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장독대의 귀환’이 더욱 반가운 이유
[외경시론]‘장독대의 귀환’이 더욱 반가운 이유
  • 관리자
  • 승인 2014.08.19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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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 (사)대한민국전통음식총연합회 회장
동방신기, 소녀시대, 카라와 같은 한류 아이돌 스타들의 세계적인 인기몰이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수 싸이의 출현은 한류바람을 ‘태풍’급으로 격상시켰다. 최근에 발표한 신곡 행오버가 불과 한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한류바람이 광풍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의 위력이자 대단한 파급력이다.

드라마나 영화도 ‘가을동화’를 시작으로 ‘대장금’이 불을 지피더니 ‘식객’, ‘동이’,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활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기술 강국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우리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로~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러한 자긍심에 힘입은 까닭일까? 최근 들어 어른들은 물론 우리의 젊은이들이 우리 음식에 대해 관심이 부쩍 늘었고,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인기 연예인들이 먹었던 음식을 찾는 등 음식관광이 새로운 패턴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런 현상이 자리 잡기까지 한식의 이미지는 품격 있는 고급 음식이라기보다는 어느 나라 음식인지도 알 수 없는 국적 불명의 음식으로 변질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다행스럽게도 많은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우리 것, 우리 전통음식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우리 음식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전통으로 회귀하는 식문화 현상이라고나 할까.

‘음식 맛은 장맛’ 집집마다 지방마다 다양한 맛
우리 연구소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이 김치에 대해서, 또 우리 술에 대해서, 그리고 장류를 비롯한 많은 건강식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고 배우고 싶어 한다. 식탁에 매일 똑같이 배추김치만 올리지 않겠다며 여름 별미 김치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 우리 술은 여름에 담가야 실패가 없다며 술을 배워서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겠다고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 중에는 실제로 가평에 전통주 연구원을 차린 젊은이도 있다.

지난 정월에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를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배우고 나서는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장독대를 만든 이들도 있었다. 공기 좋은 시골도 아닌데 아파트라는 제한된 환경에서 장항아리를 놓고 장독대를 만들겠다고 하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거야말로 ‘장독대의 귀환’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런 현상이 이어진다면 집집마다 지방마다 특색 있는 전통의 맛이 다시 살아나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음식의 맛은 바로 장맛에 있으니까 말이다. 전통음식 분야의 원로들께서 “윤교수! 집집마다 장을 담가 먹지 않고 모두 사다 먹으니 음식 맛이 특징이 없고 모두 똑같아. 우리 맛이 사라져서 걱정이야”라던 말씀이 기우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건강식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어느 삼계탕 집은 언제나 사람들로 만원이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그만큼 전통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이 아닌가?

얼마 전에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조리장(Chef) 샘 카스가 한국의 불고기와 삼계탕을 배우러 연구소를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가서 한식을 배워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오바마의 한국 사랑이 외교적 수사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듯하다. 샘의 태도는 최고의 셰프답게 진지하면서도 확실했다. 함께 만들었던 불고기와 삼계탕을 시식을 하는 자리에서 그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Wonderful’을 연발하며 맛있다고 하였다. 한국의 맛에 감동을 받은 듯했다. “어서 가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쉘 여사에게 만들어드려야겠다”며 웃는 모습은 천진스럽기까지 했다.

퓨전음식이 아닌 우리의 전통음식을 국내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좋아하고 백악관에서도 관심을 가지니 한국음식의 세계화가 구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듯해 전통음식을 지키고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마음이 벅차오르는 느낌이다.

전통음식 자부심 갖고 전통으로 회귀하는 식문화
이처럼 우리의 전통음식은 이제 우리만의 것이 아닌 듯하다. 한류의 흐름을 타고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새로운 한류 콘텐츠로 파장을 넓히고 있다. 더불어 우리 국민에게도 ‘전통으로의 회귀’를 재촉하고 있다. 장독대의 귀환, 이 시너지가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와 노력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처음부터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예절을 중시하며 일식이라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전파시켰다. 많은 일본 사업가들이 외국인들에게 식사대접을 할 때는 고급 일식집에서 했고, 이러한 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져 나가 일식은 고급음식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지금 일본은 세계 전역에서 일식을 통해 벌어들이는 무형, 유형의 부가가치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우리에게도 분명한 길이 있다. 굳이 일본을 모방할 이유도 없다. 해마다 우리나라를 찾는 1천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우리만의 자긍심과 우리만의 식문화가 담긴 우리 고유의 음식을 대접하고 찾게 만드는 역할을 우리다운 모습으로 하면 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 것에 대한 자부심만 충만하면 될 일이다. 적어도 그 정도의 국력과 문화적 우월감은 다져졌다고 본다. 매년 우리나라를 찾은 1천만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이 1억, 10억 세계인들의 귀와 가슴으로 전달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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