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글루텐프리라고?
[월요논단]글루텐프리라고?
  • 관리자
  • 승인 2014.11.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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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시내버스 외벽에 ‘글루텐 꺼져'하면서 눈을 부릅뜨고 뺨따귀를 때리려고 덤벼드는 여자의 얼굴이 종종 눈에 띈다. 그걸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무지가 용감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지난 5월 국내 한 종편 방송에서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이 소화 장애를 일으키고 몸에 좋지 않다고 말한 어느 의사의 발언을 언론들이 확대 재생산하면서 밀가루 유해론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이것을 일부 식품 외식업체들이 ‘글루텐 프리’라는 광고로 발빠르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밀가루에 들어있는 단백질 글루텐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병을 셀리악병(celiac disease)이라고 하는데 구글에 들어가 이 이름을 치면 관련정보가 상세히 나와 있다. 이 병을 가진 사람은 지역에 따라 1천명 중 3명이나 100명 중 1명꼴로 나타나는데 특히 중국과 일본 지역에는 아주 희귀한 병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새우나 땅콩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고 새우나 땅콩을 못 먹을 음식이라고 떠벌리는 사람은 없다.

셀리악병 증상을 가진 사람은 밀가루 음식을 피하면 된다. 이것을 온 국민이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이나 그 말을 듣고 글루텐 프리를 외치는 기업들의 무지와 경거망동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그 정도의 올바른 정보도 찾을 수 없는 일부 우리 기업들의 과학기술 수준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밀은 우리 국민의 곡물 섭취량의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주식이다.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그런 해프닝을 벌였다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과학을 무시하고 왜곡하는 일에 애국심을 발휘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쌀의 단백질 함량은 7% 내외이나 밀은 12% 내외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어 곡류 중심의 우리 식단에서 글루텐은 대단히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다. 그 외에도 글루텐은 빵을 부풀고 부드럽게 하며 면발이나 밀가루 음식의 조직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이것을 빼고 먹자는 발상 자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참으로 오랫동안 과학이 제 구실을 못해 온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60~70년대 쌀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분식 장려를 하면서 밀, 보리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홍보하는 일에 과학자들이 동원됐다.

MSG 유해론이 들불처럼 번졌으나 우리 과학계는 이를 저지하는데 실패했다. MSG의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유해론이 발을 붙이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아미노산 생산 산업은 위축되고 일본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GMO 유해론에 대해서도 우리 과학계가 어렵게 고전하고 있다. 미국은 아무 표시도 하지 않고 온 국민이 18년째 GM식품을 먹고 있다. 일본이나 대만도 꼭 필요한 경우에만 표시하는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소비자의 알권리를 내세워 무조건 모두 표시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식량안보 문제나 사회경제적 부담은 안중에 없을 뿐더러 과학자들의 충고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밀가루의 글루텐 논쟁은 하루 속히 종식되어야 한다. 수천 년을 사용해온 주식으로 현재 매일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는 대단히 위험한 반사회적 범죄이다.

언론은 이런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시청률을 의식해서 음식을 흥미의 대상으로 난도질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여기에 일부 과학자들이 가세하여 확인되지 않은 단편적인 연구결과나 불안감을 부추기는 발언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매스컴에 등장하는 일부 과학자들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재평가하고 교정하는 학계와 언론계의 정화노력이 필요하다.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잘못된 발언에 대해 준엄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하는 사회적 정화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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