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식당, 나쁜 식당? 아니! 착한 언론, 나쁜 언론
착한 식당, 나쁜 식당? 아니! 착한 언론, 나쁜 언론
  • 김상우
  • 승인 2014.10.20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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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가장 큰 습성 중에 하나는 ‘야마 찾기’다. 언론계 은어 중에 하나인 야마는 산이나 톱의 날 끝, 나사 등을 의미하는 일본어다. 흔히 기사의 주제나 방향을 가리킬 때 지칭되는 이 단어는 기사를 작성할 때 ‘야마에 맞는 케이스는 살리고, 맞지 않는 케이스를 죽인다’는 공통분모를 가진다. 우리가 흔히 어떤 매체는 보수며, 어떤 매체는 진보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도 동일한 사건에 대해 어떠한 야마로 접근하느냐가 결정한다.

요즘 식품외식업계를 보면 언론사들의 의도적인 야마에 의해 선의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다분한 것 같아 착잡함을 숨길 수 없다. 최근 ‘먹거리X파일’에서는 참치의 수은 위험을 다뤘다. 케케묵을 정도로 한참이나 지난 주제를 가지고 나와 수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특히 제작진들이 20일 동안 세 끼 식사 내내 참치를 먹어 혈중 수은치가 상당히 올라갔다는 모습은 침소봉대가 따로 없다. 마치 라면이나 패스트푸드를 20일 내내 먹고 영양불균형을 초래하니 절대 먹지 말라는 식이다.

지난 방송에서는 눈꽃빙수와 관련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표본조사를 전체인 마냥 부풀려서 빙수업계 전체를 식중독 빙수 생산으로 몰고 갔다. 이밖에 벌집아이스크림과 쓰레기 죽염 등 정확한 인과관계 없는 선정성 야마는 얼마나 많던가.

어디 먹거리X파일뿐일까? 지난 2012년 농심의 해외 수출 시장에 큰 타격을 줬던 MBC의 벤조피렌 보도와 2008년 멜라민 파동, 한 생명을 자살로까지 몰고 간 2004년 쓰레기만두 등 모두 다 언론의 철저한 ‘야마주의’에 입각한 결과물이다.

지난달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발생한 식중독 도시락 사건도 야마주의의 산물이다. 종편방송이 전후 사정 알아보지 않고 특종인 마냥 보도한 것이 여타 언론의 받아쓰기에 외신을 통한 국제적인 망신살까지 뻗쳤다.

이번 동서식품의 오염 원료 사고도 비슷한 조짐을 보인다. 이번 사건은 동서식품의 잘못이 명백하나 대장균군을 가지고 식중독균으로 몰고 가는 언론의 습성은 여전하다. 아직 결과가 나온 것도 아니지만 수사기관이 된 마냥 모든 것을 단정 짓는 매체도 보인다. 언론의 흐름이 과거와 다르게 포털과 SNS의 가세로 파급력이 막강해진 작금, 이러한 습성을 계속 방치하다간 먼 훗날 식품외식업계의 치명적인 암 세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언론의 주요 기능 중에 하나가 의제 설정이고 매체의 시각을 정확히 제시하기 위해선 야마를 포기할 수 없다. 그러나 사실을 과장하고 왜곡시키는 야마주의에 이제라도 급브레이크를 걸지 않으면 안 된다. 앞으로 진실이 무엇인지 정확한 규명을 하는 착한 언론사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안타깝지만 장기 불황의 영향은 언론사에게도 피부로 와 닿고 있어 뉴스 소비자들의 이목을 더욱 잡아당겨야만 한다.

그렇다고 낙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언론의 자정 기능이 마비된 상태까지 이르더라도 취사선택을 분명히 할 수 있는 똑똑한 소비자가 그만큼 늘어나리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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