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진 칼럼]외식산업학부 대학생들의 해외문화연수
[김맹진 칼럼]외식산업학부 대학생들의 해외문화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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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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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진 백석예술대학교 외식산업학부 교수

우리 젊은이들이 글로벌 시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서울에서 아침 먹고 출발하여 미국에서 오후에 일 보고 다음날 서울로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일본이나 중국은 이미 하루에 일 보고 귀국할 수 있는 당일 출장이 가능하다. 통신이야 이미 실시간으로 북한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와도 통화가 가능하게 된지 오래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여기게 하는 이른바 글로벌 마켓을 형성하였다. 뉴욕과 서울의 청소년들이 동시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서울과 싱가포르의 직장인들이 동시에 비빔밥을 먹는 시대가 열렸다. 시장의 글로벌화는 상품의 유통뿐만 아니라 문화의 공감영역을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 베이징과 하노이 등 동아시아 사람들이 한국의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고 드라마 속 주인공의 패션을 모방하고 주인공이 즐기는 음식을 함께 즐긴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간접광고 상품들이 드라마의 배경국가를 넘어 이제는 세계시장의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에서 외식산업 전공 학생들을 지도하는 필자는 이번 여름 방학 동안에 학생들과 함께 싱가포르를 방문하였다. 대부분이 호텔조리, 제과제빵, 커피바리스타 전공의 학생들로서 이들은 기초조리 이론과 실습을 시작으로 여러 단계의 심화 실습을 거친 후 한식조리사ㆍ양식조리사ㆍ일식조리사 등의 자격증을 획득하게 된다. 전공에 따라 제빵기능사ㆍ제과기능사, 커피바리스타, 조주사 등의 자격증을 획득하기도 한다. 이들은 졸업 후 호텔이나 외식기업에 입사하거나 더러는 가업인 외식사업의 대를 잇기도 하고 창업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방학을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단기 해외 연수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그동안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배운 이론과 실무위주의 교육을 잠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문화적 체험의 기회를 갖게 하려는 취지에서 시도된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전공하는 음식이 글로벌 외식시장에는 얼마나 다양하게 존재하는지, 어떻게 상품화되어 판매되는지, 특유의 개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있는지를 관찰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이문화(異文化)가 충돌하고 서로 수용하며 변용되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음식문화는 어떻게 변화되고 진화되어 왔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겨우 서울 정도의 면적에 불과한 작은 국가다. 세계적인 금융과 물류의 허브로서 오래전부터 국제도시로 발달했다. 인구는 550만 명 정도지만 중국인 화교, 말레이시아인, 인도인, 페라나칸 등 매우 다양한 종족으로 이루어져있다. 뿐만 아니라 싱가포르를 찾아오는 관광객은 연간 1600만 명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싱가포르에는 매우 다양한 종족의 음식이 저마다 특유의 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다른 나라의 음식과 접촉을 통하여 새롭게 발전해 올 수 있었을 것이다. 싱가포르를 가히 음식의 용광로라고 부르는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문화의 다양성이 있었던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오래전부터 세계적인 요리경연대회와 음식축제가 열리고 있다. 세계 각국의 쟁쟁한 요리사들이 싱가포르에 모여 실력을 겨루고, 관광객들은 새롭고 다양한 음식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려 음식축제에 몰려든다. 싱가포르가 이렇게 아시안 푸드의 중심이 되는 데는 오래전부터 자원이 부족한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해온 음식 관광자원화 시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세계적인 명문 조리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가 싱가포르에 캠퍼스를 두고 있는 이유를 이해할만 하다. CIA는 뉴욕에 본교가 있으며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분교를 두고 있으나, 미국 바깥에는 아시아에 유일하게 싱가포르 캠퍼스를 개설하고 있다. CIA가 싱가포르에 유일한 해외 캠퍼스를 개설한 데에는 다양한 아시안 푸드의 발전 가능성과 글로벌 푸드로서의 미래 가치 등이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실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CIA의 외국인 교수들이 지도하는 쿠킹클래스에 참가하여 음식을 조리하는 경험을 하였다. 세계적 수준의 조리학교에서 그들의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보고 평가를 받고 수료증을 받는 경험은 그들의 인생에 유쾌한 한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싱가포르에 진출한 우리나라 외식 브랜드인 매드포갈릭에서는 우리 외식기업이 해외진출 과정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해온 사례를 생생히 들을 수 있었다.

대학생들이 방학 동안의 문화연수를 통해 아시안 푸드의 글로벌화 현장을 돌아보고 외식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내다보는 기회를 가진 것은 매우 유익한 것으로 생각한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이들이 자기 전공분야의 음식을 조리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이 중에 한 명이라도 ‘우리 음식을 어떻게 세계적인 음식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를 끌어안고 일생을 바치는 사람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다. 한식을 세계적인 음식으로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조리사는 한국인 조리사라는 신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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