜차이즈는 법적인 절차까지 검토했지만 외식 특허에 대한 기준이 미약한 실정상 억울함을 삼켰다고 한다.

그러나 온갖 잡음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카페베네는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높이고 있다. 2012년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의 원년’이란 원대한 목표에 뉴욕 1호점 오픈 후 현재까지 중국, 필리핀,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등 세계 11개 국에 1212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카페베네는 이 같은 확장세에 “한국식 카페문화를 아시아 전역을 넘어 유럽으로 확장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카페베네의 이런 해외사업 확장이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시너지가 절대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실제 카페베네는 리테일 사업이었던 디셈버 24와 마인츠 돔 등을 짧은 기간 안에 모두 접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65.8%,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한 바 있다.

사실 커피전문점의 대부분은 커피의 맛과 향, 특화된 메뉴로 승부하는 것 같아도 이면에는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 외관 등에서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즉 안방 단속을 게을리 한 상태에서 가속 페달만 밟는다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창립 6년 만에 우리나라 커피업계의 놀라운 성공신화를 작성한 카페베네가 단기간에 추락하는 것을 원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롱런을 원하고 점진적인 성장을 이뤄나가려면 이제라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곱씹어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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