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작은 사치’에 주목하라
[외경시론] ‘작은 사치’에 주목하라
  • 관리자
  • 승인 2014.09.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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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 외식테라피연구소장
여느 때보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나라 안팎으로 불안한 사건, 사고가 잇달아 국민들의 마음이 그다지 편치 않았던 추석명절이 지났다. 특히 외식사업에 종사하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경기불황이 지속되는데 명절연휴로 인한 몇 주 간의 소비침체는 각종 원가상승에 대한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달갑지 않은 보너스인 셈이었다. 이처럼 늘 어려움이 가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 속에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불안과 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변모하는 소비트렌드를 잘 읽어낸다면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새로운 초석이 될 것이다.

외식소비자의 새로운 성취욕구, ‘작은 사치’
소위 명품이라고 불리는 제품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인 제약에 부딪힘에 따라 최고급품에 대한 성취 욕구는 새로운 소비트렌드로 나타나는데 그것이 바로 ‘작은 사치’이다. 최근 기존의 다른 제품군들과 달리 외식사업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작은 사치에 편승한 소비현상이 부쩍 늘어났다.

실제로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사치스러움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외식시장에 작은 사치를 불러오고 있는데 몇 년 전부터 들어온 브런치 문화도 그 중에 하나이다. 이미 서구에서는 오래 전부터 있던 일상적인 음식문화이지만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모습이기도 하다. 주로 일요일 늦은 아침에 점심식사를 겸하여 하던 것이 우리에게는 서구문화의 하나로 들어오면서 더 나아가 웰빙 트렌드까지 더해져 한 끼의 식사비용으로는 부담스러울 정도의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 줄에 천원이던 서민음식의 대표 김밥이 프리미엄김밥이라는 이름을 달고 새롭게 우리 곁에 나타났다. 깔끔하고 세련된 매장에서 웰빙을 표방하는 식재료를 앞세워 깨끗하고 건강한 김밥으로 변신하며 몸값을 몇 배나 올렸다. 이 또한 내 몸과 자식들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손님들의 작은 사치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콘셉트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했지만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 비지떡도 잘만 포장하면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외식시장에서 소비자의 작은 사치를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다음의 두 가지 전략들이 있다. 하나는 새로운 문화적 소비를 유입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렴한 대중적 아이템을 선택해 고급화하는 것이다. 외부 문화에 대한 욕구는 소비를 통해 성취되는데 국내에서 소비하는 것이 외국 현지에서 하는 것보다 저렴하므로 일종의 작은 사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저렴한 음식값이 비싸진다 해도 다른 소비에 비하면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므로 오히려 그것에 대한 작은 사치의 명분은 더욱 커지게 되는 셈이다.

작은 사치를 주도할 ‘고품질’
‘작은 사치’와는 다르게 한때 유행한 매스티지 마케팅은 ‘prestige for masses’의 뜻을 담은 용어로 고급품을 일반대중들이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 새로운 브랜드로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소고기가 귀해 쉽게 먹지 못했는데 이런 소비문화를 이용해 최근에는 저가형 쇠고기 전문점이 등장하였고 소위 ‘1+1’ 전략까지 얹은 공격적인 마케팅이 반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삼겹살보다 싼 가격으로 팔면서 거기에 4인분을 시키면 4인분이 공짜라는 광고문구가 서민들로 하여금 가게 앞에 줄지어 서있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인기도 오래가지는 못해 어느새 한산한 모습 일색이다. 처음에는 엄청 싸게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아무리 싸다고 해도 고기의 질이 기대보다 못해 이내 손님들 발길이 멀어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작은 사치’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품질’의 향상과 그것을 수용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의 ‘가격’이 확립돼야 한다. 소비자가 작은 사치를 부리게 하려면 반드시 품질이 좋다는 명분을 소비자가 내세울 수 있어야 하고, 비록 비싸긴 해도 다른 소비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기에도 벅찬 외식사업자들은 이제부터는 소비자들의 작은 사치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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