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한류, 우리 술ㆍ음식 이제는 함께 해야
한식 한류, 우리 술ㆍ음식 이제는 함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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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29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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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 (사)대한민국전통음식연합회 회장
우리 음식에는 당연히 우리 술이 어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 대부분이 우리 술에 어울리는 음식임에도 우리 술은 항상 뒷전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술이 문제인가? 음식이 문제인가? 입맛이 문제인가? 그것도 아니면 변화되고 있는 우리 음식문화가 문제인가? 고민할 때이다.

언제인가.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마침 지인들 몇 분에게 식사대접할 일이 있어 어디가 좋을지 장소를 찾던 중 전경련 회관 꼭대기 층에 맛도 있고 전망이 좋은 양식 레스토랑이 있다고 했다. 예약을 하고 가서 가장 맛이 좋다는 안심스테이크를 주문하였다. 주문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웨이터가 와서 이 안심스테이크에는 이 와인이 잘 어울리고 함께 먹으면 와인 맛은 물론 안심스테이크가 더 맛있다고 적극 소개를 하였다. 그렇다면 먹어야지 못 먹을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며 웨이터가 소개하는 대로 와인 1병을 주문하였다.

그러나 이것이 웬일인가.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는데 나는 깜짝 놀랐다. 4인이 먹은 스테이크 값보다 우리가 마신 와인 한 병의 값이 더 높았다. 그즈음에 나는 와인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터라 설마 그 정도로 비싼 와인이 있는 줄은 알지도 못했다. 할 수 없이 아무 소리 못하고 계산을 하고 나왔으나 그에 대한 충격은 너무 컸다. 아니, 이렇게 비싼 와인이 있는가! 그 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술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싼 요리에 비싼 술’, ‘양식에는 와인’이라는 등식이 부러웠던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우리도 한식전문점에서 한국음식을 먹을 때도 그 음식과 함께 먹으면 좋을 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음식에는 그 술’이나 ‘그 술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옛 조리서 기록을 보니 음식이 반이면 술도 반이나 되었다. 그만큼 음식과 술은 스테이크와 와인의 궁합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인 것이다.

자료에 근거한 술만 하더라도 막걸리ㆍ탁주, 약주ㆍ청주, 증류주ㆍ소주 등 200여 가지가 넘고 한국전통음식도 2천여 가지가 넘는다. 조화롭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옛날 길 가던 나그네가 하룻밤 묵고 가던 주막에서도 음식과 술이 함께 올랐고, 양반네들이 시문을 주고받던 회석에서도 음식과 술은 함께 오르내렸다. 서로 함께하면 술맛도 음식 맛도 함께 살아나는 술과 음식이 너무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도 이제 시작해야 한다.

특별한 날 가정에서 손님을 초대할 때도 음식을 내면서 그 음식에 맞는 술을 함께 내야 된다. 한국음식전문점에서도 한국음식을 주문받으면 그에 맞는 우리 술을 권해야 한다. 물론 우리 술이 싸니 그렇게 하다가는 매출액이 적어 장사가 안 된다고 하겠지만, 우선 우리 음식에 우리 술을 권해보자. 불고기브라더스처럼 궁합이 맞는 음식과 술을 소개하고 그 음식과 그에 맞는 술의 담긴 이야기, 스토리텔링도 해주자. 음식과 술의 이야기를 함께 상품화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기를 권한다.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술도 다양하고 맛이 좋은 술이 있고, 고급술도 많이 나와 있다. 와인처럼 고가는 아니지만 꽤 비싼 술들이 나와 있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1년, 2년 아니 10년이 지나면 우리 음식도 거기에 맞는 술이 함께하지 않겠는가. 프랑스나 다른 나라들처럼…. 서양의 경우 생선요리에는 백포도주가 어울리고 육류요리에는 적포도주가 어울린다고 한다. 그리고 서양요리에는 치즈가 잘 어울린다고 하고 일본의 사케는 스시나 사시미가 잘 어울린다고 한다. 우리 음식에는 어떤 술들이 어울리겠는가?

나는 이를 위해 전통음식연구소에서 음식도 가르치고 그 음식에 어울리는 우리 술도 가르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음식을 배우면서 그에 맞는 술을 함께 배운다. 막걸리나 탁주는 막 거른 상태로 마시기 때문에 입안에 걸쭉한 느낌이 남기 쉬우므로 기름진 전이나 부침개, 양념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 잘 어울린다. 약주나 청주는 막걸리에 비해 향과 맛이 뛰어나므로 그 향미를 헤치지 않는 생선회나 어선, 냉채, 백김치 등의 담백한 음식이 잘 어울린다. 소주나 증류주는 다른 술에 비해서 알코올 도수가 높으므로 알코올을 희석할 수 있는 제육볶음, 너비아니, 생태 맑은 탕, 갈비찜, 편육 등의 지방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들이 잘 맞는다.

어떤 음식과 어떤 술이 어울리는지 소개하는 주향사(酒香師)들도 교육하여 배출시키고 있다. 나는 10여 년 전부터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음식과 술을 꾸준히 소개해왔고, 이달에도 한옥마을에서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축제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 술도 언젠가는 와인이나 사케처럼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술로 자리매김하게 되지 않을까? 그날이 오기를 나는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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