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자영업자의 씁쓸한 현실, 대한민국 자화상
외식자영업자의 씁쓸한 현실, 대한민국 자화상
  • 김상우
  • 승인 2014.09.29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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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자영업자의 창업과 폐업의 반복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로 인한 외식업 유입 인구의 가속화, 무섭게 상승하는 인건비, 식자재비, 임차료, 관리비 등은 치밀한 계획 없인 감당하기 어렵다.

더욱이 외식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는 규모화, 대형화 등은 영세 자영업체가 발붙일 곳을 조금씩 없애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영세 점포일수록 망할 확률이 높다. 종업원 없이 홀로 가게를 연 점주들은 1년 후 생존율이 60.0%, 5년 후에는 28.3%에 불과하다.
자영업 단골 아이템인 음식ㆍ숙박업의 경우 1인 사업장의 1년 생존율은 54.7%, 5년 생존율은 17.4%에 그쳤다. 5년을 버티는 곳이 5곳 중 1곳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사를 하겠다는 이들은 끊이지 않는다. 수많은 폐업을 보고서도 신장개업 간판을 달기에 주저하지 않는다. 2011년 63만 9천 곳이 없어진 후 2012년 69만 2천 곳이 생겨났다는 통계는 대한민국 자영업의 씁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창업 대부분이 준비 없는 생계형 창업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차치하더라도 요즘은 직장을 구하지 못한 20~30대 젊은 세대까지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자영업 수준은 비참하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의 1년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다. 허나 자영업자만 따로 보면 1년 근로시간은 2406시간으로 대폭 늘어난다.

자영업자가 임금근로자(2071시간)보다 335시간(16.17%)이나 더 일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자영업자의 연간 소득은 2012년 기준 가구당 평균 5007만원으로 상용근로자 5525만원의 90%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연간 소득이 3천만원도 되지 않는 가구가 28.5%에 이른다. 과거에는 “할 거 없으면 장사하면 된다”, “먹는장사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흔하게 들었으나 이제는 옛말이 됐다.

혹자는 이러한 현실이 필연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정당화한다. 즉 경쟁력 없는 업체가 퇴출돼야만 외식업계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고, 초보 창업자의 무분별한 유입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다. 양푼김치찌개 전문점에서 종업원이 내뱉은 무례한 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이 종업원은 3명이 왔으니 무조건 김치찌개 대형을 주문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일행 중 1명이 식사를 한 터라 소형을 주문하겠다고 했지만 “원가가 남지 않는다”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는다. 물론 이 식당의 어려움도 십분 이해하나 손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서비스를 망각한다면 외식업에 몸담을 이유가 없다.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강제 창업’이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열악성을 증명하는 모양새인 듯하다. 젊어선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고, 나이가 조금이라도 들라치면 정년의 연장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지난 1998년 IMF 사태 이후로 평생직장은 사라졌다지만 15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노동시장이 그때보다 더 열악해진 건 아닌지. 소시민들의 애환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아침 신문에선 여야의 책임공방이 단골메뉴로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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