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특수 대신 카스 냄새 소동
맥주 특수 대신 카스 냄새 소동
  • 이원배
  • 승인 2014.08.29 0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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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맥주 시장을 달궜던 건 월드컵 특수도, 여름 휴가도 아닌 오비맥주의 카스 냄새 소동이다. 카스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오비맥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빗발쳤다. 일부 소비자는 역한 냄새 때문에 마실 수 없었다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민원이 잇따르자 식약처는 특별검사에 나섰다. 제품을 수거하고 공장을 점검했다. 정승 처장까지 현장을 방문하며 관심을 나타냈다. 식약처도 사안을 가볍게 보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약 한 달간의 조사를 거쳐 지난달 26일 발표한 식약처의 조사 결과는 오비맥주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오비맥주의 주장대로 냄새는 맥주 속의 용존산소와 맥아성분이 높은 온도에 반응해 발생한 산화취라고 결론 내린 것이다.

또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덧붙였다. 오비맥주는 냄새가 산화취와 일광취 때문이라고 꾸준히 밝혀 왔다. 오비맥주로서는 한 시름 놓았지만 식약처의 대응은 아쉽다는 지적이다.

우선 냄새 소동이 있은 지 한 참 뒤에야 검사에 들어가는 늑장대응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식약처로서는 바쁜 업무에도 최선을 다했다며 억울해 할 수도 있겠지만 맥주는 선호도 40%에 육박할 만큼 국민 주류로 자리 잡아 이 논란은 관심이 집중됐다. 또 이 시기는 맥주 소비가 급증하는 때로 혹 제품에 문제라도 있었다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오비맥주는 일단 고비를 넘겼지만 점유율•신뢰도 하락이라는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다. 오비맥주는 표면적으로 큰 실적 하락은 없다는 반응이다.

소비자 신뢰 하락은 깊은 상흔을 남겼다. 한 소비자는 “대기업이 기초적인 재고관리를 하지 못해 이런 논란이 일어났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힐난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맛으로 마시는 맥주에서 인체에 무해하더라도 소독약 냄새가 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스의 냄새 소동은 오비맥주가 경쟁사인 하이트진로를 제치고 1위를 탈환, 점유율을 높여가는 와중에 터져 ‘승자의 저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비맥주가 확고한 시장 우위를 보이면서 나태해졌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과거 수십년간 지켜오던 1위 자리를 1990년대 중반 하이트진로에게 내주며 2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2011년 전세를 역전시키고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 최근에는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위를 탈환하면서 공교롭게 오비맥주는 갖가지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해 6월에는 세척액 성분인 가성소다가 일부 맥주에 섞여 들어가 부랴부랴 회수했고 국정감사에서도 이슈가 됐다. 올 봄에는 일부 주류 도매상에 의해 ‘갑질 논란’에 휩싸였고 현재 대주주가 재인수하는 과정에서 ‘먹튀’ 논란도 이는 등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렸다.

SNS에 올라온 글에 대해 ‘조직적 음해 의혹이 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도 1등답지 못한 행동으로 보인다. ‘루머’를 사전에 차단해 확산을 막으려는 다급함은 이해되나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경쟁사가 ‘음해세력’으로 비쳐진 것은 업계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

롯데주류의 클라우드가 출시 4개월만에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수입맥주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국내 소비자가 오비맥주-하이트진로 양강 체제에 변화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변화와 신뢰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오비맥주 관계자도 잘 알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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