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주년 광복절, 외식업계에서 우리말이란
69주년 광복절, 외식업계에서 우리말이란
  • 김상우
  • 승인 2014.08.19 08: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9주년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지인들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중 “닭도리탕 중자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하자 지인 한 명이 “기자라면서 닭도리탕이 뭐냐”고 핀잔을 준다.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의 ‘새(とり)’를 지칭하는 줄 알면서도 무심결에 뱉은 말에 얼굴이 화끈했다.

사실 우리말에서 일본어의 잔재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음식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도 별 인식 없이 쓰는 짬뽕, 오뎅, 우동, 와사비, 스시, 다꽝, 모찌, 소바 등은 초마면, 어묵, 가락국수, 고추냉이, 초밥, 단무지, 떡, 메밀국수 등으로 얼마든지 순화해 부를 수 있지만 무슨 까닭인지 해당 단어의 사용 빈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 세대부터 지속적으로 사용되던 단어가 자식까지 이어진 언어의 대물림 격이다. 중국음식점에 가서 “여기 다꽝 모자라요”라고 자신 있게 외치던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려보니 절로 쓴웃음이 나온다.

더욱 아쉬운 것은 현재 외식업계 곳곳에서 외래어의 남발에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어는 차치하더라도 현지인이 모르는 콩글리시가 당연하게 쓰인다. 단편적인 예로 세트메뉴, 핫도그, 토스트, 핸드메이드 등은 하나의 외래어로 굳어진지 오래다.

외식 브랜드는 어떠한가. 요즘엔 그나마 구수한 어감을 살리고자 한식전문점을 중심으로 한글 브랜드가 많이 사용되지만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한글보다는 영어가 대세였다. 한글로 식당 이름을 지으면 뭔가 촌스럽고 영어로 지으면 세련돼보였다.

요즘도 업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외래어 사용이 습관화됐다는 걸 느낀다. 외국어가 주는 감칠맛 때문일까.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을 굳이 외래어로 바꾸는 일들을 쉽게 목격한다.

물론 외래어로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과 한글 대신 외래어가 의미 전달에 효과적이라면 뭐라 할 수 없겠다. 그러나 과할 정도의 외래어 사용은 결국 또 다른 세대의 언어 대물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먼저 언어 순화에 앞장서고 볼 일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지 반세기를 훌쩍 넘었다. 현재 아이들이 20년~30년 후에도 일식전문점에 가서 “여기 와사비 좀 더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는다면 안타까움이 배어들 것만 같다.

기자도 사실 부끄럽긴 마찬가지다. 취재후기를 쓰면서 그동안 써왔던 기사를 살펴보니 외래어로 도배한 문장이 수도 없이 많다. 이번 광복절을 맞아 반성부터 할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