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기] 수입닭고기 사용 자제를 호소하는 업계를 보며
[취재후기] 수입닭고기 사용 자제를 호소하는 업계를 보며
  • 이원배
  • 승인 2014.10.1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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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대한양계협회와 한국육계협회, 한국토종닭협회 등 국내 닭고기 3단체가 대책위원회를 조직했다. 수입닭고기 저지를 막겠다며 ‘수입닭고기저지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이들은 “닭고기 자급률은 90% 이상이지만 대형 식자재 유통 회사의 수요 증가와 닭강정 프랜차이즈가 수입육계를 많이 사용하면서 시장의 30%에 육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수입닭이 늘면서 “닭고기 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농가를 사지로 몰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 사무국장은 “시설현대화 등을 하면서 비용은 많이 들어갔지만 오히려 수입닭이 늘면서 농가의 어려움은 커져만 간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들의 요구는 비교적 간단하다. 대형 식품업체와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수입닭고기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업체로서는 가격 경쟁에서 앞서는 수입닭고기 사용을 마냥 피할 수는 없다. 특히 소규모 업체일수록 그런 유혹은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급률 100%가 안 되는 상황에서 수입산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 가격이 저렴하다면 업체로선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대책위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 사무국장은 “어떻게 강제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면서 “그래서 이렇게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농가의 어려움과 ‘호소’는 이해되지만 수입닭고기 사용 자제라는 너무 손쉬운 요구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상 가격 경쟁에서 앞서는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마냥 국산닭을 사용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농가와 업계도 사용 자제 호소 전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닭고기 생산량 조정을 통해 가격 폭락을 예방해야 한다. 올 여름 과잉 생산으로 인한 가격 폭락은 비근한 사례 중 하나다. 또 불합리하다고 지적된 계열화의 문제도 개선해 농가의 권익을 더 보장해줘야 한다. 지속적인 품질관리는 기본적인 사항이다. 여기에 정부의 원산지 표시 준수 여부 감독 등 제도적 지원책도 필요하다.

실제 국산은 수입산에 비해 경쟁력이 충분하다. 최근 잇따른 수입닭고기와 관련한 위생 논란은 반대로 국산에 대한 신뢰성을 높여줬다. 프랜차이즈 치킨 업체 중 수입닭을 사용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입닭 사용은 바로 이미지 훼손과 엄청난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국내산 닭을 더 신뢰한다는 반증이다.

또 국산·수입산의 시장 양분도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다. 수입산은 중저가 시장을 형성하고 국산은 고급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어느 정도 수입산 시장의 점유율은 인정돼야 하는 현실이다. 대책위 관계자도 “수입산 시장 형성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10%대만 유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처럼 국내 농가를 살리면서 수입산도 병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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