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경리단길 진출을 반대한다
대기업의 경리단길 진출을 반대한다
  • 신지훈
  • 승인 2014.11.07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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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리단길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개성 있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젊은 층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요즘 가장 핫한 곳으로 주목받고 있는 모습이다.

경리단길은 국군재정관리단의 옛 명칭인 ‘육군중앙경리단’에서 유래해 경리단길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행정구역상 회나무로길이지만 경리단길로 더 유명하다. 본래 경리단길은 지대가 높고 경사가 심해 접근성이 좋지 않은 데다 건축 제한까지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아니었다. 4~5년 전만해도 주민 대상의 슈퍼마켓, 세탁소, 과일가게, 분식집이 모여 있는 ‘동네 상권’이었다.

그러나 이태원역 인근의 임대료가 급등하자 상인들은 경리단길로 이동했다. 이태원과 또 다른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신규상권을 원하는 사업자와 새로운 자극에 목말라있는 젊은 층의 만남이 상권을 형성했다.

최근 경리단길이 뒤숭숭하다. 식음료 프랜차이즈 관계자가 경리단길의 시세를 알아보며 대기업이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임대료가 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최근 40㎡ 규모 매장의 임대료는 200~300만원 수준이며 권리금은 3천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기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싼 임대료를 찾아 골목과 주택가로 자리를 옮긴 것인데 다시 이동을 해야 할 판이다.

경리단길이 이른바 ‘돈이 된다’는 소문 때문에 그 참신함을 잃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경리단길 곳곳에는 이미 신축건물이 들어서거나 주택 1층을 상가건물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한창인 곳을 자주 볼 수 있다. 젊은 디자이너들이 개성을 마음껏 표현한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가게와 열정 하나만으로 장사를 시작한 요리사들의 이색식당, 참신한 맛과 디자인의 카페가 오늘날의 경리단길을 만들었다는 점은 이미 망각한 듯 하다.

각국의 외국음식전문점과 명물 디저트 가게, 독특한 패션소품‧의류 등 ‘경리단길’을 가야만 볼 수 있는 차별화는 무엇보다 특별하다. 특히 오밀조밀하게 모인 주택가, 낮은 건물, 오래된 골목 등이 그 운치를 더해주며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는 점은 큰 경쟁력 중 하나이다. 경리단길 속 처음 본 커피숍과 식당들은 프랜차이즈 외식업소에 길들여져 있던 이들에게 새로운 보물을 찾는 것 같은 재미를 주기에 충분했다.

지금은 그 색을 잃어버린 가로수길도 경리단길과 같은 참신한 곳이었다. 이색적인 작은 가게들로 유명세를 탄 가로수길은 다른 유명 상권과 다를 바 없는 그저 그런 길거리가 돼버린지 오래다.

우리는 흔치 않은 가게들 덕분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늘어 유명세가 얻은 거리들이 자본력을 앞세운 대형업체들의 진출로 하락세를 걸었던 경우를 기억해야 한다. 애초 상권을 일궜던 가게들은 떠나고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유명업체만 남은 거리에 내세울 게 뭐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대기업들의 경리단길 진출을 반대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다소 억지스러운 발상이지만 젊은 꿈들이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길을 ‘돈’때문에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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