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경시론] 유기농에 대한 체험과 감상
[외경시론] 유기농에 대한 체험과 감상
  • 관리자
  • 승인 2014.10.27 11: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부의 유기농 거장을 처음 만난 것은 올해 봄이었다. 진부의 골짜기로 일찌감치 터를 잡아 낙향한 선배가 주최하는 동네음악회에 초청을 받아서였다.

음악회는 매혹적이었다. 베싸메무초, 작은 탱고, 아리랑을 섭렵했다. 아코디언, 첼로,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가 작은 실내에서 뿜어내는 음색은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나는 그날의 음악회를 핸드폰에 녹음해 아직도 생각날 때마다 듣곤 한다.

그날 동네 음악회에 초청되어 온 사람들이 접시에 음식을 하나씩 준비하여 오셨다. 거기서 나는 두일리 유기농 거장이 준비해 온 돼지고기 보쌈을 먹어보고 놀랐다. 아무 것도 넣지 않은 돼지고기 삶은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유기농으로 키운 돼지고기의 힘이었다. 몇 주 후 다시 진부를 방문해 두일리 농장을 찾았다.

축사 한편에는 도토리 가루 포대가 엄청나게 쌓여 있었다. 일반 사료를 먹이지 않고 풀과 유기농 사료 그리고 도토리 가루를 먹이면 돼지의 성격도 온순해지고 고기 맛은 가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인삼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기농으로 인삼을 재배하면 인삼의 크기는 매우 작아지지만 맛과 향, 효능이 월등히 좋아진단다.

평창군 진부에는 유기농 농장 외에 감동할만한 유기농 농장이 두 군데 더 있다.

하나는 탑동골에 있고 다른 하나는 상진부리에 위치한다. 탑동과 상진부에 있는 농장은 사과, 토마토, 도라지, 양파, 당근 등을 주로 재배한다. 내가 진부에 텃밭을 마련하고 땀을 흘리며 산골 생활을 하기로 결단한 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되듯 그런 농장들이 있었다.

농사를 지어보니 유기농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얼마 되지 않는 텃밭을 농약과 비료 없이 경작하는 일은 너무도 힘들지만 보람 있는 일이기도 했다.
유기농으로 지은 토마토, 옥수수, 감자는 전혀 다른 맛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었다. 이제까지 상상해보지 못한 자연의 맛이어서 절로 하늘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유기농으로 수입을 창출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나라 유기농 식품 시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의하면 2013년 4575억에 달하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2020년 1조4천억원 대로 높은 성장을 할 것이라 전망하지만 아직까지 그 시장 규모는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유기농은 해충과의 싸움은 말할 것도 없고 제초제를 쓰지 않고 풀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열정과 헌신이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유기농으로 지은 농산물이 영양적으로 우수하다고 하나 우리는 대부분 농약과 비료로 재배된 먹을거리 속에서 살기 때문에 그 대단함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다만 유기농으로 지은 농산물을 대하고 먹을 때마다 기쁨과 감동을 느끼는 호사를 누린다. 그것은 재배한 농부의 진심어린 땀방울과 정성이 그대로 전달되어 감동과 감사가 피부로 느껴진다.

유기농 농장들을 돌아보며 몇 가지 감상을 느꼈다. 첫째, 유기농은 개인 단위로 하면 성공하기가 어렵고 마을 단위로 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고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혼자 유기농을 하는 것은 실패하기 십상인데 이는 옆의 농장에서 농약을 살포하면 그 영향이 인근 농장에도 퍼지기 때문이다.

둘째, 시골의 지방정부 군청에서 체계적인 지원에 눈을 떠야 한다. 경기도 양평군 같은 곳에서는 유기농 거름을 공급해주고 수확물 수거와 판매도 적극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많은 지역에서는 자치단체의 지원이 미약해 개인들이 고립되어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기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고 재배기술을 보급해 거름과 친환경 해충구제 방법, 풀 관리 기계의 보급, 수확물의 홍보와 판로를 지원해주는 게 필요하다. 좋은 먹을거리를 생산해 이웃을 행복하게 하고 국민의 건강을 지켜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인식하고 유기농이나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