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영화 ‘명량’, 오페라 ‘이순신’, 그리고 ‘창조경제’
[월요논단]영화 ‘명량’, 오페라 ‘이순신’, 그리고 ‘창조경제’
  • 신지훈
  • 승인 2014.10.23 0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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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은 되는데 오페라 이순신은 왜 안 됐을까.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9월 12일 오후 2시 충무아트 홀에서 개최된 제16회 한국 소극장 오페라 축제 특별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음악평론가 탁계석 씨의 말이다.

발표자는 매우 절제된 어휘로 우리나라 창작 오페라의 현실을 점잖게 표현했지만 그 속내는 끌탕에 애간장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직접 관련이 없는 나에게도 한계 상황에 봉착한 창작 오페라계의 간절한 소망으로 들렸으니까. 여기서 나는 앞의 탁계석 씨와 비슷한 심정이었던 22년 전을 떠올리며 우리나라의 역사음악에 관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짚어 본다. 진작부터 국민 모두의 관심대상이 돼야 마땅한 역사음악에 관하여 식품외식문화산업계의 이해와 관심을 부탁드리고자 함이다. 오늘의 현실이 비록 장기적‧구조적 불황에 세월호 이후의 돌연변이성 불황까지 겹쳐 심각한 위기국면이지만 역사음악에 관한 대국적 관점에서의 이해와 관심을 부탁드리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1992년 어느 제약회사의 기획담당 임원으로 일하고 있던 나는 일면식도 없던 문화부 장관 L씨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음악을 듣거나 음반을 살 때 저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 대해 적잖은 수치와 문화적 열등감을 느낍니다. 외국의 경우 자국의 문학작품이나 민족설화, 또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교향시, 칸타타, 오라토리오, 오페라 등 갖가지 음악 장르로 연주되고 음반으로 전 세계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당시 나는 L장관이 문화행정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확신하며 음악관련 문화정책에 관한 내 생각을 A4용지 4매에 빼곡하게 담아 보냈던 것이다.
나는 편지에서 “음반점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안익태의 ‘한국 환상곡’ 이 고작” 이라고 지적하며 “그 같은 음악과 음반 및 동영상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과 재정적 뒷받침을 위한 정부당국의 강력한 정책의지”를 국민제안형 아이디어로 제시했었다. 그때 L장관은 담당 사무관을 통해 나와의 직접 면담계획을 알려 왔으나 개각퇴진으로 불발되고 말았다.

입을 열었다 하면 반만년 유구한 역사와 슬기로운 문화민족임을 내세우지만 세계시장에 내놓을만한 음악작품은 흔치 않다. 이순신 장군, 안중근, 류관순 열사 이야기가 오페라로 제작된 적은 있지만 그나마 아는 사람이 손꼽을 정도다. 세종대왕 이야기는 과문의 탓일지는 몰라도 음악으로 제작된 건 전혀 없다.

최근 현대사도 일본의 강압통치와 독립운동, 8‧15 광복과 건국, 분단과 6‧25전쟁, 그리고 4‧19, 5‧16, 10월 유신, 민주화운동을 거치며 이룩한 경제발전과 올림픽개최 등 초대형 역사적 사실들이 숨 가쁘게 전개됐다. 하지만 그 역사적 사실과 인물에 관한 음악이 별로 없다면 문화민족 국가로서의 정통성과 존재감을 어찌 부각할 수 있을는지. 더구나 21세기 창조경제의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꿈꾸는 우리나라가 아닌가.

다시 탁계석 씨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는 지난 해 공연된 뮤지컬 작품이 2500점에 이른다는 사실을 예로 들며 창작 오페라를 활성화하려면 젊은 관객의 도약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SNS 등 홍보 마케팅의 신기법 도입과 글로벌 한류시대와 창작 오페라 페스티벌을 한 묶음으로 풀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백번 옳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과 함께 정부당국의 과감한 정책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1992년 L장관에게 보냈던 내 편지의 내용 일부를 다시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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