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지키자
기본을 지키자
  • 관리자
  • 승인 2006.08.04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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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막차’
필자의 중고등학교 시절 별명 중에 하나다. 시골 동네 어른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동네에서 제일 늦게 학교를 갔기 때문이다. 5일장 날 어른들이 장에 나서는 것보다도 훨씬 늦게 학교엘 간다고 나서는 놈이었으니 ‘막차’라는 별명을 붙인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아침 보충수업을 반시간 정도 지각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서도 공부는 전교1등을 했으니 의기양양하기까지 했다.

이런 동요가 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 아마 제목이 ‘새 나라의 어린이’로 기억한다. 이 동요대로라면 필자는 ‘헌 나라의 어린이’인 셈이었다.

애비를 닮아서 그럴까. 초등학교 5학년짜리 막내아들 녀석도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는 “엄마, 오늘 학교 안가면 안돼요”라는 말을 종종 한다. 고등학교 2학년짜리 둘째, 딸년도 매일 아침 어미와 전쟁을 치른다.

아이 때야 늦잠 자는 일이 대수니 큰 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는 부모의 탓도 있을 테고. 그러나 필자는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직장에서는 ‘막차’ 대신 ‘지각대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출근할 때마다 시간이 찍혀 나오는 출근카드가 족쇄인 셈이었다. 때로는 반발심에 일부러 지각을 하는 때도 있었다. ‘아니, 지각해봐야 기껏 1~5분인데, 퇴근시간 지나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건 왜 체크를 안 해’ 하는 심정에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고, 또 직장생활을 너무나 계산적으로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필자가 요즘은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나이가 들면서 아침잠이 없어진 이유도 있고, 능력이 부족한 탓에 출근이라도 일찍 해서 점수를 따보자는 생각도 있고, 하여간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지난날들과 비교하면, 아침잠이 없어져서 일찍 출근한다는 것은 ‘헌 나라의 어린이’ 때와 비교되는 것이고, 능력이 없어 출근 점수라도 따려는 심정은 사회초년병 시절의 도도함 내지는 자신감과 대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필자가 일찍 출근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룰’을 지키기 위해서다. 퇴근시간 지나 아무리 밤늦게까지 일을 하고,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룰’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언젠가부터 깨달았기 때문이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가운데서는 어떤 주의 주장이나 논리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침 일찍 출근을 해보니 하루를 차분히 계획하면서 일을 시작할 수도 있고, 신문을 읽을 시간도 있고, 한마디로 ‘아침형 인간’이 좋아서 이제는 습관이 됐다.

필자가 속해 있는 집단에도 사회초년병 때의 필자처럼 지각을 자주 하는 젊은 직원들이 몇몇 있다. 지각하는 그들을 보면 대체로 일은 잘한다. 그런데 지각이라는 ‘범법행위’ 때문에 스스로 점수를 까먹고 있는 걸 보면 안타깝다. 필자는 이들의 잘못을 고쳐주기 위해서라도 일찍 출근을 하는 편이다. 내가 지각을 하면서 부하직원들을 야단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우리사회에는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룰’도 지키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직원은 직원으로서, 경영주는 경영주로서, 노조는 노조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공직자는 공직자의 위치에서, 모두가 제 위치에서 지켜야 할 ‘룰’을 지키도록 하자. 기본으로 돌아가 ‘룰’을 지킨다는 것은 곧 약속을 지킨다는 것이다. 약속을 지킬 때만이 신뢰가 쌓이고, 믿음이 가야 인정을 하기 시작한다. 서로 존중하고 인정을 할 때 사랑이 싹트고 사랑이 있어야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진다. 지각을 하지 않고 출근시간을 지키는 등의 기본적인 ‘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본을 지키는 일, 약속을 지키는 일이 신용사회,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 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서 거액의 광고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할지라도, 아무리 맛있는 메뉴에 화려한 인테리어로 손님의 발길을 끌지라도 그런 것들이 기본적인 ‘룰’을 지키지 않은 가운데 나온 것이라면 반짝 인기는 끌지 몰라도 끝까지 고객의 사랑을 받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기본을 어긴 경우는 가장 중요한 신뢰를 무너뜨려 설득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식품-외식업계에도 기본 ‘룰’을 지키지 않고 얼렁뚱땅 속임수로 이익을 취하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객의 마름을 사로잡으려 안간힘을 쓰기 이전에 ‘식품위생법’을 지키고, 사회적 가치이자 도덕적 기준인 ‘기업윤리’를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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