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시간의 리포지셔닝 트렌드
[월요논단]시간의 리포지셔닝 트렌드
  • 관리자
  • 승인 2014.09.12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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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속성은 새롭고 낯선 것에 대해 도전해보려는 마음과 소유하려는 매력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소비시장에서 성공적으로 론칭됐던 수많은 제품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기존제품에서는 찾을 수 없는 신선함과 독특함이 감춰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최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하이테크 산업의 제품에 에지(edge)를 더해 재해석하는 것은 물론 식품•출판•패션•대중문화 등 최신기술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노테크 산업에서도 과거의 것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시간의 리포지셔닝 트렌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신 콘텐츠를 창작하거나 낯선 레시피를 내놓기보다는 오랫동안 검증되어온 것을 재조합해 현대사회에서 혁신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들 누구나 ‘좋은 것’또는‘새것’이라면 일단 자기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고, 늘 ‘최신의 것’을 좇았던 국내 소비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감지돼 있음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어느 전자제품의 광고카피처럼 ‘대한민국은 혁신에 열광한다’라는 새로움을 무조건 추구하려는 ‘네오필리아(neophilla)’현상이 유난히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조차 서서히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력이 주도적으로 앞서가는 전자업계에서는 아날로그 시대의 촌스러운 디자인이 새로운 스타일로 재해석되어 나타나고, 출판업계에서는 신간보다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내용으로 재조명된 개정판의 출판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한편 공격적으로 새로운 점포를 확장해 몸집을 키웠던 유통업계에서도 기존점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없는 것을 개발하고 발명하기보다는 관습적이고 생활화할 수 있는 상품들을 지혜롭게 시간을 재해석하여 내놓고 있는 것이다.

시간의 리포지셔닝 트렌드는 새로움에 대한 기업과 소비자들간의 생각이 가장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의 초점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익숙한 것에 낯섦을 부여하는 재해석의 전략 또한 그 반대의 상황에서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혁신적인 제품을 소비자들이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때, 장기간에 걸쳐 익숙함에 기대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반면 소비자들이 원하는 혁신 수준보다 너무 앞서가는 바람에 실패하는 제품들이 상당히 많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할 때 ‘첨단’혹은 ‘미래’와 같은 추상적인 가치에만 몰입돼 있어 소비자들이 원하는 혁신수준을 건너뛰곤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시간의 재해석을 통해 소비자들과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것은 최신의 것에 과거의 색채를 덧입혀 낯섦 대신 익숙함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80-9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선배 가수들의 히트곡을 젊은 후배가수들이 재해석하여 경연을 벌이고 있는 TV프로그램‘불후의 명곡’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시간의 재해석이다. 현실의 ‘복고’는 과거의 쓸모없고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아 한때의 유행이 아닌 거대한 흐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먹을거리 업계 역시 복고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여 새로운 소비시장을 형성하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삼립식품은 1964년도에 공장자동화 설비 이후 처음으로 선보였던 빵‘크라미’를 리뉴얼했고, 팔도 역시 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제품의 하나인 ‘깨봉’과 ‘두부감빠’를 재출시해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추억의 제일분식 콘셉트를 구성해 대형마트 내 별도의 판매대를 만들어 운영을 하는가하면, 매 여름이면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빙수에도 옛것을 향한 향수를 흠뻑 녹여 시장에서 소비자들을 독차지 했다. 즉 퓨전 빙수 대신 단팥•떡•연유 등 빙수 본연의 재료로 옛 맛을 재현한 추억의 옛날 빙수가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것이다.

외식전문점에서도 마찬가지다. 퓨전오므라이스 전문점 오므토 토마토에서뿐 아니라, 이탈리안 레스토랑 엘라나가든 역시 추억의 메뉴를 리포지셔닝하고 종업원들 유니폼까지 단장하며 과거와 현재를 분주히 크로스오버하면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현대사회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격변기이다.

기존의 익숙함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전략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안전하면서도 실패율이 낮은 ‘혁신’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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