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푸드 크래프트 비어 펍 11월 개점… 주총서 ‘맥주제조업 정관’ 추가
신세계푸드(대표 김성환)가 크래프트 비어 펍을 준비하고 있어 주류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맥주 사업에 뛰어들 경우 이미 시장에 진출한 롯데주류와의 정면 대결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통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신세계와 롯데의 전면전이 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신세계푸드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센트럴시티 뒤편 반포천 복개주차장 상가에 1322㎡(약 400평) 규모의 크래프트 비어 펍을 준비 중이다. 이르면 11월 중 개점할 계획이다.
신세계 ‘맥주 산업 진출 신호탄’
업계에 따르면 이 매장은 크래프트 비어답게 내부에 발효조 시설을 설치해 고객들이 볼 수 있도록 했다. 또 고객들이 제조 과정도 체험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 펍은 에일 계열의 맥주를 생산해 판매한다. 에일 맥주는 국내 소비자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최근 크래프트 비어의 인기에 힘입어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오비맥주의 ‘카스’와 하이트진로의 ‘하이트’는 라거 계열 맥주다.
하지만 매장의 좌석수와 메뉴 구성, 콘셉트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공사는 하고 있지만 이름과 좌석수, 메뉴 구성, 오픈 날짜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류 업계에서는 신세계푸드의 부인에도 본격적인 맥주 산업 진출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갖고 있는 식품·외식산업 브랜드와 이마트 등의 유통망을 활용하면 강력한 시너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세계푸드는 에그톡스와 보노보노, 푸드홀, 클럽하우스, 자니로켓 레스토랑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식품유통 업체와 전문 식당에 식재를 공급하는 등 식품·외식산업에 강점이 있다.
한 주류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를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이마트라는 강력한 유통망은 아주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용진 부회장, 매장 오픈 지휘
신세계푸드는 맥주의 외식사업 진출에 대해 아직 “검토 단계‘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지만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지난 8월 공시한 반기보고서에서 외식사업과의 연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자체 외식 브랜드의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센터를 통해 자가 맥주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외식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콘셉트로 사업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외식과 맥주 사업을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신세계푸드는 지난해와 올해 자가맥주 제조장비 설치에 총 10억5200만원을 투입했다.
무엇보다 정용진 그룹 부회장이 매장 오픈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정 부회장은 웨스틴조선호텔 맥주 전문점에서 일했던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이번 매장 개점 준비를 해왔다.
신세계푸드는 맥주 산업이 성장세에 있다며 신성장 동력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맥주전문점 증가와 프리미엄 맥주 및 수입 맥주의 수요 증가로 매년 2~3% 수준의 지속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올 3월에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맥아 및 맥주제조업’을 정관에 추가하기도 했다. 향후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국내 주류 시장이 맥주와 소주로 양분되면서 맥주의 비중이 매년 커지고 있는 점도 매력이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 규모는 4조원으로 추정되며 특히 크래프트 비어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도 하는데…’ 유통 강자 자극
유통 라이벌 롯데의 맥주 사업 안착도 신세계를 자극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맥주 사업에 진출할 경우 롯데주류와 ‘자존심’을 건 맥주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3월 신세계푸드가 맥주 사업을 정관에 추가하자 업계에서는 롯데주류의 맥주 사업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했다.
롯데주류의 맥주 ‘클라우드’는 초기 시장의 우려를 씻고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지난 10월 말 출시 6개월 만에 6천만 병 판매를 돌파했고 맛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클라우드 생산 능력이 계획대로 확충된다면 매출액은 올해 333억원에서 2018년 3786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클라우드의 성공 요인으로 제품력과 수입맥주 대비 가격 경쟁력, 롯데의 막강한 유통력 등을 꼽았다.
그는 “롯데는 제조와 유통을 모두 보유한 유일한 그룹”이라며 “맥주는 롯데주류의 생산·관리·마케팅 능력 외 그룹 차원의 유통 시너지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유통망은 신세계도 막강하다. 이에 따라 신세계푸드가 제조 시설을 갖출 경우 제조·유통·외식 사업의 시너지를 톡톡히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장 신세계푸드가 맥주 사업을 확장하지는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펍을 중심으로 맥주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쌓은 뒤 기회를 노릴 것이란 예상이다.
또 대기업이 크래프트 비어 시장마저 진출한다는 비판 여론도 신경쓰인다. 신세계푸드도 사업 확대는 당분간 계획에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펍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회장도 “신세계푸드는 준비 중인 매장 중심으로 맥주 사업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당분간 외식사업이나 제조·유통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크래프트 비어 시장을 키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원배 기자 iwb21@foodbank.co.kr
저작권자 © 식품외식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