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식품 대장균군 수사 업계 긴장
동서식품 대장균군 수사 업계 긴장
  • 김상우
  • 승인 2014.10.2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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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자가품질검사제도만 의존…‘언론 선정보도가 문제 키워’ 업계 지적도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 등 국내 대표 식품업체의 주력 제품에서 대장균 등이 검출되면서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를 두고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안이한 품질검사 관행도 여론의 도마에 오른데다 식품업계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까지 거론되면서 소비자 불신도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대장균군이 발견된 시리얼을 생산하는 동서식품 진천공장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진천공장에서 생산되는 17개 제품을 모두 수거해 부적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동서식품 섣부른 해명 비난 자초
식약처는 같은 날 “동서식품 진청공장이 출고 전 자가품질검사한 제품에서 대장균군이 검출된 부적합 제품을 섞어 최종 완제품으로 생산한 정황이 발견됐다”며 “해당 제품은 압류·폐기했으며 부적합 제품을 다시 사용해 제조·유통한 최종 완제품에 대해서도 잠정 판매금지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앞서 지난 13일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에 대한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추가로 판매금지된 제품은 △그래놀라 파파야 코코넛△오레오 오즈 △그래놀라 크랜베리 아몬드 등이다. 생산량은 각각 2만5430㎏, 1만596㎏, 5만8261㎏ 등으로 전날 판매 금지된 포스트 아몬드 후레이크 3만952㎏를 포함해 총 12만5239㎏이 폐기된다.

동서식품의 시리얼 제품군 매출 규모는 약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2012년 기준 국내 시리얼 시장은 약 2500억원 규모로 동서식품과 농심 켈로그가 양분하고 있다. 최근 웰빙과 간편식 트렌드로 인해 시장 규모가 더욱 확대되고 있어 이번 사건으로 인한 동서식품의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동서식품은 식약처 발표 직후 “최종검사에서 대장균이 검출되면 출고가 절대 되지 않는다”며 “대장균군은 쌀을 포함한 농산물 원료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미생물로 해당 제품은 제조과정 중 품질 검사와 적절한 열처리를 통해 대장균군 음성으로 판명됐다”고 해명에 나섰으나 책임회피에 급급한다는 비난만 자초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제품에 대장균군이 검출되지만 않으면 문제없다는 식의 해명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완제품이라도 의심균이 검출되면 폐기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동서식품이 대장균군 검출 사실을 알면서도 해당 시리얼 제품을 완제품에 10%씩 섞도록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식약처 관리감독 부실도 문제
식약처는 지난 2008년 도입한 자가품질검사제도에만 의존, 식품제조업체의 품질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가품질검사는 제조업체가 식품의 기준·규격 적합여부를 자체적으로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자가품질검사로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식약처에 즉각 보고하고 해당 제품의 가공·판매를 중지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해당 업체가 모르쇠로 넘어간다면 적발이 쉽지 않다.

식약처는 이번에도 “동서식품 내부 고발자를 통해 (대장균군이 검출된 원료를) 섞은 사실을 알았다”고 말해 식품제조업체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지난 9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부정식품사범합동수사단이 식중독균인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기준치 이상 검출된 크라운제과의 ‘유기농 웨하스’를 5년간 유통시킨 혐의로 생산담당이사 등 3명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검찰에 따르면 크라운제과는 지난 2009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자가품질검사 결과 자사의 유기농 웨하스 제품 등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균이나 식중독균이 검출됐음에도 이를 보건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채 그간 31억원에 달하는 제품을 판매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동서식품 사건도 내부 고발자가 없었다면 그냥 묻힐 수 있었던 일”이라며 “자가품질검사제도의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언론 선정보도 문제 지적
이같은 제도적 허점과 식약처의 관리소홀에서 비롯된 문제가 식품업계의 도덕적 해이와 맞물려 사회적 질타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동서식품과 크라운제과 등이 오염 제품을 발견하고도 판매에 급급한 사실을 두고 국내 식품업체를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직장인 한모(35) 씨는 “대장균이 검출된 사실을 알면서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다른 식품업체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 확대 가능성에도 식품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번 크라운제과와 동서식품에 대한 수사는 박근혜 정부가 주요 과제로 내세운 ‘4대 사회악(惡)’ 척결과 연관성이 많기 때문에 다른 업체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크라운제과와 동서식품의 악재가 식품업계 전체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며 “두 업체의 잘못은 명백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날 때마다 선정적인 기사만을 쏟아내는 언론이 많아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장균군은 위험 인자일 뿐 식중독을 불러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며 “식중독균이라 단정 짓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상우 기자 ksw@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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