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외식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는 규모화, 대형화 등은 영세 자영업체가 발붙일 곳을 조금씩 없애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세 점포일수록 망할 확률이 높다. 종업원 없이 홀로 가게를 연 점주들은 1년 후 생존율이 60.0%, 5년 후에는 28.3%에 불과하다.
자영업 단골 아이템인 음식ㆍ숙박업의 경우 1인 사업장의 1년 생존율은 54.7%, 5년 생존율은 17.4%에 그쳤다. 5년을 버티는 곳이 5곳 중 1곳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하겠다는 이들은 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폐업을 보고서도 신장개업 간판을 달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2011년 63만 9천 곳이 없어진 후 2012년 69만 2천 곳이 생겨났다는 통계는 대한민국 자영업의 씁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창업 대부분이 준비 없는 생계형 창업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차치하더라도 요즘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20~30대 젊은 세대까지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자영업 수준은 비참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의 1년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허나 자영업자만 따로 보면 1년 근로시간은 2406시간으로 대폭 늘어난다.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2071시간)보다 335시간(16.17%)이나 더 일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자영업자의 연간 소득은 2012년 기준 가구당 평균 5007만원으로 상용근로자 5525만원의 9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연간 소득이 3천만원도 되지 않는 가구가 28.5%에 이른다. 과거에는 “할 거 없으면 장사하면 된다”, “먹는장사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흔하게 들었으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혹자는 이러한 현실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정당화한다. 즉 경쟁력 없는 업체가 퇴출돼야만 외식업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초보 창업자의 무분별한 유입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양푼김치찌개 전문점에서 종업원이 내뱉은 무례한 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종업원은 3명이 왔으니 무조건 김치찌개 대형을 주문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일행 중 1명이 식사를 한 터라 소형을 주문하겠다고 했지만 “원가가 남지 않는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물론 이 식당의 어려움도 십분 이해하나 손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를 망각한다면 외식업에 몸담을 이유가 없다.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강제 창업’이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열악성을 증명하는 모양새인 듯하다. 젊어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고, 나이가 조금이라도 들라치면 정년의 연장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지난 1998년 IMF 사태 이후로 평생직장은 사라졌다지만 15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노동시장이 그때보다 더 열악해진 건 아닌지. 소시민들의 애환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아침 신문에선 여야의 책임공방이 단골메뉴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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